연봉 680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車업계, "국내생산 이점 없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8.12.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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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최저임금 위반 9000명, 추가 부담 7000억 추산..."일한 시간에 맞춰 계산해야"

자동차업계가 정부의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 통과될 경우 국내 완성차 제조사 5개사에서만 약 9000명이 최저임금 위반 대상자가 된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본급을 올려주거나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어도 임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노조가 임금체계 변경에 쉽게 응할 리가 없다. 결국 인금을 인상하면 완성차 업체에서 연간 약 7000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27일 고용노동부가 진행 중인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는 "최근 재입법 예고한 수정안도 업계의 건의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노사가 합의한 유급 휴일인 약정휴일 및 수당을 빼는 수정안을 내놨다. 사실상 월 최저임금 시급 환산 기준 시간을 209시간(주 40시간+주당 법정주휴시간 8시간)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연봉 680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車업계, "국내생산 이점 없다"


◇車업계, 연봉 6800만원도 최저임금 미달…임금총액 6% 인상 효과=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수정안이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약정유급휴일수당(분자)과 해당 시간(분모)을 동시에 제외하기 때문에 고용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같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행령 개정안대로라면 연봉 683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이 될 수 있다. 한 완성차 근로자의 경우 △월 기본급(주휴수당, 약정휴일수당 포함) 185만원 △월 평균 정기상여금 156만3000원 △기타(시간외·연월차 등) 133만6000원 △월 평균 성과급 94만3000원을 받는다.

실제 받는 월 평균급여는 569만2000원이고, 연봉은 6830만원가량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기본급뿐이다. 격월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의 방안대로 약정휴일수당을 제외한 금액(160만원)을 209시간으로 나눌 경우 환산 시급은 7655원에 불과하다. 내년 최저임금 8350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대법원 판례 등에 맞춰 실제근로시간인 174시간으로 환산하면 시급은 9195원으로 최저임금을 넘어선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방안대로 진행될 경우 약 9000명이 최저임금을 위반할 것으로 본다.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본급을 올려야 하는데, 호봉제인 국내 임금체계에서 미달 근로자만 기본급을 올리기가 힘들다.



결국 전체 호봉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해 추가해야 되는 부담액은 7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2017년 기준 임금총액(11조6251억원) 대비 6%의 상승효과가 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의장공장/사진제공=현대자동차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의장공장/사진제공=현대자동차
◇노사 현실 무시한 대책..."
국내공장 유지 이점 없어"= 정부는 상여금을 매월 지급할 경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고, 처벌을 유예하는 자율시정기간도 6개월 부여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업계는 "오랜 기간 노사 합의를 통해 누적돼온 임금체계를 단 6개월 내에 변경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라며 "자동차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임금체계변경 논의가 있었으나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격월로 주던 상여금의 지급주기(매월) 변경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해당 취업규칙을 회사가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지만 우리나라는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이 취업규칙에 우선한다. 단체협약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데, 쉽지 않다.

강성 노조를 가진 대기업과 노조가 없거나 약한 중소·영세기업의 임금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최저임금 위반 위기에 놓인 현대모비스가 노조와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을 위한 원포인트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녹록지 않다.

자동차업계는 일하는 시간만큼 임금이 지급된다는 원칙에 맞게 산정방식을 바꾸자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시행령이 강행되면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는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생산 확대로, 르노삼성·한국GM 등 글로벌 계열 업체는 국내생산 물량 배정 축소 등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계 1인당 평균임금은 9072만원으로 이미 토요타, 폭스바겐을 앞선다"며 "현대·기아차 (104,800원 ▼100 -0.10%)의 경우 글로벌 통상 분쟁 확대에 따른 수출동력 약화 등이 맞물려 국내생산 이점이 없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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