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힘없는 증시, 폭주하는 수소차…시총 5조 늘었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8.1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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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株' 열풍, 제대로 알기]12월 들어 투자자 몰리며 주가 상승…'포스트 바이오' 될까

편집자주 증시에 가상화폐', '남북경협'에 이어'수소연료전지차(FCEV·이하 수소차)' 열풍이 불고 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수소차가 급부상하면서 재료에 목 말랐던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급등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수소차 바람과 투자 유의점, 그리고 어떤 업체가 진정한 수소차 수혜기업인지 정리했다.

[MT리포트]힘없는 증시, 폭주하는 수소차…시총 5조 늘었다


대형 유통기업에 다니는 김현우씨(가명·41)는 최근 수소차 관련주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 올 하반기 들어 주식 투자금을 계속 줄여왔던 김씨가 다시 종목 매수에 나선 것은 송년 동창모임에서 친구 A씨를 만난 직후다. A씨는 수년전 바이오주에 투자해 10배 가까이 차익을 내는 등 친구들 사이에서 '재테크 금손'으로 통한다.

김씨는 당시 A씨로부터 바이오주를 추천받았지만 투자하지 않았다. 김씨는 "수년째 적자만 내는 종목을 믿을 수 없어 매수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주가가 올라 속상했다"며 "이번에는 정부까지 나서 수소차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운다고 해 서둘러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주식시장에서 수소차 테마주 시가총액이 5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처럼 수소차 관련 종목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수소차 테마주가 질주하고 있다.

27일 머니투데이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수소차 사업과 관련 있는 32개(코스피 16개·코스닥 16개)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26일 현재 61조7000억원으로 지난달 말(56조9000억원)보다 8.4%(4조8000억원) 증가했다.



수소차 테마주가 속한 자동차·부품 업종 시총도 지난달 83조9000억원에서 이달 89조1000억원으로 6.2% 늘었다. 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자금 이탈, 주가 하락 등 비상에 걸린 국내 증시와 다른 세상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코스피 시총은 1358조2000억원에서 1295조7000억원으로 4.6%(62조원) 감소했다.

◇산타 없는 증시, 수소차만 달린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프랑스 방문 중 현대차 '넥쏘'를 시승하면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주가폭락 여파로 랠리는 없었다.

수소차 테마주가 다시 가속 페달을 밟은 건 지난 11일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차 ‘퍼스트 무버’(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12일 장이 열리자 현대차·현대모비스 등을 비롯해 수소차 관련주로 거론된 대다수 종목이 급등했다. 18일에 "2022년까지 수소차 보급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4배 이상 늘리겠다"는 정부 지원책까지 발표돼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이달 들어 코스피, 코스닥이 각각 3.3%, 4.4% 하락하는 약세장에서도 조사 대상 32개 종목 중 24개가 두자릿수 상승했다. 풍국주정 (12,240원 ▲170 +1.41%)은 자회사(에스디지)의 수소사업이 부각되면서 이달 들어 주가가 2배 이상 치솟았다. 11월 말 9140원이던 주가가 한 달도 안 돼 1만8350원으로 급등,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수소제어모듈 제조사인 유니크 (4,635원 ▲25 +0.54%)는 67.7%, 뉴로스 (78원 ▼18 -18.75%)세종공업 (5,890원 ▼90 -1.51%)도 50% 가까이 뛰었다. 엔케이 (912원 ▼4 -0.44%)·제이엔케이히터 (4,315원 ▲5 +0.12%)·이엠코리아 (2,930원 ▲35 +1.21%)·에스퓨얼셀 (14,340원 ▲140 +0.99%)·에코바이오 (5,410원 ▲10 +0.19%)·국일제지 (800원 ▼137 -14.62%) 등은 3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MT리포트]힘없는 증시, 폭주하는 수소차…시총 5조 늘었다
◇"수소차, 포스트 바이오 될까"…'묻지마 투자' 금물=코스닥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바이오주에 이어 '제2의 주도주'가 될 수 있을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수소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커 긍정적이라는 분석과 전기차를 제치고 미래차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해석이 맞선다.

윤주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미국, 독일 뿐 아니라 중국까지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시장 육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한국도 수소차에 대한 의심이 아닌 확신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차와 전기차는 주행성능, 인프라, 가격 등 특장점이 달라 생존을 건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공존관계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홈비디오 시장 표준전쟁에서 빅터의 VHS 방식이 소니의 베타 방식을 누르고 압승한 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민관이 수소차 생태계 구축에 함께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주식투자 관점에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전기차보다 수소차 시장 규모가 작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종목도 많다"고 지적했다. 10여 년 전부터 벤처창업 시장이 형성돼 많은 성과를 거둔 바이오와 이제 걸음마 단계인 수소차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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