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A씨는 지혈이 잘 되지 않아 발치 등 출혈이 동반되는 치과 치료를 받을 때마다 고생했다. 발치한 어금니 자리에 임플란트를 심고 싶어도 지혈이 걱정돼 포기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임플란트 기술로 이같은 고충을 해결했다. A씨는 컴퓨터 수술가이드를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을 통해 거의 출혈 없이 임플란트 수술을 받는 데 성공했다.
치과에 디지털기술이 보급되면서 임플란트 수술에는 컴퓨터 수술가이드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컴퓨터 수술가이드란 3D(3차원) 구강스캐너와 3D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영상스캔장비로 환자의 구강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컴퓨터로 모의시술을 거쳐 실제 수술 위치에 최소 절개만으로 임플란트를 식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기존 임플란트 수술은 △상담 및 CT 촬영 △인공치근인 임플란트 뿌리 식립을 위한 1차 수술 및 봉합 △실밥제거 △인공 치아인 크라운과 인공 치근을 연결해주는 지대주 연결을 위한 2차 수술 △치아 본뜨기 △임시보철 △최종보철 7단계를 거쳐야 했다. 반면 디지털 임플란트는 △상담 및 CT 촬영(디지털 스캔) △컴퓨터 수술가이드를 통한 수술 및 임시보철 장착 △최종보철 3단계로 끝난다.
진료시간이나 수술시간은 현격히 짧아지고 내원 횟수도 3~4회로 감소한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관광이나 비즈니스로 방한했다가 치과 치료를 받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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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디오를 비롯해 오스템임플란트, 덴티움, 네오바이오텍, 메가젠임플란트 등 5개 업체가 컴퓨터 수술가이드를 제공한다. 디지털 임플란트 선도업체 디오의 컴퓨터 수술가이드 ‘디오나비’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특히 2016년부터 시작한 수출규모는 지난해 259%, 올해 87% 급성장하며 수출 3년만인 올해 국내 매출을 훌쩍 넘었다. 내년에는 수출규모가 국내 매출의 5배에 육박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기대한다.
디지털 임플란트가 이같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는 건 환자의 편의성뿐 아니라 수술경험이 적은 인턴이나 레지던트에게도 유용해서다. 박 교수는 “컴퓨터 가이드는 경험이 적은 인턴이나 레지던트도 평균 이상의 수술결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임플란트 수술의 상향 평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이도 높은 수술에도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이가 하나도 없는 완전무치악 상태인 경우 참조할 만한 환자의 구강 정보가 없어 힘든데 컴퓨터 수술가이드를 활용하면 좀더 정확한 위치를 잡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임플란트가 만능은 아니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환자 개개인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제학술지 ‘클리니컬 오럴 임플란트 리서치’(Clinical Oral Implants Research)에 발표된 논문 ‘디지털 임플란트의 정확성’(The accuracy of static computer aided implant surgery)에 따르면 컴퓨터 수술가이드의 정확성은 대부분 임상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에 있다. 하지만 안전한 수술을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컴퓨터 수술가이드의 오차범위를 줄이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회 관계자는 “디지털 임플란트가 초보 의사들에게는 유용하기 때문에 임플란트 수술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의사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