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ROE에 연동하자"…국민은행의 실험 성공할까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8.12.2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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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지급 기준' 유명무실해 매년 노사 갈등…실적 연동 '신한·우리'와 비교

"성과급, ROE에 연동하자"…국민은행의 실험 성공할까


KB국민은행이 19년만에 총파업 위기에 몰린 가운데 성과급 산정방식이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측은 ROE(자기자본이익률)에 비례해 초과이익을 배분하자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ROE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총집회를 개최하고 27일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1월초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측 “사상 최대 이익” VS 사측 “전년비 증가율 낮아”=핵심 쟁점 중 하나는 연말 성과급 규모다. 노조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올린 만큼 지난해 성과급(300%) 이상의 돈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2조793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2조175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직원들이 노조 요구에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



하지만 사측은 올해 실적이 목표에 못 미쳤다며 노조 요구가 무리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실적 증가율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지난해에는 2016년(9643억원) 대비 두 배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순이익 증가율은 지난해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다른 은행도 모두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지난해 만큼 성과급을 줄 명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의 성과급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ROE에 연동되는 성과급 기준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매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은행권에서 가장 극심하다.

신한은행은 옛 조흥은행과 통합 이전부터 은행 실적에 연동하는 성과급 기준을 마련했다. 매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목표치 80%에 미달하면 성과급이 없고 목표치에 다소 미달해도 80~100% 구간이면 목표치 80%를 초과하는 이익의 일정 비율을 현금과 주식 형태로 직원들에게 배분한다. 목표를 초과하면 100%~150%, 150~200% 구간마다 초과이익에서 직원들이 가져가는 비율이 상승한다.


우리은행 역시 민영화 이후 실적과 연동하는 성과급 기준을 마련했다. 신한은행과 유사하게 연초 목표치 대비 성과에 따라 초과이익 배분 비율이 달라진다. 다만 연간 당기순이익 기준이며 회사가 무리하게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ROE 목표를 반영하도록 했다. 노조 관계자는 “ROE는 은행장의 실적 목표기 때문에 무리하게 높게 잡으면 은행장도 성과급을 많이 못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측 “ROE 10% 비현실적” VS 사측 “글로벌 스탠다드”=국민은행 노조 역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마련하자는 사측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사측이 제시한 ROE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의 올해 ROE 추정치는 10.68%(올 3분기까지 ROE의 연환산 기준)이다. 사측은 ROE 10%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3~2017년 글로벌 100대 은행의 평균 ROE가 10.29%였고 상위권 은행은 13~15%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10%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11월 취임 직후 “KB가 리딩뱅크라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7로 자기 밥값도 못하는 수준”이라며 “ROE 10%는 돼야 PBR 1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은행이 지난 10년간 연간 ROE 10%를 넘긴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최고치는 지난해 9.22%였으며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과 2011년에는 0%대에 머물렀다.

ROE에 연동하는 성과급 기준 마련이 오히려 안정적인 성과급 지급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매년 변동하는 순이익 규모에 비해 ROE는 금융위기 등 대형 악재가 아니라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은행 사측은 ROE 기준에 다소 미달하더라도 일정 수준(약 7~8%) 이상의 성과를 내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한 직원은 “과거 연말에 회사가 지급한 돈은 교육비, 문화생활비 등 갖가지 이유를 갖다 붙인 특별 보로금이었을 뿐 성과급 지급은 지난해가 무려 11년만의 일이었다”며 “매년 연말마다 노조가 ‘보로금 많이 달라’며 사측과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ROE 등 합당한 기준을 만들어 성과급을 받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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