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더 팔리는 '비싼 화장품'…'나심비' 잡고 中 간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8.12.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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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LG생활건강, '설화수' 아모레퍼시픽 등 고가 브랜드·라인 확대로 승부수

불황에 더 팔리는 '비싼 화장품'…'나심비' 잡고 中 간다


화장품 업계가 고급화 전략을 강화한다.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나심비'(나와 심리, 가성비의 합성어)가 소비 트렌드로 부상해서다. 고가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 시장도 겨냥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고가 화장품 시장이 올해 1219억달러(약 138조원)에서 2022년 1409억달러(약 158조원)로 15.5% 성장이 예상된다.



화장품업계는 고가 브랜드·라인 출시 경쟁이 뜨겁다. LG생활건강은 최근 고가 한방 화장품 브랜드 '수(秀)한방'을 출시했다. 효자 브랜드 '후'와 콘셉트가 겹친다. 주력 제품인 에센스의 경우 100㎖에 18만원이다.

LG생활건강은 연 매출 2조원 달성을 앞둔 '후' 성공에 힘입어 고가 제품군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전체 화장품 사업에서 '후', '숨' 등 럭셔리 브랜드 비중은 75%다. 고가 브랜드 내 특화한 라인도 인기다. 숨의 '숨마' 라인의 경우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03% 늘었다.



'후'의 고급화 전략은 특히 중국에서 통했다. 중국인 사이에서 '선물 받고 싶은 화장품'으로 꼽히는데 주요 도시 백화점을 중심으로 이미 200개 매장을 보유했다. LG생활건강의 중국 화장품 매출 75%가 '후'에서 나온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상황도 비슷하다. 국내 매출에서 '설화수', '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54%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 2015년 처음으로 1조원대 매출을 낸 설화수는 내년 1월 고급 라인 '진설'을 업그레이드 출시하며 '후'에 뺏긴 1위 탈환에 나선다.

화장품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성장세가 가파른 '비디비치'는 최근 고급 스킨케어 라인 '뉴오더'를 선보였다. 20만원대 세럼·크림을 출시하는 등 기존 제품의 2배 정도로 가격대를 책정했다.


이에 앞서서는 고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연작'을 런칭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큰손' 중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신세계면세점 등 면세 시장을 중심으로 고가 화장품 사업을 키우고 있다.

1만원 미만 제품을 다수 보유한 로드숍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토니모리는 고가 브랜드 '모스키노'와 손잡고 협업 컬렉션을 내놨는데 3차례 홈쇼핑 방송에서 2만 세트 이상을 판매했다. 파격 할인 등으로만 이슈를 띄우던 과거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낮은 가격의 제품에서 실속을 찾아 만족을 느끼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트렌드가 지고 나 자신에게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여는 '나심비'가 뜨면서 럭셔리 화장품 소장 욕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마다 럭셔리 콘셉트를 강화하는 건 중국 소비자 때문"이라며 "높은 가격, 화려한 금빛 용기 등으로 고급스러운 콘셉트를 잡은 '후'가 중국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려 비슷한 브랜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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