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보고 계약금부터 넣겠다" 사라진 매물, 투자문의만 빗발

머니투데이 과천·남양주·하남(경기)·인천=김사무엘 기자 2018.12.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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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3기 신도시 부동산 들썩... 계양·남양주·하남 등 기대감↑, 과천은 기획부동산 사기 울상

지난 21일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로 개발될 예정인 박촌동 자연녹지지역 전경.지난 21일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로 개발될 예정인 박촌동 자연녹지지역 전경.


“지금 계양 땅값은 부르는 게 값이에요.”
 
지난 21일 3기 신도시 지역 중 한 곳인 인천 계양구 박촌동의 S공인중개소 대표는 정부의 신도시 발표 이후 투자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수용되지 않는 토지는 물론이고 수용지역 안이라도 높은 보상금을 바라고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 계양뿐 아니라 남양주와 하남에서도 신도시 호재에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투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이 한편에서는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다.



◇계양 테크노밸리 투자문의 급증…“집 안보고 계약금 넣기도”

이번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계양 테크노밸리는 박촌동, 귤현동, 동양동 일대 335만㎡ 면적에 약 1만70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지역에 투자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높은 토지보상가격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계양구 일대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박촌동 토지 시세는 맹지가 3.3㎡당 50만~60만원, 도로변은 80만~90만원 정도다. 지역주민들은 3년 전 인근에서 토지보상이 진행된 서운일반상업단지의 보상금이 3.3㎡당 70만~130만원대였다는 사실을 근거로 계양 신도시는 이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토지뿐 아니라 인근 아파트에 투자하겠다는 문의도 크게 늘었다. 박촌동 B공인중개소는 “신도시를 발표한 지 1시간 만에 서울에서 온 손님도 있었다”며 “집도 안보고 계약금부터 넣겠다는 사람도 있다 보니 집주인들도 호가를 1000만~2000만원씩 올렸다”고 전했다.

남양주 왕숙 신도시로 개발되는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불법창고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남양주 왕숙 신도시로 개발되는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불법창고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남양주 ‘불법창고’ 투자 성행…신도시 발표 후 매물 ‘쏙’
 
남양주 왕숙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남양주시 진접·진건읍 일대 1134만㎡에 조성되는 왕숙은 3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곳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매입해 불법창고로 개발하는 행위가 활발히 진행됐다.

남양주시 진건읍 P공인중개소는 “최근 몇 년간 저금리 기조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이곳 그린벨트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8억~9억원 정도 투자해 불법창고를 짓고 임대를 주면 월 300만~400만원씩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어 수익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수용예정 토지는 이미 땅값이 많이 올라 투자 메리트가 크게 줄었지만 신도시 경계 밖은 투자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땅을 수용당하지 않으면서도 개발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3.3㎡당 120만~150만원이던 미수용지역 농지 시세는 현재 200만원으로 뛰었다. 토지주들은 이미 매물을 거둬들였다.
 
하남 교산 상황도 마찬가지다. 하남시 교산동의 D공인중개소는 “나왔던 매물도 다 들어갔다”며 “신도시 조성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해 매도자·매수자 모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과천은 신도시 개발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몇 달 전부터 이곳에 신도시가 조성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면서 기획부동산들이 땅값을 잔뜩 올려놓은 탓이다. 기획부동산에 속아 지분투자한 투자자들은 전전긍긍한다. 수용되더라도 보상비가 시세보다 낮으면 손해고, 미수용지역은 보상도 받지 못해 땅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3기 신도시와 그 주변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 예정지역 인근의 집값, 지가변동을 모니터링하고 투기성 거래가 우려되면 합동투기단속반을 꾸려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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