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산골오지'의 반란…中 '빅데이터 1번지' 구이저우를 가다

머니투데이 구이저우(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1.02 05:58
글자크기

낙후됐던 구이저우성, 빅데이터 산업 선점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역으로 부상…'전문 인력 확보' 난제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빅데이터 거래소인 구이양 빅데이터 거래소. 사무실 내부에  "우리는 굳게 믿는다: 언젠가 데이터가 창조한 가치가 토지의 가치를 추월할 것이다!" 라고 적힌 중국어 글귀가 눈길을 끈다./구이저우(중국)=진상현 특파원.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빅데이터 거래소인 구이양 빅데이터 거래소. 사무실 내부에 "우리는 굳게 믿는다: 언젠가 데이터가 창조한 가치가 토지의 가치를 추월할 것이다!" 라고 적힌 중국어 글귀가 눈길을 끈다./구이저우(중국)=진상현 특파원.


지난달 12일 오후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구이저우성의 구이양시. 시내에 위치한 인터넷금융특구건물의 3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걸린 커다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굳게 믿는다: 언젠가 데이터가 창조한 가치가 토지의 가치를 추월할 것이다."

데이터의 가치를 한껏 강조하는 이곳은 2015년 4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빅데이터 거래를 시작한 구이양 빅데이터 거래소다. 정보 보호 원칙, 가격 책정 등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웬만큼 자리가 잡혔다.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중신은행, 하이얼 등 2000여 개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기업, 사회, 교통, 전자상거래, 의료 등 30여개 영역 4000여개 빅데이터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 거래 규모도 3억 위안(492억 원)대로 올라섰다. 쑤만페이 구이양 빅데이터거래소 기획이사는 "2017년 운영 3년 만에 처음으로 이익을 내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중국 전역의 서비스 센터도 현재 11곳에서 3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빅데이터 굴기'의 핵심으로 떠오른 구이저우 현지를 찾아 성공 비결과 중국의 빅데이터 산업 육성 전략을 들여다봤다.

[신년기획]'산골오지'의 반란…中 '빅데이터 1번지' 구이저우를 가다


◇'산골 오지' 구이저우, 빅데이터 '꿈'을 품다= 중국의 '천년대계'로 불리는 슝안신구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천강 슝안신구관리위원회 주임은 구이저우의 빅데이터 산업 발전 과정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베이징시 상무위원이던 그는 2013년 7월 구이양 당서기로 취임하면서 빅데이터를 구이저우에 소개했다. 중국 내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로 성장 전략에 목말라 있던 구이저우는 이를 빠르게 흡수했다.

빅데이터 산업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센터 유치부터 빅데이터거래소, 빅데이터박람회까지 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중국의 국가적인 빅데이터 육성 전략과도 맞아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2014년 1월 인접한 구이양과 안순시의 일부 지역들을 묶어 구이안을 여덟 번째 국가급 신구로 승인했다. 이어 2015년 8월에는 국무원이 공포한 '빅데이터 발전 촉진을 위한 행동 요강'에서 구이저우를 빅데이터종합시험구 건설 지역으로 지정했다. 진허핑 구이안신구 관리위원회 부주임은 "구이저우는 서부 내륙의 빈곤지역으로 처음에는 빅데이터와 같은 선진적인 산업을 키우기 적합한 지역으로 보이지 않았다"면서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 국가 차원의 빅데이터 종합시험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가 부상하자 열악한 지리여건은 최고의 입지 조건으로 탈바꿈했다. 구이저우는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아열대 지역으로 연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안팎이다. 구이저우 빅데이터 전략의 핵심인 구이안신구는 여름에도 평균 온도가 25도를 넘지 않는다. 안정적인 온도와 습도가 중요해 서버용 에어컨 가동 등 전기요금이 운영 비용의 50~70%를 차지하는 데이터 센터 입지로 더할 나위 없다. 수력 발전 등 발전원이 다양하고 풍부해 전기요금도 싸다. 지반이 단단해 지진 등 자연재해 위험도 적다. 구이안신구에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세운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입지 결정 당시 "우리는 (입주에 따른) 별도의 우대 혜택이 필요없다. 데이터센터를 구이저우에 두기만 해도 1년이면 수억 위안(수백 억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이저우성 구이안신구에 위치한 중국 3대 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데이터센터 외관./구이저우(중국)=진상현 특파원 구이저우성 구이안신구에 위치한 중국 3대 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데이터센터 외관./구이저우(중국)=진상현 특파원


◇디지털경제 성장률-일자리 창출 전국 1위= 천혜의 입지와 중앙 정부의 지원, 성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어우러지면서 구이저우의 빅데이터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중국 디지털경제 발전 및 취업 백서'(2018년)에 따르면 구이저우의 디지털 경제 성장 속도는 37.2%, 디지털경제의 고용 증가 속도는 23.5%를 각각 기록, 두 가지 모두 전국 1위에 올랐다. 2013년 1000개 미만 이던 구이저우성 내 빅데이터 관련 기업 수도 지난달 말 현재 9551개로 불어났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잇따라 유치한 것이 지렛대 역할을 했다. 애플, 화웨이, 텐센트, 폭스콘, 차이나유니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바이산클라우드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곳에 데이터 센터를 지었거나 건설중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 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모여들고 있다. 구이저우 정부는 공장 부지 제공, 세금 혜택, 인건비 지원, 적극적인 공공데이터 개방 등으로 이들 기업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구이양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화물정보 플랫폼 기업 훠처방이다. 청두에서 사업을 하던 이 회사는 중국 화물기사와 화물주들을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2014년 이곳으로 본사를 옮겼다. 지금은 등록 화물차가 520만 대, 화물주가 125만명, 하루 게재되는 화물정보가 600만건에 달한다. 2017년 경쟁사였던 윈만만과 합병해 기업가치는 60억 달러(6조7500억원)에 이른다. 회사 관계자는 "청두에서는 우리 사업 아이디어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구이양시는 공장 부지 제공, 세재 혜택 등 각종 지원에 투자까지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는 구이저우성 전체 경제에도 날개를 달았다. 구이저우의 2017년 경제성장률은 10.2%로 전체 31개 성시 가운데 1위 였다. 지난 2011년부터 7년 연속 성장률 '톱3'를 유지중이다.

구이저우성 구이안신구 내 대학성 디지털경제산업원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빅데이터 센터 건물. 건물 반은 중국 바이두가 사용하고 있다. /구이저우(중국)=진상현 특파원 구이저우성 구이안신구 내 대학성 디지털경제산업원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빅데이터 센터 건물. 건물 반은 중국 바이두가 사용하고 있다. /구이저우(중국)=진상현 특파원


◇'빅데이터 1번지' 완성 열쇠는 '전문 인력 확보' = 구이저우는 중국의 국가적인 빅데이터 육성 전략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구이저우를 포함한 8개 지역에 빅데이터종합시험구 건설 역할을 맡기면서 구이저우에는 유일하게 선도형 종합시험구 지위를 부여했다. 구이저우에서 먼저 실행을 해본 뒤 성공적이라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개혁 개방의 1번지 '선전'이 있다면 빅데이터 산업에서는 구이저우가 그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구이저우는 '구이저우성 빅데이터 발전 응용 촉진 조례' '빅데이터 산업 발전과 응용 촉진을 위한 정책' 등 15개 자체 관련 법 제정과 정책들을 선도적으로 내놨다. 구이저우성 차원의 빅데이터발전관리국을 설치해 빅데이터관리기구와 정책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가는 중이다. 동시에 중국 성급 정부에서 가장 큰 규모의 데이터 플랫폼인 윈상구이저우를 구축해 민간 부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이저우가 세계적인 창업 도시로 성장한 선전과 같은 성공 신화를 완성하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미 발전한 다른 지역들에 비해 전문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고, IT 등 첨단 산업과 관련 인프라도 열세다. 다양한 인재 유치 정책과 자본 유치, 과감한 인프라 건설, 다양한 빅데이터 응용프로젝트 발굴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지 빅데이터 업계 관계자는 "구이저우는 데이터센터 기지로서는 탁월한 강점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빅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부족하다"면서 "다양한 빅데이터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 전문 인력 수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