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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크리스마스 때 뭐하세요?(영상)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이상봉 기자 2018.12.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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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물어봐드립니다]<18> '산타 스님' , '성당가는 스님'… 불교의 크리스마스 모습





#지난 19일 오후5시30분. 서울 종로구 조계사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트리 점등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트리에 불을 밝히며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기원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이 들어오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캐럴송이 조계사에 울려퍼졌다.

크리스마스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마다 오색빛 현란한 조명을 두르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기독교 기념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절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거나 스님이 교회에 가는 등 이색적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스님들이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스님들이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1


크리스마스가 지닌 종교적 의미는 점차 퇴색되고 있다. 기독교 국가 미국에서도 크리스마스의 종교적 의미는 옅어졌다. 2017년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탄절의 종교적 의미가 예전보다 덜 강조되고 있다"는 답변이 56%를 차지했다. 또 그렇게 대답한 이들 중 약 45%가 "그래도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기독교가 아닌 이들도 크리스마스를 '특별한 날'로 여긴다. 직장인 조모씨(29)는 "조부모님을 포함한 온 가족이 절을 다니는데,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는 매년 챙겼다"면서 "기독교 행사이긴 하지만 트리를 꾸미고 케이크를 나눠먹는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55)는 "종교가 없지만 크리스마스 때마다 두 아들에게 선물을 꼭 챙겨줬다"면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모두가 즐거운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한 스님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19일 오후 한 스님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스님들의 크리스마스 일상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불교와 크리스마스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이모씨(28)는 "절에 다니지만 크리스마스는 매년 기다려진다"면서 "스님들도 크리스마스 때는 특별한 기분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민모씨(28)는 "12월엔 도시가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져 들뜬다"면서 "스님들은 종교가 달라서 크리스마스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님들의 크리스마스는 어떤 모습일까. 스님 두 명에게 물었다.

자비명상 대표 마가스님(왼쪽)과 목탁소리 지도법사 법상스님자비명상 대표 마가스님(왼쪽)과 목탁소리 지도법사 법상스님
Q. 스님들의 크리스마스는 어떤가요?



마가스님(자비명상 대표): 크리스마스는 가만히 여유있게 보내는 날, '공치는 날'이다. 요즘은 많은 스님들이 이웃 성당이나 교회에 가고, 나눔을 실천하기도 한다. 교회에 가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길거리에서 음식과 선물을 나누는 '산타스님'이 된 적도 있다. '너'와 '나'를 떠나서, 지구촌 공동체라는 큰 틀에서 크리스마스를 생각한다. 스님들은 잔칫집에 '축하사절'을 간다고 보면 된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이웃 교회에 축하 꽃을 보내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부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법상스님(목탁소리 지도법사): 스님들마다 다르지만, 평소에 인연을 맺은 신부님이나 목사님들이 많아 성당이나 교회를 자주 찾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당일에는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린다. 성당이나 교회에 다녀오면 배우는 점도 많고, 느끼는 바가 크다. 신부님이나 목사님과 식사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성당이나 교회를 가면 신자분들이 굉장히 반겨주셔서 신기하고 또 감사하다.

Q. 동자승과 절에 다니는 아이들도 크리스마스를 즐기나요?




마가스님(자비명상 대표): 요즘은 절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동자승들도 크리스마스를 잘 안다. 스님들이 산타로 분장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아이들은 절에서 트리를 만드는 등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 절에서 자란 아이들이 내 것만 고집하는 편협한 사람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모든 문화와 종교가 아름답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타 종교의 행사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법상스님(목탁소리 지도법사): 절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서는 연등으로 산타 할아버지를 만들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함께 만든다.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이유는 "부처님은 좋고, 다른 종교는 나쁘다"고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다' 혹은 '나쁘다' 등 둘로 나누는 마음의 연습을 하기는 원하지 않는다. "예수님도 삶의 지혜를 주시는 좋은 분이다"라는 걸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이 세상을 원만하고 좋게 바라보도록 이야기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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