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끝났다, 빨리 돈 빼라" 우울한 '검은 12월' 美 증시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1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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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47>美 12월 증시 87년 만에 최악…美 증시에서 돈빼는 투자자들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역사적으로 12월은 주식투자 최고의 달인데, 올해는 1931년 대공황 이후 최악인 달이다.”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 미국 뉴욕증시가 1931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87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보이고 또한 전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행복한 연말 연휴 대신 우울한 '검은 12월'(Black December)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12월 들어 21일까지 12.5% 급락했고 블루칩 위주의 다우지수는 12.1% 하락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13.6% 떨어졌다.



개미들이 많이 몰려 있는 소형주의 하락폭은 더 컸다. 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지수는 12월에만 15.7% 급락했다. 이로써 러셀2000지수는 전고점 대비 25.8% 하락해 이미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했고 개미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베어마켓은 증시가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할 경우를 지칭하는 증권 용어다.

미국 다우지수나 S&P500지수는 아직까지 전고점 대비 16~17% 하락에 머물러 있으나 나스닥지수는 21일 기준으로 22.1% 하락해 베어마켓에 첫 진입했다. 기술주에 대거 베팅한 개미들의 손실이 엄청난 상태다.



올해 12월 미 증시 하락률은 1931년 경제 대공황이후 최악이다. 1931년 12월 미 증시 하락률은 다우지수 –17.0%, S&P500지수 –14.5%였다. 마지막 한 주에 S&P500지수가 2% 가량 추가 하락한다면, 미 증시는 올해 경제 대공황 때보다 더 나쁜 해로 기록될 수 있다. 이는 올해 12월 미 증시 상황이 1930년대 경제 대공황에 견줄 만큼 사상 최악임을 방증한다.

12월에 증시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이 미 증시에서 기록적으로 돈을 빼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재무정보 리서치회사인 리퍼(Lipper)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간 460억 달러(52조원)가 넘는 대규모 자금이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주식 ETF에서 유출돼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리퍼는 개미들의 기록적인 주식 매도 러시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12월 증시는 산타랠리를 동반하며 상승하는 달로 여겨졌다. 미국 재무정보 사이트 머니침프(moneychimp)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7년까지 12월은 4월과 더불어 1년 중 상승횟수가 가장 많았던 달로 기록됐다. 과거 21년 동안 12월에 증시가 오른 횟수는 16번이고 하락한 횟수는 5번으로 오른 횟수가 3배 이상 더 빈번했다.


지난 21년간 S&P500지수의 12월 평균 상승률은 1.41%였다. 그러나 올 12월은 87년 만에 역대 최대로 하락 마감할 우려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을 허망하게 만들고 있다. 올 12월은 미국 증시 투자자들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 캐롤이 아닌 차가운 곡소리가 나는 우울한 '블랙 12월'로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단 연말까지 아직 한 주가 남아 있어 산타랠리가 오기를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는 살아 있다.

또한 올 12월 미 증시는 전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높다. 참고로 21일 기준 한국 코스피지수의 하락률은 –1.7%이고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8%다. 독일 DAX지수 하락률은 –5.5%다. 21일 기준으로 인도 증시를 제외하고 한국 증시가 전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적다.

10~12월 코스피지수 하락률(-12.1%)도 미 4대 지수 하락률보다 낮다. 10월엔 한국 증시 하락률이 가장 높았지만 이후 기간에 미 증시 하락률이 더 커서 3개월 증시를 놓고 보면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수익률을 상회했다.

미국 전 연준(FRB)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18일 미국 방송매체 CNN과의 인터뷰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미국 증시의 상승이 끝나기 전에 빨리 도망치라고 조언했다. 그린스펀은 “미국 증시의 강세장은 끝났다”(the bull market is over)“증시가 반등할 수 있지만, 상승세가 끝나기 전에 숨을 곳을 찾아 빨리 도망쳐라”(run, run for cover)고 말했다. 서둘러 증시에서 돈을 빼라는 얘기다.

미국 증시는 2009년 3월 29일부터 상승이 시작돼 올 8월 22일 역대 최장 강세장 기록을 경신했고 이후에도 10월 초까지 40여일간 더 올라 거의 9년 7개월 동안 강세장이 진행됐었다.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며 영향력이 큰 더블라인캐피탈(DoubleLine Capital)의 제프리 군드라흐(Jeffrey Gundlach) 대표도 17일 미 증권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증시는 이미 베어마켓에 진입했다고 확신한다"(I'm pretty sure this is a bear market)고 말했다. 강세장이 끝났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이어 "미 증시가 향후 더 떨어질 것으로 절대 확신한다"(I absolutely believe the S&P500 will go below)고 경고했다. 군드라흐의 확신대로 미 증시가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면 하루빨리 주식을 팔고 떠나는 게 상책이다.

군드라흐는 인터뷰 당시 S&P500지수가 전고점 대비 11.6% 하락해 기술적으론 아직 베어마켓에 진입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30년 넘는 투자 경험으로 보면 현재의 모든 지표와 변수들이 이미 증시가 베어마켓에 진입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P500지수에 포함된 505개 대형주 가운데 19일 기준으로 약 60%에 해당하는 300개 종목은 이미 전고점 대비 20% 넘게 추락해 베어마켓으로 떨어졌고 나머지 128개도 하락률이 -10%에서 -20% 사이에 놓여 있다. 그리고 군드라흐의 인터뷰 이후 4일이 지난 지금 미 증시는 5% 더 떨어져 군드라흐의 저주는 실현이 돼 가고 있다.

국내 개미들도 11월엔 미국 주식을 7212만 달러(815억원) 순매수했지만 12월 들어 순매도하며 미국 증시에서 서둘러 돈을 빼고 있다. 12월 들어 21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8634만 달러(976억원) 순매도했다. 월별 기준으로 올해 두 번째로 순매도 규모가 많다.

11월까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선호주로 순매수 1위를 유지했던 아마존(Amazon)도 12월엔 3088만 달러(348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달 중순 증권가에선 모 증권사 회장님의 시황관이라는 글이 SNS(사회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유포됐는데, 주요 내용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그중에서도 미국 주식 투자를 확대하라는 주문이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당시 많은 투자자들의 입방아에 올랐을 만큼 화제가 됐다.

그런데 그때 모 증권사 회장님의 조언대로 국내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을 샀더라면 지금쯤 엄청난 손실을 입고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12월 들어 미 증시 하락률은 한국 코스피시장보다 7배 이상 크다. 10월에 미 증시에 투자했더라면 그야말로 상투를 잡는 최악의 한 수가 되는 거였다. 혹시 그때 미 증시에 뛰어들었다가 아직까지 머물러 있다면 그린스펀과 군드라흐의 경고를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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