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美中 무역전쟁 포로가 된 '화웨이 후계자'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8.12.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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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보이콧]⑤ 멍 부회장은 화웨이 2인자…미중 무역전쟁 협상카드로

편집자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찍히더니 지금은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된 중국 화웨이.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 잇달아 퇴출위기다. 창업자 딸마저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공공의 적이 됐다는 것은 전 세계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 화웨이의 무엇이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AFPBBNews=뉴스1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AFPBBNews=뉴스1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미국 요청에 따라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이후 미국의 화웨이 견제를 넘어 미중 무역전쟁의 협상카드가 되고 있다.

멍 부회장 체포는 사실상 화웨이에 대한 공격이다. 멍 부회장이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의 딸로 '0순위' 후계자이자 현재 실질적 2인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간 통신시장에서 화웨이를 견제해오던 미 정부가 보이콧(불매)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이 아닌 직접적인 제재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웨이 고위 관계자를 첩보행위를 비롯한 안보 범죄 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이럴 때 검찰은 금융 사기 등 보다 일반적인 혐의점을 찾는다. (마피아 두목) 알카포네를 세금 탈루 혐의로 체포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국은 모두 무역전쟁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지난 6일 체포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멍 부회장 체포와 무역협상을 연관 짓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도 "정치적 개입 없이 사법당국이 독립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번 사건은 미중 무역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체포 사실을 사전 보고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미 법무부를 통해 (멍 부회장) 체포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서도 "모든 일을 일일이 대통령에게 보고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체포 당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무역회담장에 들어서기 전에 내용을 보고받았으나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를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상 최대의 무역협상을 위한 일이라면 필요할 경우 (멍 부회장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멍 부회장 체포 건을 무역전쟁과 분리하기 어렵게 됐다. 멍 부회장의 거취도 한층 더 불분명해졌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세 휴전협정이 종료되는 내년 3월 말까지 멍 부회장의 신병을 구속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법원은 1000만캐나다달러(약 84억원)에 멍 부회장의 보석을 승인했지만 내년 2월 6일 미국 인도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가 남아있다. 만약 부회장이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최장 3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중국에서 멍 부회장에 대해 '무역전쟁의 희생양'이라는 동정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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