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정확히는 선물)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초등학생 아이가 얼마전에 물어와 ‘갑자기 왜 그러지’ 의아했다. 가톨릭 계통 유치원을 나오고 또래보다는 순진한 구석도 있다고 생각해 왔던 터여서 궁금증은 더 커졌다.
‘아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주말 사이 아이 옆에 붙어 있어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TV로 애니메이션 채널을 돌려가며 보던 아이가 아빠에게 알려줄게 있다면서 유튜브 화면을 보여줬다.
아이들 눈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유튜브다. 유튜브의 인기는 세대를 넘어서지만 특히 초등학생들의 사랑은 압도적이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등학교 6학년 8597명을 대상으로 희망직업을 조사한 결과 유튜버가 운동선수·교사·의사·요리사에 이어 5위에 올랐다고 한다. 그나마 6학년이 그렇지 저학년은 더 높을 터. 어릴적 존경하는 인물로 코미디언 이주일, 심형래, 투수 박철순을 꼽았던 것과 비슷하달까.
산타클로스의 존재와 무관하게 크리스마스에는 흥행을 노린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거나 특집영화로 TV에 편성된다. 십계나 벤허 같은 종교 배경이거나 명작 영화도 있지만 20여년 단골 TV상영작은 ‘나 홀로 집에’다. 영화 속에서 사정 때문에 가족과 떨어진 케빈은 홀로 지내는 할아버지나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한다. 영화끝 결말에 케빈과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로 돌아간다. '나 홀로 집에' 뒤로 그같은 가족가치를 곱씹는 영화는 좀체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가족이 사라지고 '나홀로'인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일 터. 오죽하면 몇년째 최고인기인 예능프로 제목이 '나 혼자 산다'일까.
아이는 최근 유튜버가 친근하게 건네는 화면 속 얘기를 자주 전해주곤 했다. ‘도티 회사가 대통령 할아버지한테 상을 받았대’ 같은 얘기 말이다. ‘엄마, 아빠한테 궁금한걸 저 정도로 말한 적 있었나’ 곱씹어보다 보니 유튜버만큼 '친구들~' 하고 친근하게 말을 건넨 적이 있나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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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직장에 집안일에, 공부걱정에 빼앗긴 아이들은 스마트폰 속, TV 속 '나홀로 유튜브'에 빠져들고 있다. 그들을 손바닥만한 세상에서 꺼내줄 방법을 알려달라고 산타클로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빌어볼까. 씁쓸한 부모들의 탄식이다.
배성민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