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시장 성장 꺾였다…중국차에도 밀린 현대차의 시름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8.1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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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현대차, 위로는 독일·일본차 vs 아래는 중국 토종 자동차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中 자동차시장 성장 꺾였다…중국차에도 밀린 현대차의 시름


올해 중국 자동차시장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할 전망이다. 올 1~11월 중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254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판매둔화가 역력해졌는데 7월부터 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줄었고 11월엔 작년보다 13.9%나 감소했다.

◇28년만에 역성장이 확실시되는 중국 자동차 시장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888만대로 전년 대비 3% 증가했지만, 올해는 마이너스로 꺾일 게 확실시된다. 미중 무역전쟁도 부분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중국 자동차시장이 너무 빠르게 성장한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006년 718만대에서 2018년 2888만 대로 12년 동안 규모가 4배 넘게 커졌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후인 2009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1725만대)은 중국의 60%에 불과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 자동차 시장이 초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국 토종 자동차기업도 함께 성장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 창청자동차 등이다.



중국 자동차기업이 성장하면서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했다. 올 1~11월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세단, SUV 등) 중 중국 토종 브랜드 판매비중이 41.9%다. 특히 중국차는 최근 크게 확대된 SUV 시장에서 점유율이 58.2%에 달할 정도로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외국기업이 중국 자동차기업과 합자법인을 설립해야만 진입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합자법인으로 폭스바겐이 상하이자동차와 만든 상하이폭스바겐, 현대차가 베이징자동차와 만든 베이징현대 등이 있다.

상하이폭스바겐, 둥펑닛산 등 독일·일본차의 SUV 가격이 15만 위안(약 2400만원) 이상인데 반해, 중국 토종 브랜드의 SUV 가격은 8~15만 위안(약 1300만~2400만원) 대다.


중국차는 가격 메리트가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인·성능면에서도 독일이나 일본차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 몇 년간의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서 중국 토종 브랜드와 외국산 자동차와의 기술격차가 크게 좁혀졌기 때문이다.

중국 브랜드 중 가장 돋보이는 기업은 지리자동차다. 지리는 2010년 볼보를 인수해 정상화시키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중국 자동차시장 성장세가 꺾였지만 지리자동차는 예외다. 올 1~10월 지리자동차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넘게 증가한 126만5800대를 기록하며 중국 승용차 판매순위 5위로 올라섰다. 올해 판매 목표인 158만대에 근접한 판매량이다.

이에 반해 현대차는 같은 기간 중국 시장 판매량이 63만1200대로 중국내 자동차 판매순위 9위로 밀려났다. 2014년 4위 자리를 차지했던 현대차는 중국차인 지리자동차(5위), 창안자동차(7위), 창청자동차(8위)에 따라잡히면서 순위가 수직낙하했다. 63만1200대는 올해 중국시장 판매목표인 90만대의 70%에 불과한 수치다. 현대차는 중국법인 생산능력을 153만대까지 확대했기 때문에 목표인 90만대를 달성한다고 가정해도 공장가동률은 60%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위로는 독일·일본, 밑으로는 중국 토종 자동차 사이에 낀 현대차
그런데 해외 자동차만 따로 놓고 보면 독일과 일본 자동차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올 1~10월 독일과 일본 자동차 점유율은 전년 대비 각각 2%p, 1.6%p 상승한 21.6%와 18.6%를 기록했다.

일본 자동차가 2012년의 조어도(일본명 센카쿠열도) 사건으로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독일·미국차가 한동안 반사이익을 봤지만, 최근 일본차가 다시 점유율을 회복하는 추세다.

반면 한국 자동차는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가격·상품 등 판매전략이 빗나가고 사드보복까지 덮치면서 4.6%로 하락한 한국 자동차(현대차와 기아차) 점유율은 올해 미미하게 회복한 4.7%에 머물러 있다. 2014년 기록했던 약 9% 대비 거의 반토막에 불과한 수준이다.

문제는 한국 자동차의 회복 기미가 안 보인다는 데 있다. 세단시장에서는 상하이폭스바겐과 둥펑닛산, 광저우도요타 등 독일·일본차한테 치이고 SUV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차에 밀리는 양상이다.

중국시장에서 현대차는 위쪽의 독일·일본차, 아래쪽의 중국 토종 자동차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중국 평안증권도 2019년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일본은 성장, 독일·미국은 유지하는 반면 한국은 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올해부터 중국 자동차시장이 마이너스 성장국면에 진입한다. 현대차의 시름을 더 깊어지게 하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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