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21.7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지난달 20일 '희망2019나눔캠페인'을 시작했다./사진=박가영 기자
16일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희망 2019 나눔캠페인' 모금액은 약 8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억원가량 줄었다. 기부 문화가 움츠러들며 연말 기부에 참여하는 손길도 얼어붙은 것. 목표액(4105억원)에 도달할 경우 100도를 가리키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도 21.7도에 머물렀다. 3년 전인 2015년 12월15일 39.9도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18도 이상 낮은 셈이다.
◇줄어든 온정의 손길,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서…"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속적인 불황으로 개인은 물론 기업의 기부 참여가 줄면서 사회 전반의 기부 문화가 침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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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낸 기부금은 어디로?"…'못 믿을' 기부 단체
기부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불신'(不信)으로 분석된다. 최근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유용하는 사건이 잇따르며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 딸의 수술비로 기부받은 후원금 12억원으로 호화 생활을 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기부 단체가 결손 가정 아동 기부금 127억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국내 최대 법정 모금단체인 공동모금회도 내부 비리 사건이 터지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10년 국정감사 과정에서 경기지회 한 간부가 3300만원의 국민 성금을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 등 공동모금회 관련 각종 비위가 밝혀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깜깜이 기부' 역시 기부 문화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 기부금을 낸 사람들은 기부금이 실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에 따르면 기부자 중 61.7%가 기부금 사용처를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에 달했다.
현재 공익법인 3만4000여 곳 중 공시의무가 있는 곳은 8900여 곳.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부자들은 규모가 큰 단체에 기부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불투명한 기부금 운용과 이에 대한 불신은 기부에 대한 거부감까지 불러일으킨다. 대학생 박모씨(22)는 "기부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제대로 전달될까 하는 의심이 먼저 든다"면서 "내 돈이 허튼 데 쓰일 바엔 차라리 기부하지 않는 게 답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자의 알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 관계자는 "기부자가 모금에서 사용까지 관련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부 단체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