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사랑니?…어금니로 바뀐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8.12.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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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1>디지털교정]①정밀성 더해준 '디지털기술'

편집자주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첫 번째로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 ‘메디파트너’와 함께 발생 빈도는 높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부담이 큰 치과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A씨(21)는 사랑니를 세워 어금니로 사용하는 교정치료를 했다. /사진제공=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A씨(21)는 사랑니를 세워 어금니로 사용하는 교정치료를 했다. /사진제공=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


쓸모없는 사랑니?…어금니로 바뀐다!
#A씨는 임플란트를 위해 교정을 하러 갔다가 디지털기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오른쪽 아래 큰 어금니(제1대구치)의 충치가 심하고 아래턱 사랑니(제3대구치)들은 누워있어 모두 발치한 후 어금니 자리에 임플란트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교정단계에서 3D(3차원) 구강스캐너와 3D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사랑니를 어금니 대신 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 상한 어금니를 빼고 그 자리에는 두 번째 어금니(제2대구치)를, 두 번째 어금니 자리에는 사랑니가 오도록 교정하면 임플란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 A씨는 2년6개월간 교정치료로 가지런히 배열된 자연치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쓸모없는 사랑니?…어금니로 바뀐다!
13일 대한치과교정학회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5개 대도시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치과 교정환자를 연령대별로 조사한 결과 전체 교정환자는 2010년 2104명에서 2017년 1782명으로 줄었으나 40대 이상 환자의 비율은 2010년 4.9%에서 2017년 6.1%로 증가했다. 인구 감소로 국내 전체 치아교정 환자는 줄었으나 40대 이상 중년층의 치아교정은 증가한 것이다. 기대수명의 증가로 잇몸 건강을 위한 치아교정과 보험화한 임플란트를 심기 위한 교정 등 이른바 ‘실버 교정’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치아교정은 영구치가 모두 난 초등학교 5~6학년 정도에 하는 게 가장 좋지만 40대 중년층, 60대 이후 고령층이라고 해서 치아교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치과전문의의 설명이다. 교정이 필요한 치아는 △위 앞니가 돌출된 경우 △아래 앞니가 안보일 정도로 깊게 물린 경우 △아래 앞니가 윗니를 덮은 경우 △윗니와 아랫니의 가운뎃선이 맞지 않은 경우 △치아가 삐뚤삐뚤하고 고르지 않은 경우 △치아 사이에 틈이 많은 경우 △앞니가 서로 닿지 않는 경우 등 위아래 치아가 정상적으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인 경우다.

A씨는 충치치료를 위한 발치가 아니더라도 부정교합으로 교정치료가 필요했고 특히 사랑니의 경우 앞쪽으로 기울어져 인접 치아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빼야 했다. 사랑니의 정확한 위치파악이 가능한 디지털기술이 아니었다면 A씨는 당초 치료계획처럼 사랑니를 모두 뽑고 충치를 발치한 자리에는 임플란트를 했을 것이라는 게 담당의 이기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교정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발치 여부 등은 진단하는 의사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는데 가상의 결과를 초진자료와 중첩하면 비교적 객관적인 치료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며 “디지털기술에 의해 당장 획일적인 진단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치료 범위와 방법은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기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교정과 교수가 디지털시스템에 의해 제작된 유지장치를 보여주며 디지털 교정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유경 기자이기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교정과 교수가 디지털시스템에 의해 제작된 유지장치를 보여주며 디지털 교정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유경 기자
특히 치아의 경우 이동 가능한 특성이 있어 A씨처럼 어금니 1개 크기 정도의 거리는 교정에 의해 바르게 배열할 수 있다. 때문에 가능한 자연치아를 살리는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치과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치아가 교정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건 치아를 둘러싼 세포들이 인체에서 가장 뼈를 잘 만들기 때문이다. 치아가 움직이는 방향에서 치아를 둘러싼 뼈는 세포에 의해 녹아 없어지고 반대쪽에서는 세포에 의해 뼈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즉 뼈세포들이 뼈를 녹이고 새로 만들고 하면서 치아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교정치료는 세포의 대사를 이용하는 생물학적인 치료”라며 “디지털기술을 교정치료에 접목하더라도 치료기간을 크게 단축하지 못하는 건 이러한 뼈세포들이 뼈의 모양을 바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치아교정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데다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디지털기술이 미치는 영향력은 큰 게 사실이다. 특히 치아에 붙이는 교정기(브래킷)는 0.5㎜만 차이가 나도 원래 위치보다 더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밀성이 요구되는 만큼 디지털기술이 필요한 분야다. 치료 후 입안에 붙여 교정을 유지해주는 유지장치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지장치는 수작업으로는 3시간이 걸리는데 디지털로 작업하면 15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연세대 치과대학에서는 유지장치 제작을 곧 100% 디지털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교정은 지퍼처럼 완벽히 맞아야 끝난다. 어설프게 끝나면 심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처음보다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에 갖다놓는 게 중요하다”며 “방법은 2가지인데 숙련된 사람이 손으로 매우 잘 붙이거나 디지털기술로 완벽하게 배열된 상태를 시뮬레이션해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치아교정은 확산할 전망이다. 우선 치료 후 예상되는 변화를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의사와 환자 간 판단의 오차를 줄여 의료분쟁의 소지도 줄어들 수 있다. 또 디지털자료가 장기간 축적되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식의 치료가 좋은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치료계획을 수정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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