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경수가 '文이 경공모 발음 어려워한다'고 전해"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8.12.07 19:44
글자크기

[theL] (종합) 드루킹, 김경수 재판 증인 출석…120일 만에 법정서 재회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드루킹 김동원씨./ 사진=뉴스1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드루킹 김동원씨./ 사진=뉴스1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의 장본인 '드루킹' 김동원씨가 공범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7일 법정에서 대면했다. 지난 8월 허익범 특별검사팀 조사실에서 대질한 뒤 120일 만의 재회다. 이날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도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기존 주장을 강조했다.

김씨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신문 과정에서 김 지사가 2017년 1월10일쯤 경공모 조직명을 두고 한 발언에 대해 진술했다. 경공모는 김씨와 함께 댓글조작을 벌인 사조직이다.



김씨는 "'경인선'은 '경공모 인터넷 선플운동단'의 약자로 경공모의 하부조직이었다"라며 "그런데 김 지사를 만났을 때 김 지사가 '어르신께서 경공모 발음이 어렵다고 생각하신다. 명칭을 발음하기 쉽게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언급한 '어르신'이 누구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김씨는 "문재인 당시 후보를 말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경공모 회원들과 상의해서 경공모 자체를 경인선이라고 대외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는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2016년 11월9일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특검팀이 시연 당일 '산채'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의 분위기를 묻자 김씨는 "화기애애했다"고 답했다. 특검팀이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했을 때 문건을 브리핑하고 화면을 띄워서 같이 설명했느냐"고 질문하자 김씨는 동석했던 경공모 회원들의 닉네임과 자리배치까지 거론하면서 "차례대로 (김 지사에게) 브리핑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김 지사에게 미완성 상태인 킹크랩을 시연한 이유를 묻자 김씨는 "이런 큰 일 하면서 정치인 허락 없이 감히 진행할 수 있겠느냐. 당연히 허락을 받기 위해 시연하고 허락을 구한 것"이라고 했다.


킹크랩을 두고 '극비'라는 표현을 썼던 점에 대해 김씨는 "당시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고 문재인 후보가 17% 지지율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 야당 초선 의원을 데려다 놓고 어마어마한 탄압을 받을 일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킹크랩과 댓글공작 보안에 신경썼다는 의미다.

킹크랩을 개발한 경위에 대해 김씨는 "10월 초에 송민순 회고록 문제가 터졌다. '선플'에 밤낮없이 동원되니까 도저히 밤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회원들이 나가 떨어졌다"며 "10월15일부터는 적극적으로 '안 되겠다. 만들어보라'고 둘리에게 지시했다"고 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2016년 10월 자서전 '빙하는 움직인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송 전 장관은 2007년 참여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하기 전 북한에 의견을 물었고,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이 여기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자서전 때문에 정치권에 파장이 일자 문 대통령을 위해 '선플' 활동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킹크랩까지 개발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김씨는 김 지사도 댓글공작 프로그램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 지사에게 당시 새누리당 댓글 기계를 설명하고 대선을 이기기 위해서는 새누리당 댓글 기계 같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느냐"는 특검팀 물음에 "설명하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김 지사 측은 이날 차분하게 김씨 증인신문을 지켜보면서 메모하는 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 측은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킹크랩은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경공모 활동이 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