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과했나"..1조 가치 노렸던 日 SNK, 상장철회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8.12.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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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대공모 시도한 SNK,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공모철회 결정…"PER 40배 이상 무리수" 평가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공모에 도전한 일본 게임회사 SNK(에스앤케이)가 시장의 투자수요를 끌어내는 데 실패하고 결국 상장철회를 결정했다. 중국 자본이 보유한 일본 게임회사에 대해 PER(주가수익비율) 40배 이상의 밸류에이션은 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NK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7일 상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SNK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지난 4~5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SNK는 '킹오브파이터즈'(킹오파), '메탈슬러그' 등 게임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회사다. 1978년 설립된 SNK가 전신으로, 중국 게임 개발자 출신인 갈지휘 회장이 2015년 인수했다. 게임산업 환경이 PC, 모바일 등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콘솔게임 위주의 SNK는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갈 회장이 인수 뒤 IP 영역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SNK의 코스닥 상장 실패는 무리한 밸류에이션 때문이라는 평가다. SNK가 제시한 희망공모가밴드는 3만4300~4만6800원으로, 밴드 상단 기준 공모금액은 2621억원, 기업가치는 1조517억원이다. 올해 IPO 시장에서 2000억원 이상의 공모를 성공한 기업이 없어 최대규모 IPO 기업으로 기대를 받았다.



SNK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약 24억엔으로, 이날 환율 기준 밴드 상단의 기업가치는 PER 약 42배다. SNK는 공모에 앞서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PER이 아닌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기준으로 삼았다. 투자업계에선 자산가치가 중요한 부동산 관련 회사가 주로 활용하는 PBR 방식으로 게임회사가 기업가치를 산정했다는 데 대한 의아함을 제기하기도 했다.

SNK의 밸류에이션은 최근 성장세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위축된 공모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무리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우세했다. 또, 중국 자본의 일본 게임회사라는 불확실성, 최대주주를 포함한 주요주주의 보호예수 확약이 1년으로 비교적 길지 않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데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NK는 공모 과정에서 최근 실적 성장세, 향후 신작 게임 출시 일정, 아시아 시장 공략 확대 등을 투자포인트로 내세웠지만 결국 무리한 밸류에이션 전략이 공모 실패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자본을 앞세운 대주주 측이 700억대 수준에서 SNK를 인수한 것으로 아는데, 코스닥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노린 데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의견이 적지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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