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타결→무산'…광주형 일자리, 무슨일이

머니투데이 광주=김남이 기자 2018.12.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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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가 사실상 타결에서 무산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광주시가 4일 현대차와 협상을 잠정합의했다고 발표한지 하루만이다. 6일 열릴 예정이었던 ‘광주시-현대차 간 투자협약식’은 취소됐다. 하루사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이용섭 광주시장(왼쪽 세 번째)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왼쪽 네 번째) 등 노사민정협의회 참석자들이 5일 오후 협의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노사민정협의회는 '35만대 생산까지 단체협약 제한'을 담은 광주시-현대차 합의안을 수정하기로 결의했다./사진=뉴스1 이용섭 광주시장(왼쪽 세 번째)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왼쪽 네 번째) 등 노사민정협의회 참석자들이 5일 오후 협의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노사민정협의회는 '35만대 생산까지 단체협약 제한'을 담은 광주시-현대차 합의안을 수정하기로 결의했다./사진=뉴스1


◇4일 광주시-현대차 잠정합의...노동계 반발=
지난 4일 낮 광주시는 노동계로부터 포괄적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시 협상단이 현대차와 완성차 공장 합작법인 설립에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현대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지 6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불안한 조짐이 있었다. 현대차는 광주시에 ‘잠정합의’라는 문구를 수정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합의안이 노사민정 협의회를 거쳐야 최종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사민정 협의회에서 합의안이 수정되면 현대차와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축포를 너무 일찍 터트린 셈이 됐다. 광주시와 현대차간에 잠정합의한 ‘노사상생발전협정서’에는 '상생협의회 결정 유효기간을 35만대 생산까지로 한다'는 조항이 남아 있었다.



상생협의회가 임금 수준등을 결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임단협 유예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반대를 하던 부분이다.

4일 밤에 열린 비공개 투자유치추진단 모임에서 갈등은 표면화됐다. 노동계를 대표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 의장이 모임 1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와 함께 5일 열릴 노사민정 협의회에도 불참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6일 오전 광주시청 1층 로비에 설치된 '광주시-현대차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 무대가 철거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협약식은 이날 오후 2시 열릴 계획이었다./사진=김남이(광주)6일 오전 광주시청 1층 로비에 설치된 '광주시-현대차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 무대가 철거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협약식은 이날 오후 2시 열릴 계획이었다./사진=김남이(광주)
◇5일 진통 끝에 내린 '수정협상안'…현대차 '타당성 없다' 거부=
결국 6일 오전 10시30분 광주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노사민정 협의회가 오후 3시로 연기됐다. 투자유치추진단장인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노사민정 협의회 준비에) 잠을 한 시간도 못잤다"고 말할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다.


강경한 노동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용섭 광주시장이 직접 나섰다. 점심시간 긴급회동을 윤 의장에게 제의한 것이다. 광주 북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 시장은 윤 의장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분위기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고 전했다.

마음을 돌린 윤 의장은 오후 3시 협의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참석 전에 문제가 된 문구(누적 생산 목표대수 35만대 달성 시까지)를 삭제하기로 이미 조율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후 3시를 조금 넘겨 시작된 노사민정 협의회는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노사민정 협의회는 문제된 문구를 삭제한 방안 3가지를 현대차에게 제시하는 합의안을 결정했다. 결의 과정에서 이 부시장은 현대차 측에 수정협상안을 전달했고, 협의회가 끝나자 전화로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나머지 ‘주 44시간, 연봉 3500만원’의 문제 등은 모두 기존과 같았다.

윤 의장은 "현대차에서 이사회 등을 통해 최종 의결이 되면 결과에 따라 최종 조인식을 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수정안을 받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당시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는 다음날 열릴 ‘투자협약식’ 무대설치와 리허설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후 6시55분 현대차는 "광주시가 제안한 내놓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전권을 위임 받은 광주시와 협의 내용이 계속 바뀌는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광주시는 7시30분쯤 ‘협약식 취소’를 참석 예정자들에게 전달했다. 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6일 오전 이 부시장은 기자들을 만나 “젊은 사람들의 희망꺾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협상을 마무리 하겠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실무진과 협상을 하고 싶지만 숨고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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