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빅 히르쉬펠트는 혈액형을 ‘과학’의 도구로 이용해 민족과 인종을 처음 설명한 사람이다. 그는 마케도니아 전장에서 16개 국가, 군인 8500명의 피를 뽑아 ‘생화학적 인종계수’(AB형+A형/AB형+B형)라는 지수를 만들었다.
2016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4년간 1억 원의 장학금을 제안하면서 ‘덜 해로운 담배 선택권’, 즉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를 맡아달라고 요구했다. 담배회사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을 지식 생산 과정에 끌어들인 것이다. 학교 측은 그러나 이 제안을 거절했다.
저자는 1120편의 논문과 300여 편의 문헌을 구체적 근거로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누가 왜 특정 지식을 생산하는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에 질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어떤 지식이건 그 생산에는 누군가의 관점이 담기기 마련이고 어떤 지식은 특정한 누군가의 이익을 반영해 탄생한 것이기에 진리로 둔갑한 ‘지식’에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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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의학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몸만을 표준으로 삼는 문제들을 지적하고 신약 개발에 있어 고소득국가에서 소비되는 약만 개발되는 현실도 다룬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펴냄. 348쪽/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