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중 충돌 속 '세계의 공장' 中 광둥성은 지금

머니투데이 광둥성(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12.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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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에서도 광동성 포산, 허산시 등 기업 유치, 제조업 육성 속도…무역전쟁 영향, 일부 기업 매출 급감하기도

전자 커넥터를 생산하는 더룬전자의 광저우 허산시 허산공업단지 내 생산공장 모습/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전자 커넥터를 생산하는 더룬전자의 광저우 허산시 허산공업단지 내 생산공장 모습/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지난달 28일 오후 광둥성 허산시 중심가에 위치한 허산공업단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한 건물의 내부로 들어서자 큰 운동장 만한 대형 작업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쓰이는 부품인 전자 커넥터를 제작하는 중국 토종기업 더룬전자의 생산공장이다.

더룬전자는 선전, 홍콩, 대만 등 중화권 내 26곳과 미국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등 해외 7개 지역에 생산시설 및 지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가 생산한 커넥터들은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불리는 광둥성을 비롯한 중국 내는 물론 세계 각지의 관련 제조업체들에 공급된다. 선전이 본사인 더룬전자는 지난 2015년 생산 시설 확충을 위해 이 곳에 입주했다. 이 곳에서 확보한 부지만 17만㎡, 축구운동장 20배를 넘는다.



리하이나 더룬전자 총경리는 "선전에서는 더이상 땅을 구하기 힘들어 고객들이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이곳을 선택했다"면서 "허산시 정부가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다른 곳에선 1년도 넘게 걸릴 입주 결정이 2개월만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전체 GDP 1위이자 제조업 전진기지인 광둥성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 규모 자체가 큰 데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45%) 역시 높아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며칠 앞뒀던 지난 26~29일 광둥성 내 포산, 허산, 장먼 등 도시들을 찾았다. 중국 내에서도 경제성장률이 높은 지역 답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산업과 기업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미국의 무역 공세에 대해서는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일부 기업들은 매출 성장세가 추락하는 등 불안감도 감돌았다.



광둥성 포산시 포산하이테크산업구 내에 위치한 독일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사 이치다중의 생산공장/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광둥성 포산시 포산하이테크산업구 내에 위치한 독일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사 이치다중의 생산공장/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세계의 공장' 선전 광저우가 다? 포산 허산 장먼도 있다 = 광둥성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는 중국 개혁개방의 대명사로 불리는 선전과 성도인 광저우다. 이들 도시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인구 766만명의 포산시도 빼놓을 수 없다. 포산시는 지난해 GDP가 9550억 위안으로 인구 1000만 명 이상 거대도시를 뺀 중국 도시 가운데 16위에 올랐다. 공업총생산액은 2조4000억 위안으로 쑤저우, 상하이, 톈진, 선전, 충칭 등 중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들에 이은 전국 6위 였다. 중국 500대 민영기업 가운데 7곳이 포산에 있고 이중 백색 가전업체인 메이더와 부동산 기업 비구이위안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한다. 선전이 창업도시로 발전하면서 제조시설들이 외곽지역으로 빠져나오게 돼 포산을 비롯한, 허산, 장먼 등 광둥지역 다른 도시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 차이자화 포산시 상무부시장은 28일 "포산은 개혁 개방의 도시이고, 제조업 전통이 있는 도시"라며 "포산의 제조업 중시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국가급 산업구로 설립된 포산하이테크산업구가 포산 산업 생태계의 중추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91곳이 이 곳에 투자하고 있고, 입주 기업 가운데 상장기업만 76곳, 첨단혁신기업이 1020곳에 달한다. 독일 폭스바겐의 중국내 합작사 이치다중도 이 곳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이치다종 포산 공장 관계자는 "공장 자동화율이 70~80%로 폭스바겐의 중국내 공장 가운데 가장 높다"면서 "현재 연간 60만대 생산이 가능하고 전기차를 생산하게 될 새 공장이 완공되는 2020년에는 연 77만대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포산 인근에 위치한 허산과 장먼시도 떠오로는 산업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허산공업단지는 지난 2015년부터 90㎢ 면적으로 조성돼 이미 528만㎡가 넘는 산업용지 개발이 이뤄졌다. 6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입주했으며 둥펑신에너지자동차, 푸화장비산업원, 더룬전자, 둥펑스마트제조 등은 각각 10억 위안(1620억원)이 넘는 자금을 이 곳에 투자했다. 허산시는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웨강아오 대만구의 중심에 위치하고 교통이 편리해 물류중심지로서도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장먼시는 광둥-마카오 산업협력시범구, 중국유럽 중소기업국제합작구 등을 통해 기업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굴소스 하나로 세계적인 기업이 된 이금기의 최대 생산 공장도 장먼시 신후이구에 위치해 있다. 가족기업인 이금기는 1888년 이금상 옹이 굴소스를 개발하면서 설립돼 올해로 130년 째를 맞은 지난 유서깊은 기업이다. 220여개의 소스와 양념류를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10월23일 개통된 '세계 최대 해상 대교' 강주아오대교/사진 제공=강주아오대교 관리국 지난 10월23일 개통된 '세계 최대 해상 대교' 강주아오대교/사진 제공=강주아오대교 관리국
◇'세계 최장' 강주아오대교 개통…웨강아오 대만구 새 동력 = 지난 29일 오후 '세계 최장 해상대교'로 불리는 강주아오대교의 주하이쪽 출입구. 지난 10월23일 개통된 이 다리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20대 중국 여성은 "그냥 단순한 다리라고 생각했는데 다 지어지고 나니 자랑스럽다"면서 "국가를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대교는 전체 길이가 55km에 달한다. 해저 터널과 인공섬 등을 뺀 해상 교량 구간은 29.6km로 미국 폰차트레인 호수의 수상구간이 38km를 넘는 코즈웨이 대교보다는 짧다. 중국은 강주아도 대교 전체 구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대교'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다리의 개통으로 홍콩과 마카오, 주하이 간의 차량 이동시간은 3시간30분에서 30분으로 대폭 단축됐다.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포함하는 도시군을 뜻하는 웨강아오 대만구 건설 계획과 맞물려서도 의미가 있다. 강주아오대교가 대만구 내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시너지를 키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자정 현재 강주아오대교의 누적 이용객수는 총 179만명으로 하루 평균 6만5000명, 하루 최대 10만3000명을 기록했다. 통행 차량 기준으로는 여객 버스가 97.58%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경제 시너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화물차 비중은 2.42%에 그쳤다. 강주아오대교 관리국 관계자는 "화물차 비중이 늘기 위해선 관련 인프라들이 갖춰져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둥성 포산시 차이자화 상무부시장(사진 가운데)이 28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광둥성 포산시 차이자화 상무부시장(사진 가운데)이 28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미중 무역전쟁 영향…"경쟁력 자신" vs "매출 급감"=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에 대해선 기업별로 온도차가 있었다. 정부 관계자와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의 경쟁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페트병 등 음료의 용기를 만드는 설비를 생산하는 GDXL의 한 관계자는 "점유율과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우리 제품 없이는 고객사가 자신의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기 어렵다"면서 "미국에서도 여전히 우리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산시 상무부 관계자도 "우리 상품은 세계에서 가격과 품질면에서 환영 받고 있다"면서 "중미 무역전쟁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출이 급감하는 등 무역전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기업도 있었다.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80% 증가했던 매출이 올해는 40% 감소했다"면서 "무역전쟁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룬전자의 리하이나 총경리는 "매출의 30%가 수출인데 유럽 비중이 크고 미국 비중이 낮아 아직은 영향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무역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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