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점은 무조건 충치?" '매의 눈' 3D진단 오진 없앤다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0>디지털치과]①첨단장비로 정밀계산, 치과진료 새 표준 발돋움전통적인 치과 치료는 치과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치료가 잘못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치과의사의 주관적인 판단 대신 첨단장비들의 3D(3차원) 영상물과 수치에 따른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졌다. 특히 치료기간이 대폭 단축된 데다 치료 후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져 의료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박 교수는 “과거 아날로그 방식은 복잡한 충치가 있으면 멀쩡한 부분도 없애고 단순하게 치료했다”며 “하지만 디지털 방식으로는 이러한 오차를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치아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치과에 디지털 방식이 도입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치료시간 단축이다. 일반적으로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고 크라운까지 씌울 경우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치과의사가 진료 후 당일 크라운 제작을 위해 본을 뜨고 석고 모형을 만들어 기공소로 보내도 기공소에서 크라운을 보내오는 데 4~5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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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까지 구비된 디지털 치과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1시간이면 끝난다. 턱뼈와 잇몸이 건강하다면 임플란트 10개를 식립하는 데도 1시간이면 해결된다. 이정훈 도봉예치과 원장도 디지털 치과의 장점이 커 앞으로 치과의 디지털화가 점점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치과에 디지털시스템을 도입하면 치과의사와 보철물을 제작하는 기공시간에도 효과적이고 객관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져 양질의 보철물을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보철물 또는 모형의 데이터를 영구 보존할 수 있어 이후 치료시간 단축 등의 부가적인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치료시간 단축과 정확한 진단, 데이터 보관이 가능하다는 강점 때문에 치과병·의원의 디지털 바람은 전세계적으로 거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PMR(Persistence Market Research)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치과 캐드캠(CAD·CAM)과 보철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연평균 5.6% 성장해 145억2860만달러(약 16조381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PMR는 디지털 치과가 치과 진료의 새로운 표준이 되기 직전이라고 분석했다.
입속 치아의 구조를 3D로 저장할 수 있는 구강스캐너도 빠르게 발전하며 보급되는 추세다. 글로벌 의료리서치기관 QYR(QYR Pharma & Healthcare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전세계 구강스캐너 보급 대수는 올해 1만2249대에서 2025년 3만2255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교수는 “국내 치과 캐드캠 시스템의 시장 규모는 세계시장의 약 5%로 추정된다”며 “2016년 약 3840만달러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치과에서 디지털 CT를 비롯해 디지털 엑스레이, 구강스캐너, 밀링머신, 캐드캠, 3D프린터, 진단기, 각종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치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3억원 정도다. 초기비용이 많이 들고 장비들을 다루는데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디지털화에 어려움이 다소 있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치료시간이 대폭 단축돼 비용이 감소하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디지털치과 전도사' 박지만 교수 "치아 본뜨기 5분이면 끝"
[메디슈머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10>디지털치과]②"환자 편의성 극대화…일상 바꾸는 혁신기술" 박지만 연세대 치과대학 보철과학교실 교수. / 사진=김창현 기자
박지만 연세대 치과대학 보철과학교실 교수(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치과’ 기술은 환자의 편의성이 극대화하는 기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컴퓨터 지원 설계’(CAD·Computer-aided Design) 및 ‘컴퓨터 지원 생산’(CAM·Computer-aided Manufacturing)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과 보급에 힘쓰는 박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교수는 2010년 대한치과보철학회 발표를 준비하면서 ‘디지털 치과 전도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구강스캐너를 주제로 정했으나 연구를 거듭하면서 CAD 기술이 국내 치과의학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특히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을 최소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구강스캐너는 1985년 스위스 취리히대학에서 개발된 후 유럽 등에 보급됐으나 2010년 당시 국내에선 미지의 영역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강스캐너는 보철물과 틀니 제작을 위해 인상재를 머금는 기존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며 “인상재로 인한 이물감과 구토 등으로부터 해방시키는 혁신기술”이라고 강조했다.
CAD 기술은 보철물의 생산성도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구강스캐너로 추출한 환자의 치아 정보를 기공소에 전송, 빠르고 정확한 보철물 생산에 활용한다”며 “기공사와 해당 치아 정보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면서 소통 부족으로 발생하는 품질 저하를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생산기간도 아날로그방식에 비해 절반 이하로 단축했다. 기존에는 환자가 입안에 머금은 인상재를 굳힌 후 이를 기반으로 석고 소재 치아모형을 만들고 해당 모형을 기공소에 퀵서비스로 전달하면서 보철물 생산까지 최소 3일 이상이 소요됐다.
박 교수는 또 CAM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치과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AD 기술로 확보한 치아 정보에 따라 분말을 쌓아 보철물을 생산하는 3D(3차원) 프린터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치과 영역에서 3D 프린터 기술이 고도화하면 까다로운 형태의 보철물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 현재는 주로 세라믹 등을 밀링머신으로 깎는 생산방식이 사용된다. 박 교수는 이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부터 2023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디지털 치과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며 “2010년대 초 30분에 달하던 구강 스캔 시간도 현재 5분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디지털 치과 보급 속도는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해 빠른 수준”이라며 “고도화한 기술이 개발되고 안정화하면서 디지털 치과는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만 연세대 치과대학 보철과학교실 교수. / 사진=김창현 기자
"디지털 치과는 비싸다?…추가비용 거의없어"
[메디슈머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10>디지털치과]③"장비도입 비용 들지만 치료비로 충당 안해"
박지만 연세대 치대교수가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병원 정책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환자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장비 도입에 비용이 들지만 대부분 치과병원이 치료비 인상으로 이 비용을 충당하지는 않는 것.
최근 주목받는 ‘임플란트 가이드 수술’은 디지털 장비로 임플란트 수술 전 정확한 잇몸 상태와 식립 위치 등을 확인하는 일종의 ‘모의수술’이다. 많은 병원은 가이드 수술비용을 따로 청구하는 대신 기존 임플란트 수술비용을 소폭 올리는 데 그친다. 초기비용 외 장비 사용 비용이 많지 않은 데다 치료비가 크게 비싸질 경우 환자들이 병원 자체를 꺼릴 수 있어서다. 추가비용이 없는 병원도 있다. 수술 신뢰도를 높여 환자를 모을 수만 있어도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과치료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3D(3차원) 구강스캐너, 캐드(CAD·Computer Aided Design) 소프트웨어, 밀링머신, 3D프린터 등 의료기기가 필요하다. 치의료계 관계자들은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치과 의료기기 산업을 주도하면서 가격현실화도 이끈다고 설명했다.
전통 치과 치료에서 발생하던 비용이 감소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구강의 본을 뜨는 인상재와 인상체에 부어 모형을 만드는 석고, 이외에도 치과 기공물 제작에 사용되는 다양한 재료사용이 줄어들고 기공소까지 모형을 배송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관계자는 “디지털 치과 치료는 기공물질을 상향 평준화하고 환자의 데이터 기록 저장·추적을 쉽게 해주는 등 양질의 결과를 얻게 해준다”며 “디지털 장비 도입에 초기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운용기간이 수년 이상 쌓인다면 비용도 오히려 전통 치료보다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제공=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보철과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