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방분권, 지자체 책임부터 정하자

머니투데이 곽노성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 2018.12.11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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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지역 일자리 확대를 위해 현대차와 합작법인을 추진하고 있다. 명목임금은 지금 현대차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되 주거, 복지 등을 광주시가 직접 지원해서 실질임금은 같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많은 분들이 과도한 임금을 낮출 기회인데 노조의 반대로 무산된다고 안타까워한다.

과연 그럴까? 낮은 명목임금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과도한 임금 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 결국 중앙정부 재정지원 확대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처음에는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만 여러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고 결국 중앙정부의 재정투입 확대로 끝나는 지금까지의 혁신성장 정책 실패 사례를 답습하고 있다.



[기고]지방분권, 지자체 책임부터 정하자


지난 십여 년간 많은 재정을 투입한 지역혁신사업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통해 지역 혁신역량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성과는 미약하다. 진행과정을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지자체가 중앙정부 예산 확보에만 열심이고 사업성공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예산집행은 지역 내 기득권 세력 중심으로 진행되고 기존 산업체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신산업 개발에는 소극적이다. 다음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는 예산확보에만 관심이 있다.

이렇게 심각한 모럴해저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자체의 책임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수도나 교통처럼 지자체 고유 업무가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에는 중앙정부와 역할이 중복된다. 청년용돈처럼 인심을 얻는데 도움이 되는 사업에는 적극적이지만 식품안전관리처럼 어려운 일에는 소극적이다. 식품제조업체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주무관청을 시군구에서 시도로 격상시키겠다는 식약처 정책이 서울시 반대로 무산되는 현실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지방자치 확대 방안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세 비중을 늘리고 중앙정부의 포괄보조금사업을 이관하는 지자체 권한 강화 방안만 있을 뿐 정작 지자체 책임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다. 이대로 지자체 예산이 늘고 중앙정부 사업이 이관되면 어떻게 될까? 방만하게 운영되는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모럴해저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중앙정부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던 시대는 지나고 있다. 과거에는 기반구축을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이 필요했다. 지금은 아무리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장도 지역주민의 동의 없이 들어설 수 없다. 이제 일자리 창출은 지자체가 주도해야 하며, 그 책임은 명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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