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그 때 국민들에게 생긴 일

서지연, dcdc,김리은 ize 기자 2018.11.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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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그 때 국민들에게 생긴 일


‘국가부도의 날’ 보세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서지연
: 1997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는 일주일 안에 국가부도 사태가 닥칠 것임을 예견하고 이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 재정국 차관(조우진)을 비롯해 정부는 이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하지만, 미리 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기회로 여긴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과감한 역베팅을 준비하고, 작은 공장의 사장 갑수(허준호)는 속절없이 부도 위기를 맞는다. 전 국민이 다 아는 IMF 이야기를 다양한 계층과 입장의 인물들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입체적인 인물들의 시점이 빈틈없이 교차되며 정해진 결말을 향해 숨 가쁘게 질주한다. 거대한 부조리 속에서 희생당하고 심지어는 자책까지 해야 했던 국민들의 모습을 처절하게 묘사하면서 깊은 한숨을 자아내지만, 그럼에도 씁쓸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완성도를 갖췄다.

‘후드’ 마세
테런 에저튼, 제이미 폭스, 이브 휴슨
dcdc
: 십자군 전쟁에서 돌아온 귀족 로빈(테런 에저튼)은 자신이 없는 사이 귀족과 사제들의 농간으로 그의 고향이 엉망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와 전쟁터에서 적으로 만났던 리틀 존(제이미 폭스)은 로빈에게 다가가 복수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함께 의적으로 활약하기를 제안한다. 로빈 후드 전설을 재구성, 자기현시욕으로 가득한 1세계 백인 남성의 나이브한 혁명관이 상영 시간 내내 이어진다. 주인공이 자기 집에 말을 훔치러 들어온 여성의 손목을 잡아 채 벽 쪽에 몰아세운 뒤 플러팅을 던지거나 타 문화권에서 온 인물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며 이름이 어렵다고 불평하는 장면들은 무슨 생각으로 넣었는지 알 수 없다. 옛 영국의 도시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현한 풍경만은 나쁘지 않은 볼거리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 글쎄
클레어 포이, 실비아 획스, 스베리르 구드나손
김리은
: 여자와 약자를 괴롭히는 남자들을 처단해온 천재 해커 리스베트(클레어 포이)는 프로그램 해킹 의뢰를 수행하다 괴한들의 습격을 받는다. 이번 의뢰가 악랄한 범죄조직 ‘스파이더스’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 리스베트는 그들을 막으려 고군분투한다. 스웨덴 베스트셀러 ‘밀레니엄’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작가 사후 대필된 리부트 버전의 소설이 원작이다. 화면에 펼쳐지는 스웨덴의 설경과 음악이 주는 압도감이 있고, 대상화되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중심에 놓는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럼에도 액션물로서는 긴박함이 부족하고 전반적으로 예상 가능한 장면이나 전개가 반복된다. 리스벨트의 조력자인 미카엘(스베리르 구드나손)이나 과거 결별한 동생 카밀라(실비아 획스)와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도 피상적이다. 원작의 저작권이 작가가 원치 않는 유족에게 넘어간 후 집필됐다는 윤리적 논란과 별개로, 서사의 완성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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