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효과' 노린 구광모 LG 회장의 전략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8.11.28 18:35
글자크기

홍범식·김형남·김이경 3인방 영입…순혈주의 깨고 세대교체 시동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진 왼쪽)과 김형남 자동차부품팀장. /사진=LG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진 왼쪽)과 김형남 자동차부품팀장. /사진=LG


28일 단행된 LG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외부영입 3인방이다. 지주사인 ㈜LG (80,000원 ▼1,400 -1.72%)가 주요 요직을 신설하면서 외부인사 3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논에 메기를 투입해 미꾸라지에 활력을 넣는다는 메기이론을 닮았다. 만 40세의 구광모 회장이 그리는 '뉴 LG'의 청사진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 (80,000원 ▼1,400 -1.72%)는 이날 임원인사를 통해 홍범식 사장과 김형남 부사장, 김이경 상무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LG (80,000원 ▼1,400 -1.72%)는 홍 사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이끌 경영전략팀과 자동차부품팀도 신설했다.



홍 사장은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지내다 LG그룹 경영전략팀장으로 영입됐다. 조직개편 전까지 기획팀이 담당했던 분야로 이날 인사에서 LG전자 로봇사업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노진서 전무가 그동안 담당해왔다.

조직 수장이 전무급에서 사장으로 격상되면서 업무 범위와 역할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로봇,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품 등 그룹 전반의 새 판 짜기를 염두에 두고 구 회장이 직접 홍 사장을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홍 사장은 사업비전과 혁신전략 분야의 전문가로 인수합병(M&A) 업무에도 해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1968년생으로 서울 여의도고, 미국 남가주대(USC)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SK텔레콤 사업전략 실장을 거쳐 2011년 베인&컴퍼니에 합류, 코리아 글로벌 파트너와 아시아 정보통신부문 대표를 지냈다.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영입된 김 부사장은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았던 연구통이다. 업계에선 LG그룹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통파 구원투수를 충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본지 21일 보도 '[단독]구광모 회장, '외부수혈 2호' 한국타이어 김형남 R&D본부장' 참조

자동차부품팀은 지주사에 처음으로 신설된 조직이다. LG그룹의 전장사업은 그동안 LG전자 (98,900원 ▲200 +0.20%) VC(Vehicle component)사업본부를 중심으로 LG화학 (361,000원 ▼6,000 -1.63%), LG이노텍이 공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앞으로 김 부사장이 계열사별 전장사업을 조율할 컨트롤타워로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서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기존 VC사업본부)를 맡게 된 김진용 부사장과의 궁합에도 관심이 모인다.

김형남 부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기아차 연구소에 입사해 삼성자동차 샤시설계팀장, 르노삼성자동차 연구소 중대형 수석엔지니어 등을 지냈다. 2013년 한국타이어로 자리를 옮겨 구매부문장을 맡다가 2015년 12월부터 전공을 살려 연구개발본부장을 겸임했다.

김이경 상무는 머크, 이베이코리아 등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인사관리 전문가다. 1970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제약회사 MSD 아태지역 인사담당 상무를 거쳐 2016년 이베이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인사총괄 부문장으로 일하다 LG그룹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으로 영입됐다.

LG그룹이 외부 전문가 대거 수혈에 나선 것은 그룹 역사에서 처음이다. 그룹 안팎에선 외부인사 대거 영입을 두고 구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르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변화의 리더십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변화의 시대를 이끌 인재라면 인재풀의 경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인사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얘기다. 구 회장은 지난 9일에도 LG화학 신임대표로 글로벌 혁신기업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하는 깜짝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사업 청사진의 조율사 역할을 할 인사로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외부 출신을 내세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아버지 세대 인사'로 분류되는 주요 계열사 대표를 유임,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진용 구축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는 것이다.
구광모 LG 회장. /사진=LG구광모 LG 회장. /사진=LG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