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떠나는데…아들 지분은 0%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8.11.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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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이규호 전무 지주사 지분 전무, 10년차 지주사 체제도 공고해…무리하게 승계 서두를 이유 없어

(좌측부터)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 장남 이규호 전무(좌측부터)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 장남 이규호 전무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그에 따른 오너일가의 승계 작업은 아직 첩첩산중이다.

이 회장이 여전히 지주사 ㈜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다 만 34세에 불과한 장남 이규호 전무는 ㈜코오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지분이 사실상 전무하다. 10년째에 접어든 지주사 체제가 공고하다는 게 그나마 안정적이다.

코오롱은 유석진 대표 체제로 그룹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이규호 전무가 ㈜코오롱 지분을 서서히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코오롱 지분율은 49.74%다.



이 회장은 지주사 외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1.21%), 코오롱생명과학(14.4%), 코오롱글로벌(0.38%), 코오롱에코원(19.05%), 코오롱인베스트먼트(12.5%), 코오롱베니트(49%), 엠오디(50%) 등 주요 계열사 및 관계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들인 이 전무는 지주사 ㈜코오롱 지분을 한 주도 들고 있지 않다. 그가 대표를 맡은 셰어하우스 계열사 '리베토'를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 지분도 전무하다. 아버지 이 회장이 학창시절부터 코오롱 지분을 보유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때문에 이 회장의 퇴임이 곧바로 승계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제 만으로 62세인 이 회장이 건재한 데다 아들 이 전무 역시 34세로 여전히 경영수업을 받는 중이다. 대규모 증여세를 감수하고 무리한 승계에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이 회장은 지난 8월 결정된 ㈜코오롱 유상증자를 발판으로 ㈜코오롱 지분율을 2.36%p 높였다. 퇴임 선언 불과 3개월 전에도 지분 상속을 통한 승계에 뜻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10년 차에 접어든 그룹 지주사 체제가 이미 안정화됐다는 점에서도 이 회장은 당분간 빠른 승계 작업에 나서 지배구조 판을 다시 짜야 할 필요도 없다.


코오롱은 2009년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코오롱과 신설법인인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나누면서 ㈜코오롱을 지주회사로 전환했으며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전환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이 회장 단독으로 50%에 육박한 지분을 쥔 ㈜코오롱 산하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에코원 등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은 공고하다.



재계에서는 이 전무가 경영수업을 받는 가운데 서서히 ㈜코오롱 지분율을 올려가는 방식으로 승계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도 승계 보다는 경영수업이 우선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이 회장의 퇴임과 그룹 임원인사 관련,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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