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현장] ⑧ '구단-선수-지역-팬' 나눠야 함께 산다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2018.11.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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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군인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손흥민(맨 왼쪽)과 해리 케인(가운데). /사진=토트넘 파운데이션 제공전역 군인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손흥민(맨 왼쪽)과 해리 케인(가운데). /사진=토트넘 파운데이션 제공


한국 프로스포츠, 나눔 활동의 나아갈 방향

국내외를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 구단과 선수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필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구단들이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이런 요구는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프로 스포츠 구단과 선수의 사회 공헌 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하면 더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됐다.

프로 스포츠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국내 구단들도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 명문 구단들과 비교하면 아직 질적, 양적 측면에서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스타뉴스는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스포츠 선진국들과 국내 구단의 사회 공헌 활동을 현장 취재해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나눔 활동의 나아갈 방향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축구 중심' 독일·영국 구단, 사회 공헌도 '톱 클래스'
② '어린이·실업자에게 저녁 한 끼를' 스코틀랜드 셀틱의 창립 목적
③ 일본 감바 오사카, 지역 사회의 '해결사'
④ '아이 행복 우선' 일본 비셀 고베의 사회공헌
⑤ MLB '저연봉자' 최지만 "나눌 수 있을 때 나눠야죠"
⑥ MLB 구단들은 왜 매년 수십억씩 기부할까
⑦ 'KIA, 기부금만 25억원' 팬 사랑 보답하는 국내구단들
⑧ [총평] '구단-선수-지역-팬' 나눠야 함께 산다

스타뉴스는 앞서 독일·영국·일본·미국 프로 구단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현장 취재했다. 이들 프로스포츠 선진국들의 사례가 국내 구단과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전문가와 팬의 조언을 곁들여 한국 프로스포츠 나눔 활동의 나아갈 방향을 총정리한다.



구단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스포츠 산업 전문가인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는 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프로 선수들은 사회 공헌 활동을 많이 잘 하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에는 다소 인색한 편"이라며 "이 점이 외국과 차이점이다. 외국은 스포츠와 연관된 재능 기부 활동을 주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기회가 적은 편이다. 개인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단이 좀 더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이아몬드백스 파운데이션 중점 사업인 야구장 짓기 프로그램의 일환인 '폴 골드슈미트' 구장. /사진=다이아몬드백스 제공다이아몬드백스 파운데이션 중점 사업인 야구장 짓기 프로그램의 일환인 '폴 골드슈미트' 구장. /사진=다이아몬드백스 제공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 중에서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백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998년 창단한 막내 구단이다. 하지만 사회 공헌 활동에 대단히 많은 신경을 쓴다.


애리조나의 올해 누적 기부액은 6000만 달러(약 678억원)에 달한다. 300만달러(약 33억원)를 지역 사회에 투자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평균(150만 달러)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이다.

다이아몬드백스뿐 아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재키 로빈슨 데이, 어머니의 날, 참전 용사의 날 등 MLB 사무국과 연계한 전국적인 행사를 실시한 뒤 선수들이 그날 입었던 스페셜 유니폼을 경매로 팔아 재원을 마련한다. 그리고 이 돈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백스 지역사회활동 최고책임자 데비 카스탈도 부사장은 사회공헌 활동 이유에 대해 "리더가 되기 위해서"라며 "가시적인 최종 목표는 물론 우승일 수 있다. 거기에 필드의 안팎에서 누구보다 팬을 존중하며 최고의 기업 문화를 선도하고, 시민 참여와 기금 마련에 앞장서는 우리의 성과 또한 성공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헌신이 곧 우승을 불러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지역이 살아야 스포츠도 산다

프로스포츠는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구단의 사회 공헌에서 '지역 사회 발전'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자 과제이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의 사회 공헌 활동을 평가하고 있는 이선철 문화 기획자(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 공헌 활동 평가 역할을 맡기 전에는 한화 구단이 팬들을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하는 활동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들을 들여다보니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력과 파급 효과는 물론, 사회 공헌 활동으로서의 의미가 컸다"고 설명했다.

해외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일찌감치 지역과 밀착해 성장해 왔다. 이청용(30)이 속한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2(2부 리그) VfL 보훔 구단은 탄광이 많은 지리적 특성을 이용, 자원 활용과 환경 보호 등의 친환경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훔 지역에 가스와 전기, 수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보훔 시영 사업체'와 함께 매 시즌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인다.

보훔 구단의 사과 나무 심기 프로젝트. /사진=보훔 구단 제공보훔 구단의 사과 나무 심기 프로젝트. /사진=보훔 구단 제공
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지역 생활 체육 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보훔은 유소년 축구팀, 여자 축구팀, 댄스 스포츠, 배드민턴, 농구, e스포츠, 테니스, 탁구 종목의 지역팀을 직접 운영한다. 보훔 구단 사회공헌 담당자 미리암 슈미트는 "이런 활동들은 의무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축구 구단의 DNA와 같다"고 말했다.

영국 프로축구단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활성화된 2000년 이후 사회 공헌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손흥민(26)이 뛰고 있는 토트넘은 '토트넘 파운데이션(2007년 1월 설립)'을 통해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운데이션 설립의 최대 목적은 지역민들의 일자리 창출이다. 토트넘 파운데이션 매니저 요한나 영은 "지역 사회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을 실시 중이다. 토트넘의 새 구장이 완성되면 구장 관리, 보안 요원, 티켓 판매원, 구장 요리사, 하우스 키핑 등 약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프로축구단 역시 '지역 밀착'의 가치관을 추구한다. 연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구단으로 성장하는 게 구단들의 핵심 가치이다.

J리그 비셀 고베는 지역 시민들이 원하는 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면 찾아가야 한다는 이념을 갖고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친다. 비셀 고베 구단이 참가하는 행사 횟수만 해도 연간 최대 100회에 달한다. 선수가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마스코트나 치어리더들이 대신 나서기도 한다. 비셀 고베 사회 공헌 활동 담당자 모리이시 히코하루는 "시민들이 만든 팀인 만큼 시민들의 행복이 중요하다. '비셀 고베가 없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구단의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초등학교를 방문한 비셀 고베 김승규. /사진=비셀 고베 제공초등학교를 방문한 비셀 고베 김승규. /사진=비셀 고베 제공
선수들 재능 기부 확대해야

팬들은 선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축구 팬인 권오현(25·서울 거주)씨는 "외국에는 축구 교실 운영 등 선수 개인별 활동이 많은 것 같다. 같은 에이전시에 속한 선수들이 함께 축구 교실을 열기도 한다"며 "그러나 국내에선 구단들의 사회 공헌 활동에 비해 선수 개인별 활동은 적은 것 같다. 선수들이 나서는 것에 대해 구단들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개인별 활동이 많아지면 팬들도 늘어나고, 결국 리그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해외에서는 구단뿐 아니라 선수들도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한다. 아직 연봉이 그리 많지 않은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최지만(27·탬파베이 레이스) 역시 나눔에 적극적이다.

최지만(왼쪽)과 글렌데일 야구팀. 가운데는 트루질로 감독. /사진=한동훈 기자최지만(왼쪽)과 글렌데일 야구팀. 가운데는 트루질로 감독. /사진=한동훈 기자
그는 2016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직후부터 "나눌 수 있을 때 나눠야 한다"는 소신으로 재단 'CHOI 51'를 사비로 설립했다. 2017년에는 모교인 인천 서흥초등학교에 재능 기부 및 야구용품(1000만원 상당)을 기증했고, 청각장애인 야구 후배 서길원을 에인절스타디움 시구자로 초청하기도 했다. 최지만은 "액수가 적다고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계시지만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닌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실천하려는 의지"라고 말한다.

J리그 감바 오사카도 사회 공헌 활동에 선수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감바 오사카는 유아, 청소년, 장애인, 노인, 그리고 소년원 등을 대상으로 지역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감바 오사카 사회 공헌 활동 담당자 오쿠데 야키히로 과장은 "선수들에게 이 활동이 왜 필요한지 설명을 통해 인지시키고 있다. 조금씩 선수들도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다. 이 활동이 본인들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도균 교수는 "그동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CSV(공유 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를 더욱 중시하는 추세"라며 "과거 단순한 봉사와 희생이 주였다면, 이제는 재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다. 이런 활동들은 팬들과 관계도 돈독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본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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