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조원과 61억원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8.11.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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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국회가 4조원의 세수결손을 두고 시끄럽다. 야당은 정부의 가계부가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야당의 말이 틀리진 않다. 정부는 이듬해 수입과 지출이 담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그런데 지난 9월 예산안 제출 후 가계부에 변동이 생겼다.

정부는 최근 재정분권과 유류세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지방으로 내려 보내는 돈이 많아지면 중앙정부의 수입은 줄어든다. 유류세를 깎아주면 그만큼 세입은 감소한다. 그 돈이 모두 합쳐 4조원이다.



예상보다 수입이 4조원 줄어드니 대안을 내놓으라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정부로선 대안이 마땅치 않다. 얽히고 설킨 예산안에서 특정 항목만으로 수입을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의 설명대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야당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기싸움은 여전하다. 이대로라면 12월 2일로 예정된 예산안 처리의 법정기한을 지키기 어렵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파행’이라는 단어가 한 해도 빠지지 않았지만 올해는 유독 더디고 시끄럽다.



예년처럼 이 와중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정부안에서 10조원 이상을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올려보냈다. 국토교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증액을 추진하는 예산만 4조5883억원이다.

국토위와 농림축산식품위는 유독 민원성 예산이 많은 곳이다. 국토위는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다룬다. 농림축산식품위는 농어민 관련 예산을 맡는다. 지역구 의원들의 ‘표’와 연결된 곳들이다.

결과적으로 가계부의 수입란에 공백이 생겼다며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이들이 정작 ‘지출’ 항목에 ‘묻지마 증액’을 시도하고 있다. 4조원의 결손이 문제가 있다면 4조원의 증액도 문제가 있다. 전형적인 이율배반이다.


국민들은 61억원 규모의 한부모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분노했다. 공교롭게 국토위는 ‘김천-구미 국도건설’ 공사비 61억원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천은 송 의원의 지역구다.

[기자수첩]4조원과 6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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