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전자 백혈병 보상이 남긴 것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8.11.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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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는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겠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사장)는 23일 이렇게 강조하고 이른바 '백혈병 11년 분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발표한 대로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조건없이 수용하는 것은 물론 2028년까지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과 여러 난치병 사이의 상관관계는 해외(IBM, NSUK)에서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은 이슈다. 삼성옴부즈만위원회 역시 올 초 반도체 작업환경과 백혈병 인과관계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이날 발표는 한국 산업계의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과학적 입증이 안됐지만 '개연성'만으로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에서 근무한 각종 질병 피해자 전원을 보상하는 차원을 넘어 국내 노동환경 전반을 크게 개선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유해물질 사용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반도체·LCD 공장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산업현장에서 '원인불명'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당장 10년 이상 이어진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는 당장 한국타이어 (56,700원 ▲400 +0.71%)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7년 역학조사 당시 '돌연사를 유발하는 공통된 직업적 원인 또는 작업 환경적 위험요인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고 자동차 회사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고를 예방하고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최대한 복구하는 것이 최선이고 순리다.


삼성전자의 이번 공식 사과를 계기로 반도체·LCD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일터에서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자수첩]삼성전자 백혈병 보상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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