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영업맨' 중요성 부각…IB 출신 사장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8.11.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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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정일문 사장 '전면배치'

증권업계 '영업맨' 중요성 부각…IB 출신 사장 '전성시대'


"증권업계에서 IB(투자은행)를 거쳐야 요직을 맡을 수 있다는 공식이 생겨나고 있다." (A증권사 임원)

'IB맨'이 증권사 대표이사·임원직에 전면 배치되면서 증권업계 '승진가도'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외환경에 따라 실적이 급변하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보다는 회사채 발행,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일감이 풍부한 IB 사업부문이 증권사 내 '파워부서'로 자리 잡았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 (66,000원 ▲500 +0.76%))는 지난 23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 신임 사장은 2014년 부사장 승진 후 4년 만에 지난 12년간 한국투자증권 CEO(최고경영자)를 맡았던 유상호 사장의 후임 자리를 꿰찼다. 전무에서 부사장 승진까지 7년까지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기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한 셈이다.

정 사장은 ECM(주식자본시장)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퇴직연금 본부장을 역임하다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을 역임했다. 최근 채권 발행, M&A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지만 경력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IB맨'으로 보냈다.



올해 3월부터 NH투자증권 (11,910원 ▲190 +1.62%) 대표직을 맡고 있는 정영채 사장 역시 IB사업부 대표 출신의 내부인사다. 정 사장은 IB 경력 31년차로 최근 수년간 IB업계 인사들이 꼽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병조 KB증권 대표 역시 경제관료 출신이지만 △NH투자증권 IB 전무 △KBD대우증권 IB부문 대표 부사장을 거쳐 'IB맨'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IB맨들이 증권사 CEO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실적이다. 과거에는 그룹사 인사를 거쳐 증권업계 경력이 전무한 '낙하산' 인사도 종종 있었고 내부 인사 중 리서치센터·경영본부·WM(자산관리)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이 대표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규모 IB 거래 하나가 증권사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최근 영업환경에선 실무에서 잔뼈가 굵은 'IB맨'들의 영업능력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증권사 IB는 △IPO 주관 △유상증자 △회사채 인수 △ABS 발행 주선 △부동산금융업무 △PEF(사모투자전문회사) 운용 △M&A컨설팅 등으로 수익을 낸다.

정 사장은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를 맡은 후 IB부문을 국내 자본시장 최고 위치까지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은 본인의 '지원사격'이 필요한 사업부에 본인의 일정을 공유하는 업무 시스템으로도 유명하다. CEO가 고객사와의 미팅자리에 잠깐 얼굴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신뢰구축에 역할을 한다는 후문이다.

KB증권 역시 올해 하반기 IPO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40여개 발행사와 IPO 주관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하반기 크리스에프앤씨, 아시아나IDT 등 6개사의 IPO를 주관하며 2614억원의 공모 주관 실적을 달성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외환위기 이후 증권사 IB 출신들의 위기대처능력이 조명받기 시작했다"며 "최근 증권업계 인사를 보면 IB 계보의 인물들이 전면 배치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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