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20, 30대 몰리는 공인중개사…한 채 중개에 1년 연봉?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8.11.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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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의 '꿈']안정적인 고소득 직업 기대…실제론 영세 공인중개사 상당수

편집자주 공인중개사 40만명 시대다. 시장은 포화상태지만 매년 1만~2만명씩 추가로 쏟아지고 있다. 최근엔 합격자중 20, 30대 청년이 40%에 육박한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꿈의 직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가격 담합과 허위매물로 시장을 교란하는 '적폐'로 몰리기도 한다. 공인중개사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너무 비쌉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처럼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인하해 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중개 수수료 부담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매물을 소개하고 서류에 도장 몇개 찍어 주는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꿔 말하면 공인중개사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꿈의 직업'으로 인식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취업난과 고용불안 등으로 안정적인 고소득 직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수험생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28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공인중개사 2차 시험에는 8만327명이 응시해 이중 21%인 1만6885명이 최종 합격했다. 불과 5년 전인 2013년 3만9343명보다 응시자수가 2배 이상 늘었다. 20~30대 합격자는 6379명으로 10명 중 4명 꼴이었다. 40~50대 중장년층이 많아 '중년의 고시'로도 불리지만 최근에는 20~30대 비율이 약 40%일 정도로 젊은층에게도 인기다.

손영호 에듀윌노원 원장은 "최근 취업난이 심각한 원인도 있지만 공인중개사는 자신이 한 만큼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전문직이라는 인식에 응시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과연 공인중개사는 쉽게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꿈의 직업일까. 우선 중개 수수료만 놓고 보면 고소득이 가능한 직업인 것은 사실이다. 매물 1~2건만 중개해도 웬만한 직장인 한달 월급을 능가하는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거래금액이 크면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번에 벌 수도 있다.

수수료율은 거래금액에 따라 0.4~0.9%로 책정된다. 서울 평균인 8억원짜리 아파트를 중개했다면 요율 0.5%를 적용해 수수료는 400만원이고, 매수·매도인에게 각각 받을 수 있다. 1건 중개에 총 800만원을 버는 셈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1채를 20억원에 중개했을 경우 수수료는 3600만원에 달한다.

고소득을 올리는 공인중개사도 있지만 실제로는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영세 공인중개사가 더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시장은 점점 포화상태인데 중개앱 수수료와 광고비 등 추가 비용이 늘면서 수익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해 회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연 매출액이 48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73.5% 였다. 임대료 인건비 광고비 등 영업비용으로 월 100만~200만원을 지출한다는 비중이 35%였고 월 200만~300만원을 쓴다는 응답자도 18% 였다. 협회 관계자는 "지출을 고려하면 한 달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사업자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가 '서류에 도장 몇 번 찍어주는 쉬운 일'이라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라고 항변한다. 매수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융자나 압류 등 부동산의 각종 권리관계를 분석하는 일은 기본이고, 매수자가 원하는 매물을 찾기 위해 몇 날 며칠 발품을 파는 일도 상당하다.

최근에는 개업 공인중개사가 급증하면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올 6월말 기준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5269명으로 2014년 보다 24.2% 증가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폐업자 수는 △2015년 1만3844명 △2016년 1만4457명 △2017년 1만4903명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까지 8191명으로 갈수록 증가 추세다.

유재기 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정부가 나서서 공인중개사 수급을 조절해야 공인중개사들이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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