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 사랑이 원수로'…아침드라마 뺨치는 가족소송 얘기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11.2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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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가족끼리 왜 이래'…900여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우리 시대 가족 갈등 보고서

'운명적 사랑이 원수로'…아침드라마 뺨치는 가족소송 얘기


가족 간의 법정 다툼을 벌이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부부는 법정에서 서로를 원수 보듯 한다. 자식이 부모를 상대로 소송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왕왕 일어난다. 정말 가족끼리 왜 이러는 걸까.

‘가족끼리 왜 이래’는 현직 기자인 저자가 가족 간 소송 판결문 900여건을 분석하고 가족 문제의 원인과 우리 사회 현실을 진단한 책이다. 유류분, 상속재산분할 청구, 부양료, 배우자 부정행위, 사실혼 관련 소송 등을 다루며 가족 간 소송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을 추적한다.



노령화 문제는 부양료 소송 급증과 연결된다. 장자상속, 남아선호를 당연시 여겨온 노인 세대는 딸들과 갈등을 일으켜 유류분 소송으로 이어진다. 간통이 위헌 판결을 받을 때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는데 이제는 이혼 판결 기준인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놓고 다시 한 번 논의해야할 때인지 모른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기구한 사연을 따라 가다보면 마냥 남 이야기처럼 볼 수많은 없어 씁쓸하기도 한다. 저자는 “가족 간 소송은 사적인 차원의 원한 때문에 일어나는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회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건”이라며 “제도와 법률이 바뀌고 사회적 조건과 인식이 바뀌면서 우리는 역사상 형제자매, 부모, 배우자와 원고·피고로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가족끼리 왜 이래=박민제 지음. 동아시아 펴냄. 284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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