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진칼 (55,700원 ▼1,700 -2.96%)은 전일대비 2400원(9.06%) 뛴 2만89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5일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자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했다고 공시한 이후 주가가 내리 급등, 사흘만에 17% 올랐다. 한진칼우 (24,350원 ▼650 -2.60%)는 같은 기간 90% 뛰었고 한진 (20,850원 ▼450 -2.11%)은 26% 올랐다.
시장의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제2의 '한진칼'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통상 총수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해는 방식을 써왔다. 이에 지주사들은 대개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사업회사 대비 상대적으로 시가총액도 낮게 형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기업이 현대그린푸드 (4,410원 ▼125 -2.76%), 현대백화점 (48,800원 ▼1,000 -2.01%), 네이버(NAVER (182,400원 ▲1,700 +0.94%)) 등이다. 네이버는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이다. 자사주가 있지만 지분율이 11.30%에 불과하고, 배당성향이 지난해 기준 5.5%에 불과해 배당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고, 지분을 확보하기도 비교적 쉽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오너 일가 측 지분율은 37.7%지만 자사주 비율이 10.64%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워낙 짠물배당에 주가 변동이 크지 않아 기업 시가총액이 1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올해 배당 확대 요구에 나선 만큼, 국민연금과 연대하려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나타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총수 일가와 자사주를 합쳐도 지분율이 40%가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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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한국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저PBR주가 많이 포진한 이유는 오너 기업이 보유 자산을 활용한 기업가치 개선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거나, 소극적인 IR 활동으로 기업의 본질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대주주 지분 40% 이하, 배당성향이 15% 이하인 기업 중에서 보유현금, 자사주, 자기자본 내 이익잉여금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해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롯데지주 (25,200원 ▼200 -0.79%) 역시 주주친화정책 및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여겨지는 후보다. 롯데지주는 롯데그룹 계열사를 아우르는 지주회사지만, 오너 측 지분이 38.3%다. 시가총액은 6조6400억여원으로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97,300원 ▼2,900 -2.89%)(9조5600억원)에 못 미치고 롯데쇼핑(6조4800억원)과는 비슷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모펀드를 헤지펀드(전문투자형)와 PEF(경영참여형)으로 나눠 적용했던 10%룰이 폐지되면서 국내 PEF도 적극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은 주로 유휴자산매각을 독려하고, 확보한 자금을 주주환원이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을 제시하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