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 '우리들의 일그러진 MVP'…"약물 효과 지속 가능"

머니투데이 김건휘 인턴기자 2018.11.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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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약물 복용' 전력에도 최우수선수상…전문가 "근육은 호르몬 투여 기억, 효과적인 운동 가능케 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한 두산 김재환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unsplash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한 두산 김재환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unsplash


두산 베어스의 김재환(30)이 생애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하지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김재환의 수상이 '스포츠 정신'을 해친다는 것. 운동생리학 전문가들은 약물 투여를 중단했더라도 효과는 지속 가능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19일 김재환은 역삼동 르메르디앙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 카 KBO' 시상식에서 유효 투표수 111표 가운데 1위표 51장을 받아 MVP를 수상했다.

김재환은 올 시즌 4번 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 WAR 6.94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홈런, 타점 부문 1위로 타격 2관왕에 올랐으며 선수 종합가치를 나타내는 WAR에서 리그 5위를 기록했다.



김재환은 MVP를 받을만한 시즌을 보냈다. 44개의 홈런과 133타점은 리그 1위이며, 장타율은 리그 2위였다. 선수종합가치를 나타내는 WAR 역시 5위로 최상위였다. 그러나, 통계사이트 'KBREPORT'는 김재환의 성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을 이름 옆에 붙인다. 해당 사이트는 금지약물 복용 전력자들을 '*'이라는 표시해 따로 취급한다. /사진=스탯티즈, KBREPORT 캡처 김재환은 MVP를 받을만한 시즌을 보냈다. 44개의 홈런과 133타점은 리그 1위이며, 장타율은 리그 2위였다. 선수종합가치를 나타내는 WAR 역시 5위로 최상위였다. 그러나, 통계사이트 'KBREPORT'는 김재환의 성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을 이름 옆에 붙인다. 해당 사이트는 금지약물 복용 전력자들을 '*'이라는 표시해 따로 취급한다. /사진=스탯티즈, KBREPORT 캡처
그러나 이 같은 활약을 펼친 그도 '금지약물 복용'이라는 꼬리표를 떨칠 순 없었다.

지난 2011년 김재환은 제39회 야구월드컵을 앞두고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 ‘1-테스토스테론 대사체’가 검출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해당 물질은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목록 가운데 하나다.

당시 김재환은 KBO로부터 1군 10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았지만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인이 해제됐어요"라는 발언을 해 약물 논란을 가볍게 여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김재환은 이날 MVP 수상 소감에서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 같은 것들을 더 무겁게 가지고 가겠다"는 다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포털 사이트 댓글 캡처/사진=포털 사이트 댓글 캡처
하지만 누리꾼들은 김재환의 MVP 수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약물 복용이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스포츠 커뮤니티 회원들은 "약물 허용 리그로 갑시다", "사실상 약물 허용하는 행보다", "MVP 수상은 너무했다"라는 등 불쾌함을 드러냈다. 포털 사이트의 누리꾼들도 댓글에서 "투표한 기자들은 제정신인가", "한번 약쟁이는 영원한 약쟁이", "리그의 수치다"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한·미·일 최초의 약물 복용자 MVP"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와 일본 NPB에서 금지약물 징계를 받은 선수가 MVP를 수상한 적은 없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는 "정직하게 땀을 흘린 선수들의 박탈감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결과 지상주의를 부추긴 수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이라는 스포츠의 원칙이 무너져 씁쓸하다고 말했다.

운동생리학 전문가들 역시 금지약물 복용이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지석 경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사용하면 근육량, 순발력, 근지구력, 피로 회복능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스포츠의 본질 자체를 뒤흔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김 교수는 약물 복용을 중단해도 효과는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의 운동에 의해 늘어나 있는 골격근 세포의 '핵’은 운동을 재개할 경우 더욱 효과적인 근비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머슬 메모리' 이론을 들어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 복용으로 근육량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킨 경험이 있다면 차후에 운동할 때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문효열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역시 과거의 약물 투여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근육뿐만 아니라 근육에 있는 위성세포(satellite cells)도 호르몬의 투여를 기억한다"라며 "얼마나 기억을 하는지는 투여한 양과 기간, 그리고 피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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