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금융권 '인사태풍' 관전 포인트…'세대교체·전문성·여성'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이학렬 기자, 한은정 기자, 전혜영 기자 2018.11.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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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인사 '큰판'](종합)

편집자주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지주사 회장 1명, 은행장 6명이 임기 만료되면서 교체 여부에 따라 금융권에 대규모 인사가 예상된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임원만 140명 이상이 이동 대상이다. 올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인사가 어떤 특징을 보일지 살펴봤다.

[MT리포트] 금융권 '인사태풍' 관전 포인트…'세대교체·전문성·여성'


'임기만료' 은행장 6명, 임원 100명…인사태풍 될까
[금융권 인사 '큰판']<1>KB금융, 계열사 대표 9명 임기 만료

연말 주요 금융그룹의 CEO(최고경영자)와 임원이 대거 임기만료를 맞는다. 다음달 또는 내년 초 임기를 마치는 금융지주 회장은 1명, 은행장은 6명이다. 또 주요 6개 금융그룹 계열사 CEO 40여명, 지주사·은행 임원 100여명의 임기만료가 눈앞에 다가왔다. CEO 변화와 맞물린 ‘세대교체’ 바람, 누적된 인사 수요가 더해지면 말 그대로 ‘인사 태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기를 채운 은행장(대행 포함)은 총 6명이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과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의 임기는 모두 다음달 말 만료된다.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내년 봄 임기만료를 앞뒀다. 금융그룹 CEO 중에선 김 한 J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고 계열사인 전북은행 임용택 행장, 광주은행 송종욱 행장도 김 회장과 함께 임기가 끝난다.
[MT리포트] 금융권 '인사태풍' 관전 포인트…'세대교체·전문성·여성'
◇KB금융, 9명의 계열사 CEO 임기 만료…신한·KEB하나은행장 거취 관심=금융그룹별로 살펴보면 KB금융그룹은 증권·손해보험·자산운용·캐피탈·부동산신탁·신용정보·데이타시스템 7개 계열사 9명의 CEO 임기가 연말까지다. 지주사와 은행의 상무급 이상 임원 23명이 올해말 임기를 채운다.



지난해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과 허 인 KB국민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비교적 인사폭이 작았고 1년간 조직안정을 이룬 점을 감안하면 연말에는 변화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그룹은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현재로선 2년 임기를 채우고 ‘1년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추가 수사를 권고한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 때 수사 대상이었다는 점이 부담이다.

신한금융은 은행 외에 카드·금융투자·생명·자산운용·캐피탈·저축은행·DS·아이타스·신용정보·대체투자 등 10개 계열사 CEO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다. 이 중 5명은 1년 이상 연임 경력이 있어 교체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 CEO 후보군인 지주·은행 임원들도 15명이 연말 임기가 만료돼 자리바꿈의 폭이 커질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에서도 내년 초 임기를 마치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함 행장은 취임 후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해 연임의 이유가 충분하지만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하나금융은 은행 외에 금융투자·카드·캐피탈·자산신탁·대체투자자산운용·펀드서비스·핀크 등 7개 계열사의 CEO 임기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또 지주사·은행의 상무급 이상 임원 가운데 30명이 내달 임기를 마친다.

◇‘지주사’ 앞둔 우리은행 “경질보단 이동” 무게…이대훈 농협은행장 연임 유력=최근 지주사 전환과 함께 회장·행장 겸임을 확정한 우리은행은 조직의 변화로 인해 인사 수요는 높지만 ‘경질’보다 ‘이동’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계열사 중에서는 우리종금 외에 임기 만료를 앞둔 CEO가 없고 우리종금 역시 향후 지주사 편입 등 시급한 과제를 앞둔 만큼 그룹 전체적으로 ‘안정’에 방점을 둘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우리은행은 13명 임원이 내달 초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채용비리 논란으로 직무 배제된 일부 임원을 제외하면 내년에도 그룹 내에서 역할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1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하면서 계열사 CEO 선임 절차에 일찌감치 착수했다. 은행·생명·손보·캐피탈 등 4개사 CEO가 논의 대상이다. 호실적을 이끈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연임이 유력하다. 자산운용·선물 CEO 역시 연말 임기를 맞이하지만 100% 자회사가 아니어서 임추위는 별도로 개최된다. 지주사·은행 임원 중에서는 15명이 연말 재신임 여부가 결정된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의 취임 후 사실상 첫 인사인 만큼 교체 폭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BK기업은행은 캐피탈·자산운용·저축은행·신용정보 등 4개 계열사 CEO의 임기가 내년 2~3월 만료된다. 또 은행에서는 부행장 5명이 내년 초 임기를 마친다. ‘파격’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둬 왔던 김도진 행장의 인사 스타일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변휘 기자

뱅커보단 전문가…은행 인사 키워드 'BTS'
[금융권 인사 '큰판']<2>글로벌 전문 조용병·손태승, IT 출신 김정태…기획·재무·인사 해야 성공 "옛말"

은행권의 ‘얼굴’이 변하고 있다. 과거엔 기획·재무·인사분야를 두루 거친 ‘정통 뱅커’가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최근에는 디지털·글로벌·영업 등 특정 분야에서 성과와 노하우를 쌓은 ‘전문가’가 부상한다. 한국 대중음악을 세계무대로 이끈 방탄소년단(BTS)처럼 100여년 한국 은행사의 변화를 이끌 ‘BTS’(Banker To Specialist)라 부를 법하다.

전문가가 주목받으며 은행권 내 순혈주의가 옅어지고 외부영입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과거 은행권에선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임원이 정해진 코스를 벗어난 사례가 흔치 않았다. 본부 부서에선 기획·인사를 맡고 지점장이나 영업본부장을 통해 조직관리를 경험했다. 과거 CEO들을 재무통, 전략통, 영업통 등으로 분류한 이유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동우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다. 신한은행에서 기획조사부장과 종합기획부장을 지냈고 종로지점장을 거쳤다. 은행 임원에서 신한생명 대표이사를 거쳐 신한금융 회장까지 올랐다.

◇전문직이던 글로벌·디지털, CEO까지 배출=최근 은행권 인사에서는 ‘기획·재무·인사=에이스’라는 공식의 균열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은행에서 ‘전문직’처럼 여긴 디지털·글로벌 분야가 주목받으며 해당 분야의 임원은 물론 CEO까지 배출했다.

‘영업의 달인’으로 널리 알려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은행 전산부 출신이다. 최근 김 회장은 인천 청라에 있는 하나금융 통합데이터센터를 직접 소개하며 자신이 전산부 출신이고 직접 코딩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나금융이 지난달말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디지털에 집중하는 것도 김 회장의 이같은 경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글로벌 전문가다. 조 회장은 뉴욕지점장과 글로벌사업 담당 임원을 거친 ‘해외파’로 신한금융이 최근 글로벌 PEF(사모펀드)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조 회장의 결단이란 후문이다. 손 행장은 행장 선임 직전까지 글로벌부문장을 맡았고 행장이 된 이후에도 글로벌사업은 직접 챙길 정도로 관련 분야에 애착이 강하다. 해외 IR(투자설명회)를 통역 없이 진행할 정도의 수준급 외국어 실력도 겸비했다.

영업전문가는 여전히 인기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허 인 KB국민은행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전문가다. 함 행장은 행장이 되기 전까지 중앙무대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영업에만 집중한 전문가였고 허 행장은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국민은행의 영업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MT리포트] 금융권 '인사태풍' 관전 포인트…'세대교체·전문성·여성'
◇영업도 기관·기업·개인마다 특화···非금융 출신 '외부영입' 확대=은행권에서 전문가가 주목받는 것은 은행 업무가 세분화한 영향이 크다. 지금은 영업도 개인·기업·기관 등 부문별로 전문가가 필요하고 글로벌도 지역별로 공략방법이 달라 지역전문가가 필요하다.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영업조직을 제외한 다른 부서에 대해선 순환보직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추세다. 예컨대 글로벌 담당자는 오랫동안 한 나라에서 근무하면서 지역전문가로 육성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글로벌뿐만 아니라 영업, 여신, 리스크, 자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수요가 높아지면서 외부 영입도 많아졌다. 은행들이 디지털 관련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건 이젠 보편적이 일이 됐다. 신한금융이 조영서 전 베인앤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금융연수원 교수를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영입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하나금융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인 김정한 전무를 DT랩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최근 DT랩을 하나금융융합기술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CDO·최고디지털책임자)는 휴렛팩커드(HP)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융서비스 컨설턴트를 거쳐 KB투자증권, 동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경쟁 금융회사에서도 일한 인물이다.

외부영입이 늘면서 고질적인 순혈주의도 서서히 옅어지는 모습이다. 바뀌지 않는 조직을 빠르게 바꾸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풀이된다. BNK금융그룹과 DGB금융그룹은 회장에 외부인사를 수혈하며 변화를 꾀한다.

올해 인사에서도 ‘전문가’와 ‘순혈주의 타파’는 주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인사방향으로 ‘전문성’을 제시했다. 기회가 되면 능력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구상이다. 다만 금융권은 여전히 보수적이란 인식이 팽배해 실력 있는 외부 전문가 영입이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기술분야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 하지만 정작 능력 있는 외부인사들은 ‘위계질서가 강하고 의사결정이 느린 은행에선 운신의 폭이 좁다’며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변화를 위해 외부인을 영입하려는데 오히려 안정적이란 이유로 은행을 택하는 외부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학렬·변휘 기자

"50대 돼도ㅠㅠ"…'하늘의 별따기' 된 지점장 승진
[금융권 인사 '큰판']<3>지점장 승진해도 자리 지키기 힘들어…영업압박은 심해지고 권한은 축소돼

“10년 전만 해도 은행원이 되면 지점장은 무조건 하는 줄 알았죠. 30대 후반에 지점장이 돼 10년 이상 하는 분도 많았거든요, 지금은 50대가 돼도 지점장 하기 힘들어요.”

입사 13년차인 한 시중은행 차장(40)은 “은행 입행 동기 중 10% 정도만 지점장을 할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이 차장이 정상적으로 승진한다면 3~4년 뒤인 43~44세쯤 부지점장을 하고 5~6년을 더 기다려 50세쯤이면 지점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승진 대상자는 늘어나고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 확대로 지점 수가 줄어 50대에 지점장을 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금피크제 시행도 늦춰지는 추세라 지점장 자리가 비지 않아 지점장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MT리포트] 금융권 '인사태풍' 관전 포인트…'세대교체·전문성·여성'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국내 4대 은행의 지점 수는 2012년말 3780개로 정점을 찍고 지난 6월 말엔 3097개로 감소했다. 최근 5년반 동안 683개가 줄었다. 특히 2016년에는 178개, 지난해에는 212개가 통폐합돼 지점수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지점장이 되더라도 2~3년간 영업성과를 내지 못하면 후선이나 지원직군으로 밀려나 자리를 지키기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은행들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 영업이다. 우리은행은 기존 서울에서 시금고를 비롯, 구금고 중에선 용산구를 제외한 24곳을 운영했지만 이번에 서울시 1금고를 뺏기고 18개 구금고만 따내 총 7개 지점에서 철수해야 한다. 그만큼 지점장 자리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철수하는 지점의 직원들이 인근 지점에 흡수되고 추후 인사를 통해 재배치 되는 것으로 안다"며 "지점장의 경우 기존 지점장이 퇴직해 자리가 빈다면 그 자리를 채울수도 있겠지만 밑에서 승진해 지점장으로 올라가는 직원들도 많아 지점장 자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서울지역 지자체금고에서 기존에는 용산구금고만 1곳만 맡고 있었지만 올해 서울시 1금고와 함께 용산·성동·강북구·서초구·강남구금고를 유치해 각 구청 지점 5곳을 더 개점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서울시 자치구 중 한 곳도 확보하지 못했던 국민은행도 광진구와 노원구 2곳 구금고를 따내 지점 2곳을 신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4년 뒤엔 다시 어떻게 바뀔지 몰라 지점장 발령이 난다고 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영업압박은 심해진 반면 권한이 축소돼 지점장 자리의 매력이 줄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예전엔 한 지점당 직원 수가 20~30명 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엔 10명 내외로 감소하고 지점 운영 예산이나 여신결정권도 줄었다. 승진이 늦어진 일부 50대 차장, 40대 대리 등은 아예 지점장 승진을 포기하고 편하게 지내자고 마음을 돌리기도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차장까지는 보수체계가 호봉제지만 부지점장부터는 성과연봉제로 바뀌기 때문에 차장으로만 10년 이상 근무하면 부지점장이나 지점장보다 보수는 더 많이 받으면서 업무부담은 훨씬 적다”며 “또 차장까지는 노동조합원으로 보호를 받기 때문에 명예퇴직 등 압박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했다.

한은정 기자

시중은행, 유리천장 여전…여성 부행장 1명
[금융권 인사 '큰판']<4>은행권, 남녀차이 따른 역할 구분 없애려 고민

은행권에서 여성들의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남성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지만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 숫자가 급격히 감소해 여성 임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18일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임원(비상근 제외) 96명 중 여성 임원은 3명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은 임원 20명 중 박정림 WM그룹 부행장이 유일한 여성이다. 박 부행장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한 여성 부행장이기도 하다.
[MT리포트] 금융권 '인사태풍' 관전 포인트…'세대교체·전문성·여성'
KEB하나은행은 임원 28명 중 백미경 소비자보호본부 전무가, 우리은행은 임원 25명 중 정종숙 WM그룹 상무가 유일한 여성이다. 신한은행은 임원 23명 중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은행권의 여성 지점장(부장) 비율은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이유로는 여성은 영업점 창구 전담인 텔러가 많은데 텔러는 승진에 제한이 있다는 점,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 은행 내 핵심 업무에 남성이 많이 배치된다는 점 등이 꼽힌다. 그만큼 경력개발 기회가 적어 승진에서 밀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PB(프라이빗뱅커) 등 수신 업무는 여성이 주로 맡고 은행 수익에서 높은 부분을 차지하는 RM(기업금융전담역) 등 영업과 여신 업무는 대부분 남성이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성이 지점장과 임원으로 이어지는 승진 코스를 밟기가 쉬워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신은 영업점에 기본적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있는데다 판매 과정에만 문제가 없으면 되지만 여신은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데다 꾸준한 사후관리도 필요해 업무가 고된 만큼 대우를 더 받는다”고 말했다.

은행 내부 문제가 아니라 외부 영업환경에 의해, 즉 남녀차별이 아니라 남녀차이에 의해 역할 구분이 이뤄져 왔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RM의 경우 중소·중견기업 임원을 직접 만나 영업해야 하고 경쟁도 치열해 여성이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과거엔 여성이 RM에 지원해도 거절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 스스로 역할을 구분 짓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여성이 RM보다 PB 업무를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직무육성 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때 자신의 원하는 분야를 선택하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여성은 대부분 PB를 선택하고 업무가 힘들고 야근이 많은 RM을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다 은행도 남녀 역할 구분을 깨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여성 중소RM 양성을 위한 역량 강화 연수와 보수교육 등을 실시하고 여성 중소RM 간담회를 열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 그룹 차원에서 여성리더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출범해 여성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는데 대한 어려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경력단절 등을 문제로 보고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사내 연수나 특정 부서 전입 공모시 여성을 우대하고 있다.

전체 임원 11명 중 여성 임원이 4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씨티은행의 경우 기업금융, 인사 등 주요 부서를 여성 임원이 맡고 있다. 유명순 수석부행장은 기업금융그룹장을, 신동금 부행장은 인사본부 총괄을 맡고 있다. 씨티은행에 여성 임원이 많은 이유는 성별, 인종, 종교, 문화 등 다양성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부행장급뿐만 아니라 부장급 이상 관리자도 여성 인력이 많아 임원으로 승진 가능한 여성 인력 풀이 풍부하다.

한은정 기자

연말 인사서 주목받는 주요 시중은행장
[금융권 인사 '큰판']<5>임기 1년 이대훈 농협은행장, 연임할 듯

왼쪽부터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 사진제공=머니투데이DB, 각사
왼쪽부터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 사진제공=머니투데이DB, 각사왼쪽부터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 사진제공=머니투데이DB, 각사
은행권 연말 인사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는 건 주요 시중은행장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모두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위 행장과 함 행장은 검찰 조사가 복병이다. 위 행장은 과거 '신한사태'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남산 3억원’ 의혹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법무부 산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12일 '남산 3억원' 의혹 관련해 엄정 수사할 권을 권고했다. '남산 3억원’ 의혹이란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이 전 회장이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을 시켜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에게 비자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위 행장은 2010년 검찰 수사 당시 남산 3억원 관련 진술자를 대상으로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한 사실이 이번에 새롭게 밝혀졌다는게 검찰 과거사위 주장이다. 검찰이 조만간 재조사를 진행하면 위 행장도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함 행장은 채용비리 의혹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게 부담이다. 검찰은 지난 7월 함 행장을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검찰은 함 행장이 채용과정에 개입해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함 행장측은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았고 추천자 중 상당수가 탈락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CEO 연임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위 행장과 함 행장은 재임때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말 임기가 끝나는 이 행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사다. 그동안 농협은행장 임기는 2년이었는데 이 행장때부터 임기가 1년으로 짧아졌다. 올해 농협은행 실적이 좋고 이 행장이 농협금융 암팎에서 신임이 두텁기 때문에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겸직이 결정되면서 내년까지 회장과 행장을 겸직한다. 이밖에 허인 국민은행장과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각각 내년 11월20일, 내년 12월27일 끝난다.

은행發 인사태풍 후폭풍…보험·카드 CEO 누가 바뀔까

[금융권 인사 '큰판']<6>금융그룹계열사 CEO 대거 임기 만료, 세대교체 '유력'
[MT리포트] 금융권 '인사태풍' 관전 포인트…'세대교체·전문성·여성'
2금융권은 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임기가 대부분 남아 있어 금융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연임과 교체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신한생명 교체 유력·푸르덴셜도 관심=생명보험업계에서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각각 임기가 끝나는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과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의 교체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서 사장은 올해 말까지 2년 재직기간을 마무리하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 사장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저축성상품 대신 보장성상품 판매를 확대하는 등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힘썼으나 단기 수익성이 약화된 것이 약점이다.

2016년 초부터 신한생명을 이끌어온 이 사장도 올초 한 차례 연임한 터라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 계리사 출신인 이 사장은 상품을 비롯한 경영 전반에 걸쳐 회계기준 변경에 체계적으로 대응해왔다는 평을 받았다.

내년 초 2년 임기가 끝나는 조병익 흥국생명 사장도 교체 여부가 주목된다. 조 사장은 그간 별다른 잡음 없이 회사를 이끌어 왔지만 모기업인 태광그룹이 수시로 금융계열사의 CEO를 교체해온 점을 감안하면 연임을 안심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푸르덴셜생명도 2015년부터 수장을 맡아 온 커티스 장 대표의 임기가 내년 초에 끝난다. 외국계 회사는 장기간 연임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해 지점장이 투신하는 등 임기 중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이 부담이다. 같은 외국계인 메트라이프생명이 최근 대표를 교체하며 쇄신에 나선 것이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하만덕 부회장과 김재식 사장은 내년 초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이 예상된다.

◇KB손보 연임 촉각, 농협손보 교체 무게=손해보험업계에서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과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양 사장은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자동차보험 실적이 악화되긴 했지만 취임 후 실적이 개선된 데다 체질 개선에 성공해 회사를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다. 지주사 사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경우 KB손보를 이끌 후임자를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올초 취임한 오 사장은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통상 1년 연임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다른 계열사 CEO들의 교체 여부에 따라 연쇄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중원 흥국화재 사장도 연말 인사 대상이다. 권 사장 역시 계열사인 흥국생명의 조 사장과 마찬가지로 그룹의 의중에 따라 교체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신한카드 ‘안갯속’, 롯데카드 ‘매각 변수’=카드업계에서는 은행계인 신한카드, 하나카드와 전업계인 롯데카드 대표가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된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카드 업황이 워낙 나빠진 터라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1년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신한금융그룹 다른 계열사 대표 인사와 연동돼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교체에 무게가 실린다.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이미 한 차례 연임한 터라 세대교체를 위해 새로운 수장을 앉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은 가맹점 수수료 악화로 실적이 부진하지만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롯데카드는 매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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