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최순실이 이들을 수족처럼 부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들 역시 최씨의 권력을 뒤에 업고 한몫 챙기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시작은 고영태였다. 2012년말 가방 판매자와 구매자로 만난 고씨와 최씨는 이후 급속히 가까워졌다. (이전 기사 참조: '왕의 남자' 고영태 "최순실을 처음 만난 곳은···")
고씨는 훗날 검찰 조사에서 류씨의 역할에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류상영은 친구 간으로 2014년 초순경 최순실이 지시한 사업기획에 대해 류상영에게 문의를 종종했다. 2014년 초 류상영을 최순실에게 소개한 적이 있는데 당시 최순실, 정유라에 대해서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최순실이 비선 실세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를 통해 뭔가를 해보려고 한 것 같다. (고영태, 2016년 12월 1일 서울중앙지검 602호실)
류씨의 기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을 맡은 것은 박헌영이었다. 고씨와 류씨의 한체대 2년 후배다. 박씨를 고씨에게 소개한 것도 류씨였다. 2016년 1월 더블루K를 만들면서 고씨가 스포츠 관련 기획서를 쓸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자 류씨가 박씨를 불러들였다. 박씨는 각종 사업 제안서와 연구용역 제안서 등을 만드는 일을 맡았다. 나중엔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의 실무를 총괄하면서 사무총장이나 대표들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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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씨와 박씨는 단순한 사업 기획을 넘어 공직 인사 문제에까지 개입하기 시작했다. 고씨가 최씨로부터 관세청 차장과 인사국장 자리에 앉힐 사람을 물색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류씨에게 의견을 구하자 류씨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며 인사 추천에 적극 관여했다.
검찰에서 고씨는 "제가 류상영에게 '최순실이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하니 아는 사람이 있으면 한번 알아보고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류상영이 관세청에 이상기 과장을 안다고 하면서 저에게 소개시켜 줬다"고 진술했다. 이후 류씨가 관세청 인사 관련 보고서를 고씨에게 전달했고, 고씨가 다시 이를 최씨에게 건네자 류씨가 작성한 보고서대로 인사가 이뤄졌다.
급기야 류씨는 문화체육부 제1차관 등 다른 정부 인사에 대한 개입도 시도했다. 박씨도 비슷했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검찰에 다음과 같은 일화를 털어놨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박씨가 최씨에게 한 장애인을 비례대표에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최씨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정 전 총장에게 연락을 해 박씨를 교육시켜 달라고 했다. 그러자 정 전 총장은 박씨에게 "너 요즘 정치하러 다니냐. 니가 뭔데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 이야기를 하느냐"고 혼을 냈다. 그러자 박씨는 "저희가 아는 사람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면 저희 재단에 도움이 될까봐 추천한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씨는 고씨의 요청을 받고 최씨에게 전달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고씨와 최씨의 사이가 틀어져 자신이 중간에서 말을 전했다는 얘기다.
2016년 8월쯤 최씨와 고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후 스포츠 사업은 사실상 류씨의 주도 아래 운영됐다. 류씨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더블루K, 독일의 비덱스포츠 등 최씨가 지배하는 회사들을 계열사로 거느리는 지주회사격인 '인투라스'를 새로 설립하고 '스포츠 매니지먼트 그룹'을 조직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동시에 '더운트'란 회사의 대표를 맡아 강원도 평창 소재 최씨 땅의 '초지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초지를 복원한 뒤 말 관련 캠핑장을 만들어 이를 임대해 수익을 얻으려는 것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 퇴임 후 평창에 사저를 짓는 계획과 관련됐던 것으로 검찰 조사 드러났다. 류씨는 이를 'VIP 아방궁'라고 불렀다.
당시 류씨를 만났던 이들에 따르면 류씨는 최씨의 평창 땅에 말을 탄 채로 공을 몰고 가 골을 넣는 폴로 경기장을 짓고, 폴로 국제대회도 유치할 것이란 자신만의 계획을 털어놨다고 한다. 최씨의 일을 처리해주면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이권을 함께 노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