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술인으로 살아남기…찾아오는 '3번의 위기'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유영호 기자, 최우영 기자 2018.11.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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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성공열쇠, 미스매치(Ms+Match)]'남성 중심 문화' 속 낮은 취업률·승진 배제·경력 단절 탓에 이공계 진학 꺼리는 '악순환'

여성기술인으로 살아남기…찾아오는 '3번의 위기'


2008년 모 통신사 광고에서 유행한 '공대 아름이'라는 표현은 이공계 여성 인재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2016년 기준 이공계 전공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29.4%에 그쳤다. 특히 공학계열은 20.2%에 불과했다. 여학생들의 낮은 이공계 진학률은 국내 여성기술 인력의 부족 현상과 직결된다. 2016년 국내 여성과학기술인은 4만6269명에 불과했다. 전체의 19.3% 수준이다.



여학생들이 공학 전공 진학을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오랜 기간 남성들이 기술 분야를 주도해 온 만큼 여성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도 그 중 하나다. 성장 과정에서 이 분야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자연스레 여학생들의 관심도도 떨어진다.

그러나 제도적·구조적으로 여성기술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들도 존재한다. 여성들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싶더라도 이를 주저하게 만드는 점들이 있다는 얘기다. 주로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형성된 남성 중심 문화에 기인한다. 이는 여학생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낳고 다시 여성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앞서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기술인들은 공통적으로 '3번의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공계 여성인력들은 취업 문턱에서부터 좌절을 겪는다. 2015년 기준 여성 이공계 졸업생의 취업률은 65.3%였다. 남성(71.4%)에 비해 6.1%포인트 뒤쳐졌다. 여기엔 기업들이 여성 채용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한 몫을 한다. 그 뒤엔 업무 특성상 필요한 장시간·고강도 근무 여건을 여성들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견고한 유리천장도 문제다. 고착화된 남성 중심 문화 속에서 여성들은 승진 등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된다. 2016년 과학기술 분야 전체 인력에서 여성은 19.3%를 차지하지만 보직자 비율은 8.6%로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승진자 중 여성 비율은 15.9%에 불과했다.

무엇보다도 결혼·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하다. 연령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M자형' 곡선으로 나타난다. 30세를 전후로 노동시장 참여를 포기하는 여성이 늘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운영에 적극적이지 않다. 불임휴직제, 수유시설 운영, 대체인력, 탄력‧재택근무제 등 자율적 제도 운영률은 48.3%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 중 실제로 설치한 비율도 63.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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