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현행 민법에 따르면 재산 형태와 상관없이 30억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상속받을 경우 상속재산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속세로 내야한다. 다만 회사 지분을 상속하는 가업승계에 한해서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준다.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기업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이라는 사전요건과 승계 후 10년 이상 △업종변경 불가 △가업용자산·고용 80% 이상 유지 등 사후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해 말, 업력 45년의 국내 최대 콘돔제조사 유니더스 김성훈 대표가 경영권을 매각한 것도 이 같은 요건 충족이 어려워 공제제도를 포기한 사례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 대표는 2015년 말 창업주인 김덕성 회장 별세로 100억원 가량의 주식 304만주를 일시에 물려받았다. 상속세는 50억원 가량이었다. 물려받은 김 회장의 다른 자산을 합쳐도 세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김 대표는 결국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명문장수기업’ 요건(45년 업력, 매출 3000억원 미만)을 갖췄음에도 상속세 때문에 가업을 포기한 것.
하지만 사후요건 완화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에만 해당하는 공제제도의 사전요건을 완화해 공제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상북도에 있는 한 중견기업 대표는 “매출액에 따라 혹시 3000억원이 넘으면 2세에게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는데 누가 마음 놓고 기업을 성장시키겠냐”며 “매출이 아닌 사회적 기여나 후계자 역량수준 등 정성지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상속세 완화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7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가 발간한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125개 중견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7.2%의 기업은 가업승계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을 꼽았다.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의 같은 조사에서도 500개 중소기업 중 67.8%가 ‘상속세 등 조세부담’이 승계 과정에서 가장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산업사회에 재벌 대기업들의 기업경영과 상속행태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오늘날에 그런 잣대를 들이밀어 가업승계를 규제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며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상속세율 조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