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경제팀' 운전대 잡은 홍남기의 리더십은?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8.11.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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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원톱'으로 홍 후보자 지목…김수현 정책실장과의 업무조율이 관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11/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11/뉴스1


청와대는 ‘119 개각’ 발표 직후부터 유독 원톱을 강조했다. 경제정책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한 컨트롤타워라는 얘기다. 1기 경제팀의 ‘투톱’이 야기한 갈등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까닭에 홍 후보자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2기 경제팀이 성과를 내느냐 마느냐의 관건이 될 수도 있다.

홍 후보자의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홍 후보자는 자신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가 실세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톱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원톱으로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홍 후보자는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동연 부총리(26회)보다 3기수 후배다. 홍 후보자와 김 부총리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으로 묶인다. 문재인 정부의 EPB 중용은 이번에도 이어진 셈이다. 서열을 중시하는 관료 사회에서 홍 후보자의 기수는 높지 않은 편이다.

홍 후보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25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26회)보다 후배다. 경제부총리는 이들 장관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관급인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27회)보다도 기수가 낮다. 경제부총리가 경제수석보다 기수가 낮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 같은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홍 후보자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안 나오면 이상하다.



게다가 신임 김수현 정책실장은 수석 때도 이미 ‘왕수석’으로 통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설계한 핵심이다. 장하성 전 실장보다 더 유력한 초대 정책실장 후보였다. 부동산 정책, 탈원전 정책 등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실질적인 원톱이든 아니든 간에 홍 후보자와 정책실장과의 관계가 1기 경제팀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 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등에서 인식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김 부총리는 정책실장과 의견이 다를 때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었다. 이 때문에 ‘투톱’으로 보였고 두 사람의 불협화음도 줄곧 회자됐다.

반면 홍 후보자는 ‘무색무취’한 유형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업무능력에 대해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지만 청와대에 휘둘릴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홍 후보자는 반박한다. 그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경제에 대해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대책을 세우고 집행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며 김 실장과 참여정부 비서실에서 같이 근무했던 인연을 소개했다.

홍 후보자는 “경제팀과 김 실장이 이끄는 청와대 비서진 간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소통하고 격의 없는 비공식 난상토론을 활성화해서 내부적으로 치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의 소통 능력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홍 후보자는 기재부에서 정책조정국장을 맡았다. 정책조정국장은 부처별 정책조율 업무를 담당한다. 최근까지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서 정책을 조율했다.

홍 후보자는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되, 경제정책에 대해선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경제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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