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복 '키워드' 병용투여… 세계는 왜 열광할까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8.11.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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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관문억제제 중심 상호보완적 효능 발휘...치솟는 약가로 건보재정은 부담

암 정복 '키워드' 병용투여… 세계는 왜 열광할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관문억제제 이론을 정립한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학계는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했다. 이론과 실제에서 이들이 이룩한 업적이 충분히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들로 인해 종전 항암제와 새 항암제, 새 항암제끼리 상호보완적 역할, 쉽게 말해 약물의 궁합을 보는 병용투여 시대가 비로소 열릴 수 있었다.



◇독성 약 아닌 면역으로 암 치료 = 주인공은 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 미국 텍사스 MD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의대 명예교수.

이들은 면역계의 눈을 피해 암이 살아남고 확장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 'CTLA-4' 'PD-1'을 묶어두고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는 신개념 메커니즘을 고안해냈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결실은 면역항암제로 구현됐다.



이론은 이렇다. 면역T세포는 아무 세포나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면역관문, 즉 조절기능이 있다. BMS가 만든 첫 면역관문억제제 '여보이'는 CTLA-4라는 관문을 억제했다.

그러나 암세포는 PD-L1으로 또 다른 면역관문 PD-1을 억제했다. CTLA-4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과학자들은 면역세포의 PD-1과 암세포 PD-L1 기능을 억제하는 후속 면역관문억제제를 개발해냈다. BMS의 옵디보와 머크의 키트루다다.

과거 1세대 항암제는 암세포의 놀라운 성장 속도에 착안해 몸에서 빨리 자라는 세포는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항암 치료 중 암 환자가 바싹 말라간다. 그래서 개선된 게 2세대 표적항암제다. 암세포만 공격하는데 암세포에 내성이 생긴다.


◇암 포위, 면역계 화력 총동원 = 제약사들은 오늘날 면역관문억제제를 활용해 다양한 항암제를 병용 투여하고 있다. 이편에선 아군의 공격본능을 자극하고 저편에선 적군의 양팔을 붙잡는 식이다.

이 시도는 약물들이 상호보완적으로 약효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하나의 면역관문억제제만 썼을 때 환자 반응률은 보통 15~45% 정도다. 병용투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면역관문억제제끼리 병용, 표적항암제와 면역관문억제제, 면역관문억제제와 항암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면역관문억제제끼리 병용은 CTLA-4와 PD-1, PD-L1 계열을 섞는 방식이다. 면역관문억제제가 암 방어막을 해체해 공격하면 전통적 방식의 표적항암제가 융단폭격을 가한다. 항암바이러스의 경우 암덩어리에 침투한 뒤 암세포를 감염시킨다.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공격한다.

제약 시장 분석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요법 임상 건수는 2015년 11월 현재 215건에서 2017년 5월까지 765건으로 3.6배 늘었다. 병용요법 단골손님은 268건인 '키트루다'와 242건인 '옵디보'다.

◇암 정복은 좋은데 천문학적 약값이 발목 = 문제는 아직 임상 단계인 병용요법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였을 때 비용이다.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4주 투여에 300만~400만원에 이른다. 1년간 투약하면 많게는 5000만원에 이른다. 만약 병용투여 약물이 1차 치료제로 채택됐다고 가정하면 두 약물 가격은 이를 훨씬 웃돌게 된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GBI리서치는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가 올해 20조원에서 병용요법 활성화에 의해 2022년에는 9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환자 부담도 부담이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지금의 건강보험 제도에서 암 환자들의 자기부담율은 5%에 머무른다. 약값이 100만원이라면 95만원은 건강보험이 내주는 식이다. 가뜩이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표방하는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건보재정에 주는 부담이 과거 항암제들과는 차원이 달라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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