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이어 3년만의 쾌거…유한양행 1.4조 기술수출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민승기 기자 2018.11.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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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신약후보 '레이저티닙' 기술이전 계약 체결

한미약품 이어 3년만의 쾌거…유한양행 1.4조 기술수출


유한양행 (70,600원 ▼1,000 -1.40%)이 2015년 한미약품 이후 3년 만에 대형 신약 개발 기술수출 축포를 쏘아 올렸다. 한동안 주춤하던 제약·바이오 기업 신약개발에 자극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얀센 바이오텍(이하 얀센)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Lazertinib)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유한양행은 이번 계약에 따라 계약금 5000만달러(약 559억원)을 받았다. 개발 단계별 수입(마일스톤)은 최대 12억500만달러(약 1조3500억원), 상업화 이후에는 매출 규모에 따라 두 자릿수 경상기술료를 지급 받는다.

◇시장 선점한 타그리소와 효능 비슷, 안전성은 더 우수해 = 레이저티닙은 개발 초기 단계인 임상1/2상에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이번 기술수출로 얀센과 유한양행은 단일요법과 타 약물과 시너지 여부를 보는 병용요법 글로벌 2상을 내년에 시작한다.



레이저티닙은 3세대 EGFR TK(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타이로신 인산화 효소) 억제제로 먹는 약으로 개발된다. 해당 질환에 대해 이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후발주자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대형 거래가 성사된 건 레이저티닙의 잠재력이 그만큼 뛰어나서다.

유한양행이 EGFR 저항성 돌연변이를 보유한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종양의 크기가 기존보다 30% 이상 감소한 객관적 반응률이 66%에 달했다. 용량을 높인 2상시험에서 반응률은 71%였다. 이는 타그리소의 글로벌 임상3상 반응률 77%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안전성에서는 레이저티닙이 타그리소를 앞섰다. 3단계 이상 중증 부작용 발현율이 훨씬 적었다. 임상 책임자인 조병철 연세대 교수는 "레이저티닙 효능은 타그리소와 대등했고 안전성은 더 좋았다"며 "안전성이 좋다는 건 다른 약물과 병용요법 전략을 세우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이상적 모델 제시 =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폐암, 항암제 연구개발에서 얀센은 최상의 전략적 파트너"라며 "양사간 협업을 통해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레이저티닙은 원래 코스닥 기업 오스코텍이 개발하려던 물질이다. 유한양행은 2015년 오스코텍으로부터 15억원에 기술을 사들였다. 유한양행이 얀센으로부터 기술수출료와 경상기술료를 받게 되면 40%를 오스코텍과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에 배분하는 구조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연구 중심 벤처와 자금력과 경험 있는 대형사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모델"이라며 "이번 기술수출을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이 힘을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기술에 직접 투자하는 것 말고도 기업에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해왔다. 2015년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을 시작으로 이뮨온시아, 파멥신, 브릿지바이오 등 20여 개 기업에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단행했다.

◇다시 힘 실리는 신약개발의 꿈 = 업계의 크고 작은 기술수출은 종종 있었지만 '조' 단위 계약은 2015년 한미약품 이후 3년 만이다. 한미약품은 그해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제넨텍 등에 8조원 규모 기술수출로 신약개발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일부 계약이 해지되고 축소되는 부침을 겪으면서 일반의 관심이 낮아졌다.

업계는 유한양행 기술수출이 신약개발을 향한 노력에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포지오티닙으로 항암제 분야 강자로 부상하는 한미약품, 면역항암제에서 다국적사들과 외연을 넓히는 동아에스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헌팅턴병 치료제 등에서 주목받는 종근당, 한일 합작사 C&C신약연구소를 통해 다수 신약 후보를 발굴한 JW중외제약 등은 언제든 대형 기술수출이 가능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기술수출 이후 주춤했던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술수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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