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간 설계사 3명 중 1명 자발적 퇴사…고용보험 실효성 논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8.11.1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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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35% 이직 등 위해 등록 말소, 말소된 설계사 30%는 한달 내 재등록…"실업급여 주는 고용보험 의무화, 직종 특성에 안맞아"

[단독]연간 설계사 3명 중 1명 자발적 퇴사…고용보험 실효성 논란


연간 보험설계사 3명 중 1명 이상이 회사를 옮기거나 일을 그만두기 위해 설계사 등록을 자발적으로 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설계사는 수당에 따른 이직이 잦아 고용보험이 도입돼도 고용보험료만 내고 실제 혜택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머니투데이가 생명·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 및 GA(보험 법인대리점) 소속 설계사의 연간 등록·말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에만 총 14만2858명이 설계사 등록을 말소했다. 이는 전체 등록인원(41만2124명)의 34.7%에 해당한다. 설계사 3명 중 1명꼴로 회사를 옮기거나 그만뒀다는 의미다.



등록 말소된 설계사의 약 30%는 한 달 안에 다른 보험사나 GA에 재등록한 것으로 나타나 이직을 위한 말소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등록 말소된 설계사 중 27.3%인 4만5608명이 말소 30일 이내에 재등록했고 47.0%인 6715명이 6개월 안에 재등록했다.

보험설계사로 신규 등록한 후 1년 안에 회사를 옮기거나 그만두는 비율도 높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생명보험 설계사의 61.4%, 손해보험 설계사의 49.7%가 한 보험사나 GA에 정착하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이직했다.



이처럼 설계사의 이직이 잦은 이유는 다른 직종과 달리 회사를 옮기는 데 대한 부담이 작은 개방형 직종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34개 보험사와 4500여개 GA가 있어 이직으로 인한 선택의 폭이 넓다.

설계사는 위탁계약을 하고 일하는 개인사업자라 어느 곳에 소속되든 근무여건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수당에 따라 회사를 옮기는 경향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GA를 중심으로 설계사를 영입할 때 제공하는 리크루팅 수당이 확대돼 설계사들이 소속을 옮기는 일이 더 잦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나 GA는 소속 설계사의 규모가 실적과 밀접하게 연관돼 설계사가 많을수록 좋아 리크루팅에도 적극적이다. 실적이 거의 없거나 다른 직업을 겸하는 설계사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현재는 저능률 설계사라도 보험사나 GA가 먼저 해촉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영업점의 경우 설계사 증원 인원이 지점장 평가에 주요항목이라 설계사가 위촉계약 해지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계사 이동의 대부분은 보험사나 GA 측이 아닌 설계사의 요청에 의한 경우라 고용보험 대상이 안되는데도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보험사나 GA 등 사업주의 불필요한 관리비용을 증가시켜 결국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가 소득 감소에 따른 자발적인 이직자에 대해서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업급여의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료는 올해 기준으로 월급의 0.65% 수준에서 보험사와 설계사가 반씩 부담한다. 설계사는 일반 임금근로자와 달리 본인이 소득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자발적 이직자에 대해서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쉽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설계사는 비교적 구직이 쉬운 구직자 우위의 시장이기 때문에 이직하기 전 소득을 인위적으로 늘려 실업급여를 받은 후 다른 보험사 등으로 옮기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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