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 국민연금 조치 이후 '공매도 잔고' 감소했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1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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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41>10·22 국민연금 주식대여 중지 및 기존 대여주식 연내 회수가 공매도에 미치는 효과 분석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10·22 국민연금 조치 이후 '공매도 잔고' 감소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인 국민연금 주식대여 중지가 드디어 실현됐다. 지난달 23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신규거래를 22일부터 중지하고, 기존에 대여된 주식은 연말까지 해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의 대상이었다. 개인들은 공매도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는 외국인과 기관에 공매도 종잣돈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로 공매도 판이 커졌고 주가 하락으로 개인들은 손해를 입었다. 주식을 대여한 국민연금도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입기는 매한가지였다. 특히 지난 10월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에 주식을 빌려줘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지 결정이 영구히 내려진 것은 아니다. 김 이시장은 "향후 국민연금 주식대여가 공매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검토한 끝에 재개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10·22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지 결정이 공매도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봤다.

10·22 국민연금의 결정은 크게 △주식대여 신규거래 중지와 △기존 대여주식 연내 회수 방침 두 가지 조치로 나뉜다. 이에 따른 기대효과는 각각 공매도 거래 감소(장기 효과)와 공매도 잔고 감소(단기 효과)다.
10·22 국민연금 조치 이후 '공매도 잔고' 감소했다
◇공매도 거래 감소 기대효과 분석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중지하면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대여 물량이 줄어들어 공매도 거래가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 기대된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지가 공매도 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국민연금의 조치가 내려지기 전과 후의 공매도 거래를 비교해보면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10·22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지가 내려지기 전 9거래일(10월 8일~19일)과 이후 9거래일(10월 22일~11월 1일)의 공매도 평균 거래량과 비중을 비교해 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22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지 조치 이후 9거래일간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공매도 평균 거래량은 직전 9거래일 평균보다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총 거래량 대비 공매도 거래량 비중은 10·22 국민연금 결정 이후 줄어든 것으로 관찰됐다.

국민연금이 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10월 19일 기준)의 공매도 거래량 변동을 조사해 봤다.


거래소에서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10·22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지 결정 이후 공매도 평균 거래량과 비중이 모두 감소한 종목은 1개 있었고, 3개 종목은 공매도 평균 거래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10월 22일 이후 9거래일 동안 4% 하락했지만 공매도 평균 거래량은 13만주 가량 줄었고, 공매도 평균 거래 비중도 2.83% 포인트 낮아졌다. 수년간 공매도 1위에 올랐던 셀트리온은 10월 22일 이후 공매도 평균 거래량은 소폭 증가했지만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 비중은 9.26% 포인트 현저히 감소했다.

코스닥에서는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공매도 평균 거래량과 비중이 모두 감소한 종목이 3개가 있었고, 2개 종목은 공매도 평균 거래 비중이 감소했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월 22일 이후 9거래일 동안 공매도 평균 거래량은 조금 증가했지만 공매도 평균 거래 비중은 6.95% 포인트 감소했다.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일수록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지 결정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번에는 공매도 잔고 상위 10개 종목(10월 19일 기준)의 공매도 거래량 변동을 조사했다.

예상대로 공매도 잔고 상위 10개 종목들에서 공매도 거래량 감소 현상이 많이 관찰됐다. 거래소에서 6개 종목이 공매도 평균 거래량과 비중이 모두 감소했고, 1개 종목은 공매도 평균 거래량이 감소했으며, 또 다른 2개 종목은 공매도 평균 거래 비중이 줄었다.

10월 들어 공매도 증가 1위에 올랐던 삼성전기는 22일 이후 9거래일 동안 5.1% 하락했지만 공매도 평균 거래량은 5만주 넘게 감소했고, 공매도 거래 비중도 평균 11.64% 포인트 대폭 줄었다. 대표적 화장품주로 10월에 낙폭이 컸던 코스맥스도 22일 이후 공매도 평균 거래량이 14만주 가량 줄었고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 비중도 16.81% 포인트 낮아졌다. 코스맥스는 이 기간 동안 11.2%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는 공매도 잔고 상위 10개 종목들 가운데 3개 종목이 공매도 평균 거래량과 비중이 모두 줄었고, 4개 종목은 공매도 평균 거래비중이 감소했다.

국내 공매도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참여 비중이 99%에 달하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따라서 10·22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지가 특히 이들의 공매도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기대되기에,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량 변동을 조사해봤다.

결과는 투자자별로 달랐다. 10월 22일 이후 거래소에서 외국인의 공매도 평균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기관의 공매도 평균 거래량은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코스닥에선 정반대로 나타났다. 기관의 공매도 평균 거래량은 감소한 반면 외국인의 공매도 평균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10·22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신규거래 중지 결정 이후 공매도 잔고가 높았던 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 거래량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공매도의 주체세력인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량이 10월 22일 이후 줄어드는 현상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10·22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지 결정이 공매도 거래를 감소시키는데 일부 역할을 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특히 분석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는 6.1% 급락하고 코스닥지수는 11.2%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10월 22일 이후 관찰된 공매도 거래량 감소 현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시가 하락할 때 공매도 거래량과 잔고가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10·22 국민연금 조치 이후 '공매도 잔고' 감소했다
◇공매도 잔고 감소 기대효과 분석
국민연금이 기존 대여주식을 연내에 회수하게 되면 대여 주식을 되갚기 위해 공매도한 주식을 매입(=숏커버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매도 잔고는 줄어들 것이 기대된다. 특히 국민연금이 올해 연말까지 대여주식을 모두 해소할 방침이라고 밝혔기에 공매도 잔고 감소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의 기존 대여주식 연내 회수 조치가 공매도 잔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10·22 국민연금의 조치가 내려지기 전 7거래일(10월 11일~19일)과 이후 7거래일(10월 22일~30일)의 공매도 평균 잔고를 비교했다. 또한 10·22 국민연금의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일(10월 19일)과 7거래일 후(10월 30일) 공매도 잔고를 비교해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22 국민연금의 기존 대여주식 연내 회수 결정 이후 7거래일간 거래소와 코스닥의 공매도 평균 잔고는 직전 7거래일 평균보다 각각 380만주와 250만주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2일 직전일 대비 7거래일 후 공매도 잔고도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2000만주 이상씩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공매도 잔고 변동을 조사해보면, 먼저 거래소에서 10월 22일 이후 7거래일 동안 공매도 평균 잔고가 감소한 종목은 4개로 나타났다. 코스닥에서도 4개 종목이 공매도 평균 잔고가 줄었다.

거래소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는 10월 22일 이후 7거래일 동안 3.7% 하락했음에도 공매도 평균 잔고는 28만주 가량 감소했다. 시총 3위인 셀트리온은 이 기간 주가 하락폭(17.4%)이 더 컸는데도 공매도 평균 잔고는 130만주 가량 줄었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월 22일 이후 7거래일 동안 13.9% 하락했지만 공매도 평균 잔고는 32만주 가량 줄어들었다.

또한 거래소 5개 종목에서 10·22 국민연금 결정이 내려지고 7거래일 후 공매도 잔고가 22일 이전보다 감소한 사실이 목격됐다. 코스닥에서는 2개 종목이 7거래일 후 공매도 잔고가 22일 직전보다 줄어들었다.

공매도 잔고 상위 10개 종목에선 22일 이후 공매도 잔고 감소 현상이 더 빈번히 나타났다. 거래소에 5개 종목이 10월 22일 이후 7거래일 동안 공매도 평균 잔고가 감소했고, 코스닥에선 4개 종목에서 공매도 평균 잔고 감소 현상이 관찰됐다.

10월 22일 직전 거래소에서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2위에 올랐던 두산인프라코어는 22일 이후 7거래일 동안 12.2% 하락했음에도 공매도 평균 잔고는 34만주 가량 감소했다. 국내 대표 주택건설업체인 GS건설은 22일 이후 7거래일 동안 주가가 13% 급락했지만 공매도 평균 잔고는 55만주 가량 줄었다.

10월 30일 공매도 잔고가 10월 22일 직전일 보다 줄어든 경우는 거래소에서 7개 종목에서 발견됐고, 코스닥에서는 6개 종목에서 공매도 잔고가 줄어들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10·22 국민연금의 기존 대여주식 연내 회수 조치 이후 거래소와 코스닥 전체적으로 공매도 평균 잔고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공매도 잔고가 높았던 종목에서 10월 22일 이후 공매도 잔고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10·22 국민연금의 기존 대여주식 연내 회수 결정으로 단기적으로 공매도 잔고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특히 10월 22일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공매도 잔고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10·22 국민연금의 결정이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을 내리는데 기여한다.

◇분석의 한계
위의 분석은 10·22 국민연금의 조치 이후 단기간의 변동을 조사한 것이다. 따라서 분석기간을 더 늘릴 경우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10월 22일 이후 관찰된 공매도 거래 감소와 공매도 잔고 감소가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한 영향일 수도 있다는 점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이번 분석에선 외부 요인을 통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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