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場에 대주주 주식담보대출 '주의보'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8.11.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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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최대주주 주담대 37건…계약연장하면서 주식담보물 제공도 늘어…반대매매시 주가 급락 우려

하락場에 대주주 주식담보대출 '주의보'


최근 상장사 최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는 위험까지 떠안으면서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강(强)달러와 미중간 무역분쟁 여파로 연일 급락하자,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려워진 탓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약세장에서 최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것은 위험이 크다. 담보로 제공한 주식 가치가 담보비율 이하로 떨어질 경우 해당주식이 반대매매(강제 일괄매도) 당할 수 있어 주가가 급락할 수 있고,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 안정성까지 떨어질 수 있어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계약 체결' 공시는 지난달 총 37건(연장 포함)을 기록했다. 지난 7월 11건, 8월 12건, 9월 13건으로 월평균 10여 건 안팎에 머무르던 것이 지난달 3배 가량 증가했다. 신규 대출과 기존 대출 연장 건은 물론, 주가 변동으로 인해 담보물을 추가 제공하거나 일부 상환한 내용도 많았다.



케이피엠테크 (437원 ▲2 +0.46%) 최대주주인 에버코어인베스트먼트홀딩스는 지난해부터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연장하면서 담보제공 주식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달에는 기존 계약을 3개월 연장하면서 담보물도 늘렸다. 기존 담보설정액 144억원에 케이피엠테크 주식 1015만4191주를 담보로 제공했던 것을 지난 11일 1315만4191주로 늘렸다. 케이피엠테크 주가가 지난달에만 30%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 담보권이 전부 실행될 경우 최대주주의 보유 지분은 현재 15.58%에서 0.63%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전까지는 담보권이 전부 실행돼도 최대주주 지분이 4.05% 남아있을 것으로 예측됐었다.

팬젠 (6,290원 ▲20 +0.32%)도 지난달 대출 계약을 연장하면서 주식담보를 추가 제공했다. 지난 7월 148억원을 차입하면서 99만432주를 담보로 제공했었지만, 지난달에는 채무액 144억1500만원에 담보로 108만432주를 제공했다. 팬젠도 9월말 1만6500원에서 이날 1만1000원까지 주가가 33% 급락했다.

한글과컴퓨터 (21,700원 ▲150 +0.70%)도 최대주주인 한컴시큐어 (3,370원 ▲55 +1.66%)가 지난달 정정공시를 통해 담보물을 늘렸다. 한국증권금융에서 담보설정액 150억원에 대한 담보물을 기존 164만주에서 184만주로 추가 설정한데 따른 것이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을 제외한 최대주주의 순수 보유지분은 3.78%에서 2.91%로 줄었다.


주가 하락기에 담보물을 추가로 제공하지 못한 곳들은 반대매매를 당해 자칫 주가 추가 하락과 경영권 변동을 겪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전날 SGA (424원 ▲4 +0.95%)레드로버 (30원 ▼6 -16.67%), 기가레인 (964원 ▲5 +0.52%)은 부랴부랴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 지분을 늘리거나, 담보제공 계약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을 없애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락장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상장사들은 그만큼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며 "반대매매로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 주가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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