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 끝나고 난 뒤'…"보좌관님 미안해요"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18.11.02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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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감 보고서]-②국감 '풀타임' 정치부·경제부 기자 방담(放談)

편집자주 [프롤로그] 머니투데이 the300(더300) 기자들은 국정감사 기간 내내 현장을 지켰다. 의원들의 숨소리까지 들었다. 어떤 의원은 돋보였고, 어떤 의원은 안쓰러웠다. 피감기관장, 증인, 참고인 등 '조연'들의 사연도 제각각이었다. 뜨거웠던 10월이 지나갔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12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자 진행되고 있다.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12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자 진행되고 있다.


[ep01_"보좌관님 미안해요.."]



보좌관 A씨는 9월부터 밤 10시 전에 집에 들어간 날이 없다. 추석 연휴도 남 얘기. 모시는 의원을 국감에서 돋보이게 하려면 화제가 될 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고민했고 뛰었다. 그런데 국감 당일, 의원님이….

민우 = 보좌진들이 국감 자료를 열심히 준비한 것을 다 아는데 의원이 못 살리는 거 보면 안타깝다. 스코어보드 점수를 평가하면서 미안하다. 보도자료만 보면 피감기관의 잘못이 명쾌하게 드러나는데, 의원이 내용을 잘 몰라서 산으로 가 버리는 사례가 있었다.



지수 = 마음만 급하고 흥분해서 말을 충분히 못하는 의원들이 종종 보였다. 전달이 잘 안되니까 피감기관장도 “네 알겠습니다” 정도 답변하고 끝낸다.

민우=아무래도 장관은 더 알고 있을텐데 “그 용어를 그곳에 쓰는 게 아니다”라며 빠져나가면 의원이 질문을 급마무리하는 걸 봤다.



평화=목소리나 발표능력도 중요하다. 과방위 모 의원은 하필 목감기가 걸려서 질의순서를 건너뛰었다.

[ep02_그들의 전략]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피감기관장 B씨는 국감날 이 말을 20번은 한 것 같다.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같은 질문을 반복한 탓이다. 국감은 '팀플레이'다. 각 당은 나름대로 전략을 짜고 국감에 나선다. 효과는 글쎄(?)지만.


'국감이 끝나고 난 뒤'…"보좌관님 미안해요"
평화=다른 의원이 했던 질의를 그대로 하거나 본인이 했던 질의를 또 하는 의원도 있다. 이슈로 몰아가자는 전략인가.

민우=그런 전략적 측면도 있고 고민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재원=특히 같은 당 의원들끼리 같은 질의하는 건 전략인 것 같다. 그래도 다른 통계를 가져오든지 서로 공유해서 안겹치게 나눴으면 좋겠다.

민우 = 국민연금 국감에선 첫질의 첫답변에서 주식대여를 안하겠다고 했다. 다른 의원들 똑같이 물어보더라. 이미 안 하겠다고 답했는데 도대체 왜 질문하는지.

재원 = 기재위에선 자유한국당이 소득주도성장을 돌아가면서 비판했는데 다 똑같은 소리였다. 그나마 추경호 의원이 깔끔하게 설명해서 귀에는 잘 들어왔지만…. 듣다보면 같은 내용이다. 기관장 답변도 똑같을수밖에 없다.

민우=기관장이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하면 했던 질문 또 하는 게 이해된다. 얼마나 다른 답을 듣고 싶겠나.

평화=양승동 KBS 사장 세월호 사건 당일 노래방에서 법인카드 쓴 것을 갖고 과방위원 20명이 다 물어본 것 같다. 오후되니까 답변이 바뀌더라. 모른다고 하다가 적극적으로 해명하던데.

민우=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국정조사 때 그런 전략으로 조윤선의 자백을 받아냈다.

재용= 오후 10시쯤 되면 말실수하게 하는 전략인듯. 환노위에선 그 전략에 말려서 노사발전재단 이사장 거취 결정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는데 어떻게 될 진 모르겠다.

민우=일단 의혹을 던지고 보는 전략도 여전하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선동열 감독 불러서 질의답변한거 봤는데, '노답'이다.

하늬=산자위에서 야당 의원들끼리 작전을 짜더라. 에너지 관련 국감날이었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 보고서 논란 때 곽대훈·김기선·이종배 한국당 의원들끼리 나란히 앉아서 작전회의하는걸 봤다. "이거 질문빠뜨렸어, 이거 해", "그래. 이거랑 저거랑 해서 내가 다음 차례에 할게", "내가 위증을 따져 물을게" 이런 대화였다.

[ep03_국감도 아이템빨]


이번 국감 현장에도 기상천외한 소품들이 등장했다. 맷돌, 음성인식 로봇, 라돈 온수매트, 베이비시터 자격증까지.

혜민=소품을 잘 쓰면 눈에 띈다. 하지만 실패 확률도 높다. 산자위에선 라돈 의심 온수매트 등이 등장했다. 전력설비 정비용 장비도 나왔는데 어떻게 쓰는 줄도 모르더라. 있으나마나였다.

지수=소품이 약이 될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여가위에서 송희경 한국당 의원이 30분만에 베이비시터 자격증을 따서 들고 왔다. 아무나 쉽게 딸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안된다는 걸 그대로 보여줬다. 그런 걸 보면 피감기관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반면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뱅갈고양이를 데려왔는데, 맥락도 없고 논란만 일으켰다.

민우=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음성인식 로봇 스피커 '클로이'를 들고 왔다. 그러더니 "제가 사투리를 써서 그런지 얘가 못알아듣네요"라고. "위원님들에게 인사해줘" 이러니까 "그럼요, 용기내보세요!"라는 동문서답이 나오기도 했다. 준비가 안된거다.

재용=지난해 EMP 시연 신선했다. 물론 내 휴대폰이 마비되긴 했지만.

민우=그것도 송희경 의원 작품이었다.

[ep04_지금은 2018년]
국감장에서 고성과 삿대질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피감기관들에 대해 여전히 권위적인 모습을 보였다. 위증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협박'도 있었다. 시대가 다른데 말이다. 지금은 2018년이다.

'국감이 끝나고 난 뒤'…"보좌관님 미안해요"
혜민=질의를 잘 하다가 갑자기 버럭, 호통치고 무안주는 의원들은 그만 보고 싶다. 모 피감기관 사람은 "감정 기복이 심해야 의원 할 수 있나"라고 하더라. 나라 사랑하는거 알겠는데 소리만 지르고 "됐어요!"라며 답변 기회를 안준다. 얼굴색 안변하고 웃으면서 답변하는 장관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수=모든 상임위에 해당하는 얘기다. 상임위마다 이런 캐릭터 한 명씩 꼭 있다.

평화=이제 국회의원이라고 권위적 태도로 일관하던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지연=의원들이 증인들한테 말끝마다 고발한다, 신고한다 협박하듯 말하는 것도 별로다.

지수=다른 당 의원이 말할 때 일부러 떠들고 하는 매너없는 행동 좀 제발 안했으면 좋겠다.

고은=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최저임금 관련 자기 주장에 한국은행이 호응안하니까 모욕적으로 말했다. 궤변이라고 하고 지식인으로서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다.

혜민=너무 속보이는 지역구 얘기도 꼴불견이다. 맥락없이 뜬금없는 지역구 얘기 그만했으면 좋겠다.

지연='기승전, 지역구'인 분들이 많더라.

민우=피감기관장한테 국감장에서 지역구 민원 넣는건 자존심이 없는거지.

지수=지역구 얘기가 나쁜게 아닌 거 같은 생각도 든다. 현안 파악만 잘 하면 대중적으로도 지역구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

민우=지역현안 해결하는 게 국가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국민들도 공감하는 내용인 경우는 괜찮다. 그런데 지역이기주의 성격이 강하거나 지엽적인 것들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ep05_여당이라고 쓰고 정부라고 읽는다]


야당은 공격, 여당은 수비?

지연=민주당이 입법부로서의 역할을 잃은 듯 했다.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질의 순서 때, 피감기관장에게 앞서 있던 한국당 의원 질의에 해명할 기회를 주더라. 아무리 여당이라고 해도 입법부로서 행정부를 견제해야하는 것 아닌가. 정부 뒤를 봐주는 느낌을 받았다.

민우=일방적으로 정부 방어만 하면 평가에 반영했다.

평화=합리적으로 정부 비판하는 여당 의원도 있다. 의원들의 평소 의견도 갈린다. 국감 준비 때부터 여당이니까 칼을 숨겨야 한다는 의원도 있다. 반면 국감에선 여야 상관없이 비판할건 해야 한다는 강경파도 있다.

민우='OO국감' 타이틀을 붙인다면 이번엔 비리유치원 국감이다. 만약 이 이슈라도 없었으면 쉴드만 치다가 국감 주도권을 한국당에 줄뻔했다. '고용세습 국감'이 될뻔했다.

[ep06_위원장과 간사]


상임위원장은 국감 회의를 진행하고 여야 의견을 조율한다. 중재 능력이 중요한 자리다. 각당 간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당 의원들을 대표하지만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

'국감이 끝나고 난 뒤'…"보좌관님 미안해요"
혜민=홍일표 산자위원장은 자를 때 자르고 치우침없이 중재도 잘한다. 중간중간 다른 의원 질의에 덧붙여서 질의하는것도 날카로웠다. 감사 끝날때마다 마무리 멘트도 괜찮았다.

재용=환노위도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면 4분씩 더 주면서 마지막질의를 유도한다.

평화=노웅래 과방위원장은 "그러면 이것으로"라면서 끝내려고 하는데 다른 의원들이 계속 추가 질의하더라.

주헌=이찬열 교육위원장도 시간 초과되면 더 하라고 하는 대신 "이걸로 마지막"이란 말을 많이 했다.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에 나타나서 계속 추가 질의하니까 "질의가 벌써 여섯바퀴째 도는데 4선 의원이 시간관리도 못하냐"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재원=김정우 기재위 민주당 간사가 하는 말이, 간사는 '사이 간(間) + 죽을 사(死)'라고 하더라. 중간에 껴서 괴롭다고. 추가질의 못하게 막는것도 간사 일이라더라.

민우=위원장 역할이 중요하다. 편파진행하기 시작하면 상임위 난리난다.

[ep07_"읽지말고 대답하세요"]

국감에서 피감기관장과 증인, 참고인은 철저히 조연이다. 때론 주연보다 돋보이는 '명품조연'이 등장한다. 하지만 성의없는 태도는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는다.

지연=국토위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대답을 하라, 읽지말고"라고 한 게 기억에 남는다. 물론 장관이 그 많은 내용을 다 알긴 힘들겠지만. 김 장관은 실시간으로 직원들이 적어준 답변을 읽더라.

반면 미리 질문지를 준다고 해도 피감기관장이 저걸 진짜 다 알고 있나 싶을 정도로 구체적인 수치를 다 아는 기관장도 있더라.

고은=기재위는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 이런 식 답변이 많았다. 맥빠진 느낌이다. 이건 피감기관장의 문제 같다. 김동연 부총리나 이주열 한은 총재가 워낙 말을 안하는 타입이라.

혜민=기관장도 그렇지만 증인이나 참고인들은 답변 시간을 안줘서 더 억울할듯 하다.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듣고 싶은 답변만 듣더라. 바쁜 증인들 불러놓고 질의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방담 참여자
김하늬 기자(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원회 담당), 김평화 기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담당), 김민우 기자(보건복지위원회 담당), 안재용 기자(환경노동위원회 담당), 이재원 기자(기획재정위원회 담당), 백지수 기자(법제사법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담당), 강주헌 기자(교육위원회 담당), 한지연 기자(국토교통위원회 담당), 한고은 기자(경제부), 권혜민 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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