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손' PEF도 피하지 못한 증시급락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8.11.02 13:59
글자크기

2017년 이후 PEF 인수 상장사 8곳중 5곳 주가하락…휴젤·락앤락 등 투자규모 큰 기업 주가 급락

인수한 상장기업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PEF(사모펀드)도 급락장을 피하진 못했다. 보유기업 주가가 급락, 회사 매각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모펀드가 인수한 상장사 8곳 중 인수시점 주가보다 하락한 경우가 5곳이다. 특히 PEF 인수금액이 컸던 종목들의 주가하락이 두드러진다.

베인캐피탈이 지난해 7월 9275억원을 주고 인수한 휴젤 주가는 인수 당시 49만1300원에서 27만4400원으로 44.1% 하락했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가 지난 12월 6300억원에 인수한 락앤락도 주가가 급락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인수 당시 2만9500원에서 11개월 만에 1만5450원으로 47.6% 하락했다.

IMM PE가 지난해 6월 1880억원에 인수한 에이블씨앤씨 주가는 인수 당시 1만5600원에서 8810원으로 43.5% 하락했다.

이밖에 인선이앤티, 나노캠텍도 PEF 인수 당시보다 현재 주가가 낮다. 특히 이들 기업의 주가가 연초만 해도 상승했던 터라 고점과 비교하면 주가하락률이 60%에 육박하기도 한다.


PEF 업계 관계자는 "내부수익률(IRR) 20% 이상을 노린다고 하면 5년간 회사가치가 2배로 올라가야 한다"며 "현재 주가보다 4배는 올라야 한다는 소린데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한 것이 PEF의 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엑시트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PEF가 투자한 기업들은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난 5월까지 PEF의 국내 상장사 투자 사례를 분석해보면 인수한지 2년 후에는 주가가 25%, 3년 후에는 54% 상승했다.

특히 바이아웃(경영권 인수후 매각 전략)은 기업구조조정,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의 효율화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거나 인적자원을 재배치하는 식으로 기업지배구조도 개편한다. 인수한 기업을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아 배당주 투자로도 각광을 받는다.

최근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매각키로 한 이후 코웨이 주가가 급락한 것이 역설적인 사례다. PEF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과 윤석금 회장이 코웨이를 어떤 방식으로 경영할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있는 상황"이라며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겨 주가가 하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가 하락하면서 PEF가 보유한 기업의 IPO(기업공개)도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치라인해운과 바디프랜드가 나란히 상장을 준비했지만 당분간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한앤컴퍼니, 바디프랜드는 VIG파트너스가 보유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회사 가치가 좋아지고 있는 만큼 유동성이 풍부해졌다고 판단이 설 때 상장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