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비리유치원·벵갈고양이..2018 국감 A to Z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이재원 기자, 김하늬 기자, 강주헌 기자 2018.10.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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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보고서](종합)

편집자주 지난 10일부터 14개 주요 상임위원회가 734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2018년 국회 국정감사. 비리유치원과 고용세습 문제가 국민적 관심을 볼러모으며 정책국감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파행이 16번이나 빚어지며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순간도 많았다. 공들여 연구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 피감기관 수장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의원도 있었지만 동물학대와 다름없이 벵갈고양이를 국감장에 데리고 나오는 등 보여주기식 구태를 버리지 못한 의원도 있었다. 국감 20일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자들이 현장에서 지켜봤던 국회의원들의 모든 순간을 기록한 '300스코어보드'의 '감독판'을 3회에 걸쳐 전한다.

'식물국감' 오명 '정책국감'으로 바꾸는 의원들
[국감 보고서]①내 삶을 바꾸는 국정감사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한복을 입고 나와 정재숙 문화재청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2018.10.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br>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한복을 입고 나와 정재숙 문화재청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2018.10.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br>


국회 국정감사는 정쟁과 파행으로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식물국감'이라는 오명이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의원들이 이 기간 국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든다. 고압적 태도로 피감기관에 거대담론을 떠드는 이도 있지만 '내 삶을 바꾸는 정책'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이도 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질문의 왕'으로 꼽혔다. 국감은 주로 피감기관에 질의하고 답변을 듣는 방식을 통해 문제점을 밝히고 개선을 이끈다. 신 의원은 특히 생활방사선 문제를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관계당국도 대책의 미비함을 인정했다. '300스코어보드' 평가 결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별 5개 만점 1위에 올랐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책국감에 임하는 야당 의원의 모델을 보여줬다. 바탕은 탄탄한 논거다. 서울시의 태양광 미니발전소 사업자 선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LH(한국주택공사)의 퇴직자 허위경력서 발급 의혹 제기 등은 입법부의 행정부, 공공기관 감시라는 국감의 핵심기능을 확인케 했다는 평가다.



'부동산을 사랑한 한국 금융', '가맹사업 실태와 제도개선 방안',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분석' 등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 동안 심도 깊게 연구해 만든 정책자료집을 배포했다. 다양한 통계지표들을 통한 분석과 차별적인 정책 대안들이 눈길을 끌었다. 정무위원회에서 외국인 공매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들을 파고든 김 의원 역시 정책전문성과 성실성 등을 인정받아 별 5개로 1위에 꼽혔다.

[MT리포트] 비리유치원·벵갈고양이..2018 국감 A to Z


반면 국감 첫날부터 벵갈고양이를 국감장 데리고 나와 동물학대 비판을 받은 김진태 의원의 경우 정책전문성이나 국감준비도, 국감매너 등 300스코어보드의 평가항목들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김 의원은 민병두 정무위원장의 '비서관 특채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해 국감 초반 파행에 한몫을 했다.


한반도 평화 흐름 속에서도 색깔론을 버리지 못한 국방위원회의 서청원 무소속 의원 등은 꼴찌 의원으로 꼽혔다.

올해 국감은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할 수 있는 주효한 수단으로서 국감 위상이 어느 정도 재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야당이 제기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에 정부가 대책을 곧바로 발표하는 모습에선 야당의 합리적인 문제제기나 건설적 정책대안을 정부와 여당이 적극 수용하는 정책국감의 단초를 보였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기관 부당채용 부실대응 사례를 지적해 소속당에서 국감우수의원으로 선정된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쟁국감·호통국감 아니라 바른미래를 만드는 정책국감으로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국회는 서로 갈등을 쌓는 곳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푸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300스코어보드에서도 철저한 국감 준비로 피감기관들에게 문제점 지적과 대안 제시를 완벽히 하는 등 미래가 밝은 젊은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별점 4개로 2위에 올랐다.

조철희 기자

"소득주도성장, 열심히 해보슈"…해답 못 찾은 2018 국감
[국감 보고서]②기재·정무·국토·농해수, 경제 현안 두고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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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경제상황을 어떻게 봤을까. 2018 국정감사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을 필두로 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2년차를 지난 문 정부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비롯한 경제 관련 상임위에선 전방위 타격이 이어졌다. 야권은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에게 정책 방향 수정을 주문했다.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이 발표된 뒤엔 내역을 분석하며 생색내기용 ‘알바 일자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기존 정책들을 계획대로 실행하는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결국 야당 의원들도 “알아서 잘 해 보시라”는 말로 국감을 마무리했다.

비슷한 얘기가 오가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전반기에 이어 기재위에 몸을 담은 김 의원은 김 부총리도 “감탄했다”고 말할 정도로 꼼꼼한 자료 분석을 통해 정부에 힘을 싣기도, 비판하기도 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끊임없는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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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 감독기관의 감사를 맡은 정무위원회 역시 치열한 감사로 보름을 보냈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과소지급 문제, 산업은행의 한국GM 법인분리 이슈 등이 뜨겁게 다뤄졌다. 의원들은 공정위를 대상으로 갑을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우습지만, 웃을 수만도 없는 장면도 있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감 첫날 ‘퓨마 동물원 탈출’을 지적하기 위해 새끼 벵갈고양이를 증인처럼 소환했다. 동물을 국감장에 반입하는 것에 비난 여론이 일었다. 결국 이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되는 ‘성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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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위원회는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종합국감까지 증인 채택에 실패하며 ‘맹탕 국감’을 보냈다. 오히려 국정감사가 후반으로 가면서 불거진 공공기관 고용세습과 관련 피감기관인 인천공항공사의 의혹이 제기되며 정쟁이 국감을 장악했다.

이 와중에도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표준주택공시가격’ 결정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 등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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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슈 특성 상 사이클이 느리고 폭이 좁은 편이지만, 이번 국감을 알차게 보냈다. 김현권 민주당 의원과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양대 축이 됐다.

김 의원은 법 개정을 놓고 벌어진 산림조합중앙회와 산림청의 대립에서 여타 의원들과는 달리 산림조합을 매섭게 질책해 국감의 본령을 세웠다. 정 의원은 옛 세월호 항로인 인천-제주간 여객선 항로 운항 재개를 앞두고 사업자 선정 의혹을 폭로, 국감 기간 내내 화제를 모았다.

이재원 기자

국회 후반전, 공공기관 '고용 세습'의 역습
[국감 보고서]③행안위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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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국정감사 후반전은 공공기관 고용세습 이슈로 달궈졌다.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 제기된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불똥은 다른 상임위까지 번졌다. 코레일·도로공사(국토교통위원회), 가스공사·한전KPS(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보건복지위), 한국환경공단(환경노동위원회), 인천공항공사(국토교통위원회)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과 채용비리 의혹이 차근차근 들춰졌다.

결국 행안위 종합국감인 29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개선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묻는 입장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도 정무위 국감에서 "채용비리 추진단은 범정부적인 상시점검체계를 마련해 매년 진행된 공공기관 채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전수조사 후 필요하다면 수사의뢰 등의 추적조사, 채용비리 관련 제도개선까지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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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중기위는 '에너지 국감'이었다. 야당은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집중 비판했다. 국감 시작 전 신한울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중단 현장을 방문하고 온 한국당 의원들은 산업부를 비롯한 한국수력원자력, 발전5사 등 에너지 산하기관에 '탈원전 포기'를 촉구하며 맹폭했다. 한국당의 이종배·곽대훈·김규환 의원은 원전 공격 '트로이카'로 활약했다.반면 민주당 박정·우원식·권칠승·최인호 의원은 '한 수 위의 날카로움'으로 정부 살림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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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노동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단기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ILO비준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이슈를 다뤘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노동운동가 시절 경험을 발휘해 고용부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적폐청산과 노동개혁, 주휴수당 문제, ILO비준 등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지적을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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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등 화려한 증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분리공시제 도입, 네이버 운영 방식, 출연연과 정부 R&D예산, 공영방송 등 다채로운 이슈가 다뤄졌다. 과방위 '투톱'으로 꼽힌 신용현·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충분한 지식과 합리적인 대안으로 저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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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는 국민연금 재정추계부터 전문의 폭행, 마약류 관리 미흡, 저출산 대책까지 다양한 분야가 총망라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의=정책' 공식을 세웠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도 이슈별 치밀한 준비와 명쾌한 전달력으로 국감을 주도하는 야당의 면모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닥터헬기' 이슈도 짚었다.

김하늬 기자

국감 시작과 끝…모두 주도한 '유치원비리'
[국감 보고서]④박용진, 문제제기에서 대안 마련까지 '일당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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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이슈는 이번 국정감사를 주도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를 비롯해 14개 상임위원회 국감을 통틀어 최대 이슈였다.

교육위 국감 첫날인 지난 11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로 포문을 열었다. 이따금씩 나오는 파열음에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던 교육계 비리였지만 박 의원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국민적 공분을 이끌어내면서 지난 25일 당정 차원의 대책 발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국감의 마지막인 종합감사가 열린 29일, 박 의원은 추가타를 날렸다.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추가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약 5년 9개월 동안 382억원, 1만6122건의 비리가 적발된 사실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비리 유치원 근절을 위한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129명 전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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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사법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를 비준하면서 한반도 평화 이슈가 막판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남북군사합의 비준을 둘러싼 법률 해석을 놓고 결론을 못 낸 채 여야는 공회전했다.

이 가운데 묵묵히 갈 길을 간 의원들이 비교적 돋보였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마지막 날까지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의 허술한 예산 내부통제 문제를 새롭게 찾아내 지적했다. 회계사 출신의 전문성을 갖고 법원 예산의 허술함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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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평양선언 비준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비준동의안에 대한 오랜 고민이 엿보이는 꼼꼼한 질문으로 피감기관장을 포함해 여야 의원들 모두가 흘려 들을 수 없는 발언들을 남겼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평양공동선언 선(先) 비준과 관련해 법리적, 논리적 문제를 일관성 있게 지적했다. 단순히 ‘당론’에 따른 반대가 아닌 근거를 갖고 자신의 주장을 또렷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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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회에선 남북 군사합의서의 국회 비준동의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됐다. 현안에 휩쓸리기보다 국방 현안을 챙겼다는 점에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빛났다. 지난 7월에 발생한 해병대 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를 국회차원에서 진상규명하기 위해 국방위에 별도의 소위원회 구성을 추진하는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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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마땅히 큰 쟁점 이슈가 없는 가운데 염동열 한국당 의원이 묵묵히 정책 질의에 나섰다.

염 의원은 ‘2018 한국관광 터닝포인트’라는 정책자료집을 보이며 깊은 분석을 선보였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개량한복을 입고 국감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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