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분 거리 '나쁜 아저씨' 3명, 직접 가보니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8.11.0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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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1km내 성범죄자 6명 초등학교…뒷집 사는 초등생, 친구들 조짜서 데려주기도

서울 성북구 A초등학교 반경 1km 안에 성범죄자 6명이 거주 중이다.서울 성북구 A초등학교 반경 1km 안에 성범죄자 6명이 거주 중이다.


서울 성북구 A초등학교 인근에 사는 김모양(11·초등 5년) 뒷집에는 성범죄자가 산다. 김양 집은 학교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다. 김양의 안전을 걱정한 친구들은 하교 도우미 조를 짰다. 2~3명이 하교 길 매일 김양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

행정구역상 학교 옆 동에 사는 이양(11·초등 5년)도 친구들과 새로 이사 온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유한다. 덕분에 올해 8·9월 성범죄자가 학교 근처에 이사 왔을 때 같은 동이 아님에도 친구들은 빨리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성범죄자가 이사 오면 같은 동 내에 미성년자가 있는 집에는 우편으로 해당 사실을 알려준다.



현재 A초등학교 반경 1km 안에는 총 6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한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가 공동관리하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 서비스 '성범죄자 알림e'를 검색한 결과다. 6명 가운데 19세 미만 여자 청소년을 강간·강제추행한 사람이 3명, 13세 미만 여자 청소년을 강제추행한 사람이 1명이다. 아동 성범죄자의 학교 인근 거주를 제한한 미국·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거주지를 법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지난달 30일 이들의 거주지가 해당 초등학교와 실제 얼마나 가까운지 직접 현장을 살펴봤다. 6명 중 3명이 학교에서 도보 약 5분 거리 안에 살았다. 이 가운데 2명은 학교 앞 육교 건너편 골목 주택가에 사는데 근처 유치원과도 고작 3분 이내 거리였다. 유치원과 이들 거주지 사이에는 미술학원과 음악학원도 2곳 있다.



또 다른 5분 거리 내 성범죄자 1명의 거주지 역시 하교한 아이들이 찾는 어린이공원 놀이터와 유치원 바로 옆이다. 이들의 거주지 모두 오래된 주택가 특성상 높은 담장들 사이 좁고 깊은 골목 사이에 있었다.

나머지 3명은 해당 학교로부터 도보로 15~20분 거리에 거주 중이다. 하지만 다른 학교로부터는 더 가깝다. 특히 13세 미만 청소년을 강제추행한 범죄자는 이 지역 B 초등학교 옆 도보 8분 거리에 살고 있다. B 학교 반경 1km 안에도 성범죄자 6명(A학교와 4명 중복)이 산다.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한다. 하교 길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마중 나온 이모씨(39)는 "이 동네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고 들었지만 학교 주변에 6명이나 살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변모씨(42)도 "초등학교 주변에는 아예 성범죄자가 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을 호소했다.


성범죄자가 곁에 사는 건 비단 이 초등학교뿐만이 아니다. 올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반경 1km 내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초등학교는 전국 724곳에 달한다.

성범죄 재범률도 높아지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이 크다. 법무부의 '2012∼2016년 성폭력 사범 재범률 현황'에 따르면 2012년 5.7%였던 성범죄자 재범률은 2016년 7.4%로 증가했다. 성범죄자 재범 인원도 2012년 1311명에서 2016년 2796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에 대한 주거·행동 관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준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범죄자의 전국 초등학교 인근 거주를 막는 것은 헌법상 거주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도 "보호관찰 인력을 더 뽑아 감시 수준을 강화하는 게 성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는 보호관찰 직원 1명당 평균 18명의 전자발찌 부착자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전국 초등학교 인근 거주를 제한하면 사실상 이들이 거주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거주지 제한보다는 교정기관이 아동 성범죄자의 왜곡된 성인지를 치료하고 교정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범죄 예방대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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