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상표권' 전쟁...갤럭시와 애플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18.10.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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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갤럭시워치 상대 상표권 소송…40년 전엔 비틀스·잡스의 '애플' 분쟁

닮은 꼴 '상표권' 전쟁...갤럭시와 애플


‘갤럭시’란 브랜드명을 놓고 삼성전자가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시계 전문기업인 오리엔트 시계는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출시한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가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오리엔트 시계의 브랜드인 갤럭시란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갤럭시’라는 브랜드명은 삼성전자가 2010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S’를 출시하면서 8년째 사용 중인 브랜드명이다. 그동안 왜 말이 없다가 ‘스마트 워치’에서 문제가 됐을까. 이는 삼성 갤럭시 워치가 시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업종에서 같거나 비슷한 제품명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모든 경우가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같은 시장영역에 침범했을 때는 경쟁사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상표권 소송이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비틀즈와 애플 역시 비슷한 사례로 법적 분쟁을 겪었다. 비틀스는 자신들의 음반 유통을 위해 지난 1968년 음원 유통회사 애플 레코드를 설립하고 사과 로고를 등록했다. 이후 1977년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컴퓨터 회사 명칭을 애플컴퓨터로 하고 사과 로고를 쓰며 분쟁은 시작됐다. 지루한 공방 끝에 애플컴퓨터는 8만 달러의 사용료와 음악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타협했다.

하지만 소송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애플은 이 약속을 깨고 1991년에 매킨토시에 음악 작곡 기능을 넣었고(약 2600만 달러 배상), 2003년에 아이튠즈를 통해 음원 유통사업에 나서면서 다시 소송이 시작됐다. 이 소송에서 애플은 관련 상표권을 애플 레코드로부터 모두 사들였고, 일부를 애플 레코드가 사용하도록 허가하며 2007년에 이르러서야 소송이 마무리됐다.



삼성전자와 오리엔트 시계의 분쟁 역시 과거에는 문제가 안 됐지만, 두 애플이 음악시장에서 충돌한 것처럼 ‘시계’ 시장에서 경쟁체제가 형성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첫 스마트워치를 내놨을 때 ‘삼성 기어’와 ‘기어’란 상표를 쓰다가 올해 8월 새로운 스마트 워치를 출시하면서 브랜드를 ‘갤럭시 워치’로 바꿨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브랜드와 통일성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오리엔트 시계는 이것이 자사의 사업 영역 침해란 주장이다. 오리엔트 시계 측은 1984년부터 자신들이 갤럭시, 갤럭시 골드 등에 상표를 등록해 사용 중인데, 삼성전자가 갤럭시 워치를 출시해 시계로 광고하는 건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최강문 오리엔트 시계 대표는 “오리엔트 시계의 갤럭시와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유사하다”며 “삼성전자는 오랜 역사를 가진 강소기업인 오리엔트 시계 브랜드를 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스마트워치를 준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를 판매하는 이상 오리엔트 시계의 브랜드인 갤럭시를 활용한 판매가 사실상 어렵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산업이 변화하면서 기존 사업과 새로 생기는 사업 간 충돌에 대한 방어 수단”이라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소송이 더 발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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