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대·저신용자에 '카푸어' 권하는 은행들..손해율 300%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2018.10.22 04:28
'필수품'도 아닌데 오토론 대출받는 20대·저신용자들...은행, 보증으로 돈 떼일 염려없어 공격영업 지적
최근 시중은행들이 차량 가격의 110%까지 대출해 주는 '오토론' 영업에 적극 나서면서 자기돈 한푼 없이 덜컥 대출로 자동차를 샀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20대가 늘고 있다. 은행들이 보증을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대로 된 심사없이 대출해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오토론 보증 요건 강화를 검토 중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이 2010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제공한 '오토론' 신용보증 손해율을 분석한 결과, 24세 이하 청년층의 손해율이 3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은 받은 보증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청년층 손해율은 오토론 적정 손해율인 90%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치다. 그만큼 부실이 크다는 의미다.
자동차 대출은 전통적으로 캐피탈 등 2금융권 시장이었지만 신한은행이 2010년 '오토론'을 출시한 후 대부분 은행들이 뛰어들면서 과열되고 있다. 은행들의 공격적 영업 이면에는 서울보증의 보증이 있다. 은행들은 대출원금의 약 1~2%의 보증료를 내고 보증상품에 가입한 뒤 연 3~5%대 이자를 받고 오토론을 판매한다. 부실이 나도 서울보증으로부터 100%를 보험금으로 받기 때문으로 돈 떼일 염려는 없다.
오토론 손해율은 경제활동이 왕성한 30대 중반~40대는 60~80% 수준으로 정상 범위지만 50대 이상부터는 다시 100%를 넘어선다. 손통상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하는 은행들은 오토론 만큼은 중·저신용자(신용등급 4~9등급)에게도 문턱을 낮췄다. 역시 돈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오토론 대출자의 손해율도 적정 수준을 넘는 100~300%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증보험을 이용하면 기존 캐피탈사 대비 더 낮은 금리에 오토론을 이용할 수 있어 대출자에게 유리하다"며 "은행 오토론을 받지 못하면 결국 더 많은 비용을 내고 2금융권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보증은 전체 오토론 고객(39만명) 대비 청년층(1.1만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전체 손해율은 안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동차 구매에 관심이 많은 20대 초중반 사회초년생에게 은행이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대출영업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젊은층들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고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자동차는 필수품도 아닌데 은행들이 소득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도 과잉대출을 해 주면 나중에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