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사이즈 모델 박이슬씨가 프리사이즈로 나온 상의를 입어보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
쭈뼛대며 옷을 건네는 기자의 모습에 그녀는 그게 뭐가 대수라는 듯 옷을 받아 들었다. 옷의 크기를 가늠하는듯 잠시 옷을 바라보더니 팔을 집어넣고 얼굴을 끼어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신축성 좋은 니트 원단이라서 들어가긴 했는데 너무 갑갑하네요. 팔도 끼고."
내추럴사이즈 모델이 프리사이즈 옷을 입어봤다(영상)▽
최근 자신의 몸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방송인 이영자는 케이블채널 올리브 '밥블레스유'에서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수영복 입고 등장했다. 당당하게 오른팔을 들며 과감한 다이빙 포즈도 취했다. 이후 이영자는 수영복 차림을 공개한 것에 대해 "내가 괜찮은 몸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 몸이니까 사회적 편견에 맞서보려고 입었다"고 말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수영복을 착용한 방송인 이영자의 모습(왼쪽)과 모델 겸 방송인 자밀라 자밀이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게시물. /사진=올리브 '밥블레스유', 자밀라 자밀 인스타그램 캡처
이러한 흐름에 내추럴사이즈 모델 박이슬씨도 있다. 현역 모델인 박씨는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60㎏이 훌쩍 넘는 자신의 신체사이즈(키 165㎝, 몸무게 62㎏)도 당당히 공개했다. 카메라 앞에서 튀어나온 뱃살이나 접히는 등살도 감추지 않는다.
'예쁘지 않아도 된다' '내 몸 그대로를 사랑하자'라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지난달 23일 박씨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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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내추럴사이즈 모델 박이슬씨의 모습. /사진=이상봉 기자
"다이어트 초반엔 50㎏대까지 빠졌던 것 같아요. 거의 굶다시피 했으니깐요. 그러다 식욕이 터져요. 치킨 2마리를 금세 해치울 정도로 엄청 먹었죠. 그러면 다시 몸무게가 늘고. 좌절하고. 또 다시 초절식했다가 폭식했다가 초절식했다가. 이런 패턴의 반복이었어요. 먹을 것을 스스로 토해내는 '먹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죠."
박씨는 '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그만뒀다. 대학교 휴학계를 내고 다이어트를 하던 어느날 '내가 지금 죽을 병에 걸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내 인생을 좀먹는 다이어트를 그만두자 마음은 먹었지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며 "거울을 보며 '이슬아,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 '이제 내 몸 그대로를 사랑해주자'라고 끊임없이 되뇌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신기하게도 그런 말들을 해주니 정말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며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도 정말 괜찮게 여기게 됐다"고 몸매에 대한 자신의 시선이 바뀐 계기를 설명했다.
속옷 브랜드 '비브비브' 화보 속 박이슬씨(오른쪽)의 모습. /사진=비브비브
"어떤 것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세뇌라고 생각해요. TV를 보면 온통 마른 사람들뿐이잖아요. 이런 모습의 제가 계속 미디어에 등장하면 언젠간 사람들도 그것을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 '내일 입을 옷'에 설 모델들의 모습. /사진=강선미 기자
박이슬씨의 최종 꿈은 '그냥 모델'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저같은 모델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런 용어를 쓰지만 나중에는 일반 모델, 내추럴사이즈 모델, 플러스사이즈 모델 이러한 구분이 없어졌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