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분기 성장률 9년만 최저'… 中경제 사면초가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10.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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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증시 올 초보다 30% 넘게 급락
인민銀·은감회·증감회, 이례적 시장 안정 한목소리…시진핑, 남순강화로 반전 모색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국 증시는 올해 초보다 30% 넘게 급락하는 등 어려움에 빠진 모습이다./AFPBBNews=뉴스1지난 15일 중국 상하이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국 증시는 올해 초보다 30% 넘게 급락하는 등 어려움에 빠진 모습이다./AFPBBNews=뉴스1


중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경기는 둔화하는데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주가지수가 폭락하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데도 중국 정부를 이를 반전시킬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주 남부 광둥성의 주요 도시를 순례한다. 시 주석의 이번 일정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가속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와 같은 효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성적표



중국 국가통계국은 19일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분기 성장률(6.7%)은 물론 시장 예상치 6.6%를 밑돈 수치로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가 예상치보다 못한 성적을 낸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의 피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주목받아 왔다. 미국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 7월부터이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조짐이 지표로 나타났지만, 중국 당국은 겉으로는 침착한 모습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 경제는 합리적인 구간에 있으며 균형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6.5%도 유지했다.

미 코넬대 무역정책 교수인 에스워 프라사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한 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을 둘러싼 국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종합적인 대책이 없는 한 경제성장률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의 무역 활동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관세 부과 전 미리 거래한 물량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이런 수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중국 컨설팅회사 트리비움의 앤드루 폴크는 "무역전쟁의 진짜 충격은 아직 (중국 경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中 증시 마진콜 우려에 급락 거듭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3% 가까이 급락한 데 이어 19일 오전에도 장중 한때 1%가량 하락하며 4년 내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고점과 비교해서는 30% 넘게 떨어진 수치로, 약세장이 끝나기는커녕 악화하고 있다. 중국 A주(본토 증시 대형주)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등 국제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이 확정됐지만,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를 덮은 검은 그림자는 마진콜(Margin Call) 우려다. 마진콜이란 선물거래에서 가격 하락에 따라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구하는 것으로, 투자자가 담보로 맡겨 놓은 주식 가격이 내려가면서 추가로 내야 하는 자금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투자자가 추가로 증거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팔아 손해를 보충하게 된다.

중국 증시의 주식담보대출 비중은 시가총액의 11% 정도다. 그만큼 많은 주식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있다는 의미인데, 마진콜로 대규모 정리매매가 발생하면 중국 증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도시조경기업 둥팡웬린은 최대주주가 지분 10% 이상을 매각해 주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유동성을 늘리고, 시장 개방 확대 조처를 발표하는 등 힘을 쏟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이에 이강 인민은행 총재, 궈슈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류스위 증감회 주석 등 중국 금융계 3대 수장이 이날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로 시장 안정에 나섰다. 이들은 "중국 증시가 매우 저평가됐다"면서 지방정부 기금이나 각종 사모펀드를 통해 주가지수를 부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중국 경제매체 진룽졔(金融界)는 "인민은행과 은감·증감회가 한날한시에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면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 9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 9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안화 계속 절하…환율 위험 여전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 4월 고점 대비 10% 정도 올랐다.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내렸다는 얘기다. 위안화 가치가 내리면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관세 부과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중국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해왔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적극 개입한 증거는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미 재무부는 동시에 "중국의 통화 정책은 투명성이 결여 됐으며, 이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을 달성하는데 큰 도전이 된다"며 "중국 통화 관행을 계속 감시하겠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중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자마자 위안화 절하를 다시 시작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18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0.25% 올린 데 이어 19일에도 0.16% 절하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7위안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 재무부 출신 경제학자인 브래드 세스터는 "미 행정부가 이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할 수 있는 기반을 깔았다"고 진단했다.

◇시진핑 남순강화로 위기 돌파 추진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다음 주 광저우와 선전 등 중국 남부 주요 도시를 돌아볼 것으로 예정이다. 오는 23일 개통하는 강주아오 대교 개통식에도 참석한다. 홍콩과 광둥성, 마카오를 잇는 이 다리는 길이 55㎞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로 등록됐다. 이 다리 개통으로 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주강 삼각지 경제 통합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의 이번 남부 지역 방문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와 비견될 전망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 전 주석은 1992년 1월 18일부터 2월 22일까지 우한,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을 돌며 경제 발전을 강조했다. 덩샤오핑은 남순강화를 통해 1989년 톈안먼 사건, 1991년 소련 붕괴 등으로 어수선한 중국 사회를 다잡고 개혁개방을 가속화해 지금의 중국을 만들었다. 시 주석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물론 빈부격차, 환경오염, 급속한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이번 남부 시찰을 반전의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 후싱둬는 "이번 시 주석의 광둥성 방문은 1978년 개혁개방,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후 중국 경제의 셋째 '이념 해방(ideological emancipation)'을 위한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제조업과 수출 기지인 광둥성 지역이 충격을 느끼기 시작한 시점에, 시 주석이 이 지역의 첨단기술 기업과 공장 등을 시찰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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